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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을 잃게 만드는 감성 V8, 쉐보레 카마로SS 시승기

  • 기사입력 2016.09.01 08:59
  • 기자명 오토트리뷴

남자라면 한 번쯤 꿈꿔봤을 만한 머슬카, 쉐보레 카마로가 드디어 국내에 6.2리터 V8 모델로 출시됐다. 과거에는 3.6리터 V6 모델로만 출시돼 머슬카의 오리지널 감성을 느끼기에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신형 카마로 SS는 그런 아쉬움을 가셔내기에 충분했다. 심지어 가격까지 경쟁 모델인 포드 머스탱보다 월등히 저렴한 5,098만 원에 책정해 시장의 반응은 벌써부터 후끈하다.




시승차는 깔끔한 블랙이다. 블랙이지만 면과 선의 조화가 예사롭지 않고, 헤드램프가 점등됐을 때 차량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이 굉장하다. 후드에는 엔진룸에서 발생하는 열기를 배출할 수 있는 구멍이 뚫려있고, 하단에는 커다란 공기흡입구와 안개등이 자리 잡고 있다. 해외에서는 카마로 오너들이 쉐보레 앰블럼을 블랙으로 바꾸기도 하는데, 쉐보레도 재규어처럼 고성능 모델에는 앰블럼을 차별화한다면 차량의 디자인에 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측면은 카마로의 전형적인 라인을 유지하고 있다. 기존 5세대와 직접적인 비교를 하지 않으면 그 차이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새로운 윈도우 벨트나 캐릭터 라인은 아주 날렵하면서도, 머슬카만의 묵직한 무게감도 충분히 전달된다. 휠은 카마로에 장착되는 사이즈 중 가장 큰 20인치가 장착되는데, 해외에서는 이 휠만 훔쳐 가는 도둑들도 많을 정도로 휠의 단가가 상당히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소 밋밋했던 뒷모습은 6세대로 넘어오면서 다부지게 다듬어졌다. 트렁크 상단에는 스포일러를 부착했고, 테일램프는 콜벳과 비슷해졌다. 테일램프 주변은 오목하게 파내서 안정감 있는 수평 이미지를 강조했고 범퍼는 볼록하게 만들어 입체감을 극대화했다. 범퍼 하단부에는 대구경 머플러를 드러내기도 했는데, 머플러 팁은 해외와 같은 4개가 아닌 2개만 장착된다.







외관보다 더 많은 발전을 이뤄낸 부분은 실내다. 6세대 카마로는 1세대 카마로의 디자인 콘셉트를 계승해 밋밋했던 5세대의 이미지를 말끔히 지워냈다. 송풍구 디자인은 큰 원형으로 시원시원해졌고, 계기반도 8인치 디스플레이를 삽입해 깔끔하게 정리했다. 스티어링 휠은 카마로를 위해 특별히 다시 디자인했는데, 시각적으로도 좋지만, 파지감도 상당히 만족스럽다.





센터페시아 상단의 터치스크린은 보통의 차량들과 달리 바닥으로 향해있어서 편의성에서는 다소 아쉽다. 하지만 크게 불편하지 않으며, 조작성에 있어서도 나쁘지 않다. 버튼들도 일렬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보기 좋다. 하지만 비상등 버튼은 너무 낮은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 옥에 티다.




5세대 카마로의 시트는 넉넉하고 여유롭지만 어딘가 불편한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6세대로 넘어오면서 이렇게 아쉬웠던 부분은 완벽히 개선됐다. 시트 형상 자체도 더 여유롭고 포근하게 바뀌었고, 실제 앉았을 때의 착좌감은 시각적인 부분보다 훨씬 더 많은 차이가 느껴질 정도로 편안해졌다.



뒷좌석은 시트벨트도 준비되어 있고, 무선충전기도 옵션으로 넣어놨지만, 사실상 사람이 탑승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뒷좌석은 가방이나 간단한 짐을 두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6.2 V8엔진은 스타트 버튼을 누르는 순간 우렁찬 사운드를 뿜어내고, 헤드램프가 점등돼 마치 로봇이 잠에서 깨어나는 듯한 상상을 하게 된다. 하지만 RPM이 안정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배기음이 초반보다는 많이 안정되고, 평상시 주행에서도 배기음은 조용한 편이다. 시승 전에 미국에서 업로드된 카마로 SS의 배기음 영상을 많이 봤는데, 규제 때문인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카마로와 비교해서는 매우 상냥하고 조용해졌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머플러 디자인도 미국과 다른데, 이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그래도 가속페달을 조금만 깊게 밟으면 너무 과하지 않게 적당히 배기음이 들려온다. 투어 모드에서는 가속페달의 반응이 그리 민감한 편은 아니어서 실수록 조금 더 깊게 밟거나 했을 때 앞차와의 추돌을 방지해주고, RPM 회전수도 민감하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주행모드를 스포츠 혹은 트랙 모드로 변경하면 RPM을 고회전으로 유지시키면서 가속페달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페달을 조금만 깊게 밟아도 온몸이 시트에 파묻힐 정도의 가속력으로 나무뿌리까지 뽑아낼 듯한 폭발적인 배기음을 쏟아내면서 순식간에 가속된다. 나긋나긋 상냥하고, 재미없는 머슬카라의 이미지는 온데간데없고, 453마력의 최대출력과 62.9kg.m의 넘치는 토크가 순식간에 쏟아져 나오는데, 놀랍고도 놀라운 그 자체다. 이 차가 겨우 5,098만 원이라니 새삼 놀랍다.



하지만 배기음을 들으려 RPM을 높이거나, 스트레스 없는 시내 주행을 반복하면 연비는 리터당 2.5km까지 떨어진다. 배기량이나 성능을 감안하면 당연히 연비가 많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20km를 주행했을 뿐인데, 연료게이지가 한 칸이나 떨어지는 건 조금 부담스럽다. 연비에 신경 써서 살살 운행하면 연비는 리터당 5km 수준까지 오르고, 고속도로에서는 리터당 9km도 충분히 가능했다.



평소 고출력 차량을 자주 시승하는 것도 아닌데, 460마력이 넘는 머슬카를 부담 없이 시승할 수 있었던 건 카마로의 향상된 기본기 덕분이었다. 출력이 넘치다 보니 급가속을 하면 뒤가 좌우로 흔들리지만, 전자장비가 개입해 즉각적으로 바로잡아준다. 또한 12인치가 넘는 대구경 디스크와 4피스톤의 캘리퍼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은 운전자가 원하는 지점에서 원하는 만큼 제동된다.



머슬카의 이미지와는 달리 와인딩 코스에서도 출렁이거나 밀리는 기색이 없이 안정감 있게 코너링을 공략하는데, 이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의 영향이 적지 않다. 그러나 차체 강성이 28% 이상 강화되고 90kg 이상 경량화된 덕분이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될 정도로 만족스럽다. 물론 카마로에서 포르쉐 같은 와인딩 성능을 기대하는 건 욕심이다.



5,098만 원에 카마로를 국내에 출시한 한국지엠. 요즘 카마로가 아니라 스파크나 말리부, 임팔라 등의 신차에서 아주 공격적인 가격정책을 펼치고 있어서 경쟁사들이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직접적인 경쟁 모델인 포드 머스탱 5.0 GT만 하더라도 국내에서는 6천만 원이 넘는다. 카마로보다 거의 1천만 원이나 비싸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카마로가 머스탱보다 더 비싸게 팔리고 있으니 정말 충격적인 가격이 아니라 할 수 없다.



가격이 어찌나 착한지 단점은 생각도 안 날 정도다. 그러나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구입보다는 구입 후가 문제다. 6,200cc의 배기량에 붙는 세금과 스포츠카라고 해서 더 비싼 보험료, 엔진오일, 고가의 타이어, 트립 모니터에 리터당 3km 이하의 연비가 떠도 과감히 고급유를 넣어줄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있어야 구입할 수 있는 차다. 그런데 감성이 자꾸만 이성을 앞서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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