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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다에 거절당한 덕분에 개발된 기아 세피아

  • 기사입력 2017.11.22 15:11
  • 기자명 오토트리뷴

기아자동차가 1992년 9월에 처음 출시한 세피아는 국산차 최초로 디자인을 국내에서 담당했으며, 플랫폼까지 독자 개발한 모델이다. 초기에는 마쓰다 엔진을 사용했지만, 부분변경을 거치면서는 자체 개발한 엔진을 사용했다. 게다가 세피아로 인해서 기아차는 마쓰다의 종속 업체에서 협력업체로 지위가 바뀌기기도 했기 때문에 기아차는 물론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에도 의미가 깊은 모델이다.

 

 

기아차, 원래는 세피아를 개발할 계획이 없었다.

세피아는 캐피탈의 후속모델로 개발되었는데, 사실 기아차는 처음부터 세피아를 개발할 계획이 없었다. 기아차가 직접 세피아를 개발하게 된 건 일본의 자동차 브랜드 마쓰다 때문이었다. 원래 기아차의 계획은 마쓰다 패밀리아의 섀시를 가져와 차체만 독자 개발해서 후속모델을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마쓰다는 기아차가 프라이드의 생산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 견제하기 위해 기아차의 제안을 거절했다

 

예상보다 순조로웠던 개발 단계

마쓰다에게 거절당한 기아차는 한순간에 좌절에 빠지게 됐는데, 이런 시간도 잠시. 기아차는 스포티지를 독자 개발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륜구동 세단 세피아를 개발하기로 결정한다. 당시 이 프로젝트(S-Car)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으나, 예상보다 개발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엔진도 함께 자체 개발을 시도했으나 초기 모델은 마쓰다에서 공급받은 1.5리터 가솔린 엔진을 사용했고, 부분변경을 거치면서는 엔진까지 전부 기아차가 독자 개발한 것으로 바뀌었다. 개발이 완료된 모델은 1991년 스포티지와 함께 도쿄모터쇼에서 공개됐고, 국내 판매는 이듬해부터 시작됐다.

 

 

현대 엘란트라보다 경쾌했던 주행성능

세피아의 초기 모델은 1.5리터 마쓰다 B5 엔진과 수동 5단 변속기를 사용했다. 최고출력은 100마력 정도에 불과했지만, 공차중량이 1,000kg을 간신히 넘을 정도로 가벼운 편이어서 경쾌한 주행이 가능했다. 이때 최고속도도 이미 180km/h에 달했을 정도로 빨랐는데, 1996년 기아차가 세피아의 부분변경을 단행하면서 자체 제작한 1.8리터 엔진은 139마력을 발휘해 최고속도가 196km/h까지 올라갔다. 이는 안전속도였을 뿐 실제로는 200km/h를 넘겨 주행도 가능했다.

 

TV 광고에서는 세피아의 강력한 힘을 강조하기 위해 커다란 피터빌트 359 트랙터를 견인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었다. 광고가 살짝 과장되기도 했지만, 세피아의 성능은 굉장했던 것이 사실이다. 1995년 WRC 오스트레일리아 랠리 비제조 부문에서 박정룡 현 아주대 교수가 세피아를 타고 동급 개조 클래스를 상회한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던 것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아반떼와 경쟁이 치열했던 뉴 세피아

기아차가 세피아의 부분변경 모델인 뉴 세피아를 출시했을 때, 현대차는 아반떼를 출시했다. 엘란트라 후속으로 출시된 아반떼는 인기가 단연 최고였다. 하지만 디자인을 바꾸고, 엔진 출력도 높인 뉴 세피아의 공세도 만만치 않았고, 당시 국산차 판매량의 1~2위 순위 다툼도 치열했다.

 

 

콘셉트로 만족해야 했던 세이파 컨버터블

기아차는 세피아를 기반으로 한 컨버터블을 개발하기도 했었다. 세피아 컨버터블은 일반 세피아 세단과 달리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범퍼 등의 일부 디자이너 변경되었고, 컨버터블의 특성에 맞춰 더 스포티하게 다듬어졌다. 세단에서 컨버터블로 바뀌면서 도어도 2개로 줄어들었고, 루프는 패브릭 소재를 사용했는데, 안타깝게도 루프를 차량 내부로 완전히 집어넣을 수는 없는 형태였다.

 

마쓰다의 협력업체로 성장한 기아차

세피아의 인기는 국내에서뿐만이 아니었다. 독일의 자동차 전문지가 실시한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소형차 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고, 대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마쓰다에서도 기아차의 기술력을 우수하게 평가해 기아차를 기술 협력사로 받아들이게 된다. 마쓰다에게서 엔진과 섀시 등을 구입해서 썼던 기아차가 마쓰다와 동등한 위치에서 협력사가 된 것은 기아차 입장에서 굉장히 큰 발전이며 성과였다.

 

 

그러나 버틸 수 없었던 IMF

기아차는 1997년 세피아2를 선보인다. 경쟁 모델인 현대 아반떼와 대우 누비라 등에 대응하기 위해 2세대 모델을 출시했던 것. 경쟁 모델처럼 디자인을 더 둥글고 부드럽게 다듬었다. 그러나 디자인이 바뀌고, 크기가 커지면서 주행성능은 오히려 후퇴했다. 또 기아차가 부도가 나면서 세피아2는 점점 소비자들에게서 멀어져 갔다. 이후 2000년 5월 부분변경을 출시하면서 모델명을 스펙트라로 변경함에 따라 세피아의 화려했던 역사는 그렇게 희미하게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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