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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의 수출 효자 상품, 쉐보레 트랙스 시승기

  • 기사입력 2018.08.27 16:13
  • 기자명 오토트리뷴

[오토트리뷴=김준하 기자] 쉐보레 트랙스는 한국 자동차 시장에 소형 SUV의 시작을 알린 모델이다. 2013년 첫 출시 후 2016년 상품성을 보강한 부분 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소형 SUV 시장은 국내 완성차 모두가 뛰어들 만큼, 소비자들의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다소 느지막한 시점에, 쉐보레 트랙스를 시승할 기회가 생겼다.



트랙스의 전면은 당당하고 옹골찬 이미지를 내뿜는다. 다소 큰 사이즈의 헤드램프는 소형차급에 주로 적용되는 디자인으로, 차체를 보다 커 보이게 만든다. LED 주간주행등과 프로젝션 타입 램프는 전면부 인상을 또렷하게 만들고, 그 자체로도 디자인 완성도가 높다. 듀얼 포트 그릴이 전체적인 이미지와 잘 어울리고, SUV의 당당한 느낌도 전달한다.



트랙스는 동급 소형 SUV 가운데 전장이 제일 길고, 전고가 가장 높다. 경쟁 모델들과 나란히 세워두면 가장 커 보이고, 측면에서 SUV 다운 차체 비례를 확인할 수 있다. 도어 하단에 삽입한 굴곡은 근육질과 스포티함을 동시에 구현한다. 휠은 16인치와 18인치 두 가지가 제공되는데 사양에 따라 디자인이 달라진다. 1열과 2열 도어 핸들 모두 열림 버튼이 달렸다. 대부분 1열 도어 핸들에만 달려 나오는 점과 비교하면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LED 테일램프는 두 개의 제동등이 아치 형태로 모양을 이뤘다. 측면 캐릭터 라인이 테일램프 상단까지 이어져, 차폭을 넓어 보이게 한다. 뒤 펜더 부위도 크게 부풀려 당당한 모습을 더했다. 보조 제동등이 내장된 루프 스포일러는 뒤 유리 측면까지 감싸는 형태다.


실내는 센터패시아를 기점으로 좌우 대시보드에 곡선을 사용해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이미지를 구현했다. 크래시 패드와 시트에는 스티치가 삽입돼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했다. 센터패시아 상단의 7인치 디스플레이는 후방카메라와 연동되며,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를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연결 기능을 지원하는 대신 내비게이션은 장착되지 않는다.



디스플레이 하단의 공조장치는 수동 방식이다. 시트 열선 버튼까지 통합해 깔끔하게 구성했다. 트랙스에는 컵홀더가 많은 대신, 수납공간은 조금 부족하다. 센터 콘솔을 없애고, 그 자리에 컵홀더를 4개나 배치했기 때문이다. 도어 안쪽에도 작은 수납공간들을 마련했는데, 깊지 않아 부피가 큰 물건보다는 스마트폰 정도를 수납하기에 알맞다. 선글라스 케이스는 운전석 도어 천장에 자리 잡았다. 예전 대우자동차 시절에 자주 사용하던 방식인데, 오랜만에 볼 수 있어서 내심 반가웠다.



운전석 계기반은 아날로그 속도계와 회전계, 3.5인치 디스플레이 창이 내장된다. 속도계 눈금이 6시 방향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은 다소 낯설다. 저속 주행할 때 속도를 확인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어서, 다른 차량들과 같은 형태로 만들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기반에 삽입된 3.5인치 단색 LCD는 각종 차량 관련 정보가 표시되며 폰트가 커 한눈에 들어온다. 대부분의 차량 조작 관련 버튼은 스티어링 휠로 조작할 수 있다. 방향지시등 레버에 메뉴 선택 버튼이 내장돼 있는데, 익숙해지면 사용하기가 굉장히 편리하다.



시트는 적당히 딱딱한 느낌이다. 고속 주행이나 장거리 운행에서도 피로감을 느끼지 못할 만큼, 적당한 쿠션감을 제공한다. 운전석의 팔걸이는 주행 내내 오른팔을 지탱해줘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트랙스는 소형 SUV 임을 감안해도, 레그룸과 헤드룸이 넉넉한 편이다. 시승차는 선루프가 장착된 모델인데, 2열 천장을 더 높게 파내 여유 공간을 확보했다. 4인 가족이 이용하기에 전혀 무리 없을 만큼 공간 확보가 잘 된 편이다. 2열 등받이 각도가 직각에 가까울 정도로 곧게 서있고, 각도 조절이 불가능한 점은 아쉽다.



트랙스는 부분 변경 모델이 출시된 지 2년가량 지났기 때문에, 실내 인테리어나 편의 사양 등이 최신형이라 할 수 없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는 우월한 요소로 뛰어난 주행성능을 꼽을 수 있다. 트랙스에 장착되는 1.6리터 디젤엔진은 흔히 오펠 엔진이라 불리는 독일 제품이다. 최고 출력 135마력에 최대토크 32.8kg.m로 차급 대비 넉넉한 성능을 갖췄다. 6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리고, 복합연비는 14.1km/l에 달한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출발부터 고속 영역에 도달하는 시점까지 줄곧 경쾌한 달리기 실력을 뽐낸다. 넉넉한 출력의 엔진과 가벼운 공차중량, 6단 변속기가 한데 어우러져 시원시원한 가속성능을 보여준다. 최근 시승한 준중형, 중형급 SUV 들과 비교해도 절대 뒤처지지 않는 실력을 발휘해 시승 내내 만족스러웠다.



고속 영역에서의 안정감은 소형 SUV라는 차급을 잊게 만들 정도로 인상적이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동급, 아니 준중형 이상의 다른 SUV들은 비슷한 속도에 도달하면 불안감을 느끼게 돼 더 가속하기가 두려운 적도 있었다. 그러나 트랙스는 저속이든 고속이든 안정감 있는 자세를 계속 유지해 운전 내내 두터운 신뢰감을 줬다.



차체 하부와 서스펜션이 잘 조율돼 코너링에서도 안정적이다. 제법 속도를 높여 날카로운 굽이 길을 주행할 때도, 차체가 휘청거리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노면을 단단히 움켜쥐는 느낌이 전달될 정도로 반응성이 매우 좋다. 안정적인 승차감은 비포장길에서도 계속된다. 1열과 2열 어디에 탑승하더라도 불쾌한 소음이나 진동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특별하게 튀는 느낌 없이 잔잔하게 진동을 걸러주는 느낌은 상위 모델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수준이다.



젠 3 변속기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실제로 체험해 본 결과 별다른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 초반 가속 반응도 빨랐고, 속도를 높일 때에도 변속 충격이나 기어가 제자리를 찾지 못해 허둥거리는 느낌도 없었다. 분명 세대가 거듭되면서 많은 보완과 개량이 있었지만, 이전 세대 자동변속기의 고질적인 문제를 경험한 사람들로부터 낙인이 찍힌 것 같아 아쉽다.


주행 성능도 만족스럽지만, 높은 연비는 더 큰 만족을 준다. 차량 시승을 하다 보면 고속 주행과 잦은 제동과 같은 가혹한 운전을 반복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료 게이지의 눈금이 잘 내려가지 않는다. 특히 고속도로 실주행 연비는 20km/l 정도는 가볍게 넘어서기 때문에, 더 매력적인 부분이다. 서울 양재동에서 시작한 주행 가능 거리는 강원도 원주에 도착할 때 오히려 더 늘어나 있었다.



트랙스를 시승하고 나니 안타까움이 많이 생겼다. 이렇게 기본기가 탄탄한 차를 잘 몰라봤다는 사실, 그리고 이런 차량이 시장에서 평가절하됐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준중형 승용 모델을 구입한 터라 아쉬움이 더 컸다. 트랙스를 미리 시승했다면, 구입 여부를 놓고 한동안 저울질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SUV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특히 소형 모델의 경우 여성 운전자들의 선택이 늘어나는 추세다. 눈에 띄게 잘 꾸며진 외모의 소형 SUV를 찾거나 풍부한 편의사양, 화려한 실내 디자인을 찾는 사람들에게 트랙스는 눈에 차지 않는 모델일지 모른다. 하지만, 안정감과 성능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이라면 분명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차량이다. 소형차가 아닌 소형 SUV를 구입하려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트랙스를 먼저 시승해보고 결정하시기를 권한다.


kjh@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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