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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부분까지 감동, 제네시스 G90 시승기

  • 기사입력 2018.12.24 06:00
  • 기자명 오토트리뷴

[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제네시스 EQ900이 드디어 이름을 G90로 바꿨다. G90로 이름을 바꾼 건 의미가 깊다. 현대 에쿠스의 느낌을 완전히 지워내고, 세계시장에서 판매되는 제네시스 라인업과 이름을 같이하며 완전히 제네시스의 색깔을 찾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어서다. 뿐만 아니라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디자인이나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완성도를 크게 끌어 올렸다.



EQ900의 디자인은 에쿠스의 디자인 요소가 곳곳에 남아있었다. 그러나 신형 모델인 G90에서는 에쿠스의 잔재를 완전히 지워냈다. 크레스트 그릴은 거대하게 확대되었고, 4개의 램프로 구성된 헤드램프는 제네시스 디자인을 강렬하게 표현한다. 범퍼 하단부의 공기흡입구나 라디에이터 그릴 내부가 다소 과해 보이긴 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다.



주간주행등에서 이어지는 측면의 방향지시등은 사이드미러가 아닌 펜더 쪽으로 이동했다. 주간주행등과 같은 선상에 위치해서 안정감을 주면서 디자인이 연결되는 듯한 인상을 심어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꾸만 방향지시등을 켜고 싶게 할 만큼 멋지다는 게 핵심이다. 19인치 휠은 고급차답게 오픈형 디자인보다는 폐쇄형에 가까운데, 세부적으로 G매트릭스라는 제네시스 디테일 요소를 심어 고급스럽게 표현했다.



테일램프를 처음 봤을 때는 링컨의 디자인이 떠올랐던 게 사실이다. 링컨이 테일램프를 이어지는 디자인을 타 브랜드에 비해서 비교적 일찍 사용한 탓이다. 그러나 이런 디자인은 이미 여러 브랜드에서 사용할 정도로 대세가 되었고, 자세히 보면 제네시스 브랜드에 맞게 나름의 디테일한 디자인 요소를 부여했다. 방향지시등도 헤드램프와 수미상관을 이루며 머플러 팁은 크레스트 그릴과 같은 형상을 사용해서 완성도를 높였다.



시승차는 골드코스트 실버라는 색상인데, 흔히들 말하는 샴페인 골드와 비슷하다. 색상명으로 골드와 실버를 동시에 사용한 건 다소 의아한 부분이지만, 도장 품질이나 색상 자체는 매우 고급스럽다. 대형차는 무조건 블랙이 진리라고 생각해왔는데, 시승차를 보니 이런 골드 컬러도 클래식하면서 고급스러워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실내에서는 디자인 변화보다 소재의 변화에 중점을 뒀다. 크래쉬패드라고 불리는 상단부는 가죽으로 감싸 스티치를 넣었으며, 변속기 주변의 하이그로시 소재도 전부 없애고, 가죽으로 마감했다. 컵홀더 커버도 기존에는 하이그로시였지만, 이번에는 리얼우드로 마감했다. 디자인 변화는 없지만, 소재가 달라진 덕분인지 실내는 더욱 편안하고, 중후한 느낌이다.



EQ900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정말 그대로는 아니다. 터치스크린 속의 그래픽이 제네시스에 맞게 브라운 톤으로 바뀌었고, 터치와 조이스틱을 모두 사용해서 사용성이 개선됐다. 특히 터치스크린은 3분할로 나눌 수 있어서 내비게이션, 미디어, 기타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어라운드 뷰의 화질도 수준급으로 개선되었는데, 단순히 카메라 성능을 개선하기보다는 디스플레이의 해상도 자체가 좋아졌다.



EQ900은 VIP 시트가 적용된 4인승 모델을 시승했는데, 이번 G90 시승차는 5인승이다. 개인적으로도 4인승 차량을 타고 있지만, 4인승이 더 편할 것 같아도 실질적으로는 불편함이 많다. 특히 이런 기함급 세단은 5인승 모델이라고 하더라도 암레스트가 충분히 크고, 좌석 구분을 하기에도 불편함이 없으니 5인승도 VIP시트가 적용된 4인승 만큼이나 충분한 편안함을 제공한다. 특히 이번 G90은 헤드레스트에 쿠션이 추가되어 더 편안한 자세를 잡을 수 있다.



어찌나 디테일한 부분에 많은 신경을 썼는지, 1열 시트 사이로는 스마트폰 낙하 방지 쿠션이 숨어 있고, 제네시스 커넥트와 컨시어지 서비스로 개인비서를 두는 듯한 호사를 누릴 수도 있다. 뒷좌석에서는 어느 쪽에 탑승하던 좌우 커튼을 버튼으로 조작할 수 있으며, 두 좌석 모두 약간의 슬라이딩이 가능하다. 특히 도어를 열면 시트가 원래 위치로 이동해 승하차가 편리하도록 돕는 기능까지 숨어있다. 너무 사소한 곳까지 신경 쓴 부분들이 많아 일일이 풀어내기 힘들 정도다.



3.3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kg.m을 발휘한다. 출력은 5.0 V8 엔진보다 50마력 정도 낮지만, 최대토크는 1kg.m 차이밖에 나지 않을 정도로 꽤 우수한 편이다. 넉넉한 토크를 기반으로 평상시에는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다. 실수로 페달을 밟았다가 뒷좌석에 탑승한 VIP를 놀라게 하면 안 되니, 초기 페달 반응은 느리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실수가 아니라고 인식되면, 거침없는 출력과 토크를 쏟아붓는다.



그래서 평상시에는 생각보다 터보렉이 있고, 안 나간다고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차량 특성상 페달 반응을 일부러 둔감하게 세팅해 두었으니 말이다. 이럴 땐 스포츠모드로 바꾸면 얘기가 달라진다. 페달 반응이 빨라지고, 당연히 RPM을 최대한 사용하며 가속도 끝없이 지속된다. 특히 중간 가속이 압권인데, 이중접합유리와 언더커버, 액티브노이즈캔슬링 등 N.V.H.에 상당한 공을 들여 고속에서도 정숙성이 뛰어나다. 정숙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생각보다 빠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계기반을 보면 높은 속도에 깜짝 놀라게 된다.



차량의 특성상 와인딩 구간을 달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승차감은 매우 중요한 부분인 만큼 뒷좌석에 앉아 보기로 했다. 국도에서 과속방지턱을 넘거나 요철을 만나도 충격을 굉장히 부드럽게 걸러준다. 덜컹하는 소음이 완전히 차단될 수는 없어도 기분 나쁘지 않게 걸러주는 것이 썩 듣기 싫지 않다. 고속도로에서의 승차감이나 정숙성은 말할 필요도 없으며, 잔잔한 음악을 틀면 잠이 스르륵 들 정도로 편안하다.



첨단사양은 국산차가 아니라, 수입차와 견줘도 정점에 있다. 고속도로 주행보조를 켜면 스티어링 휠에 손을 살짝 데고, 전방만 보고 있으면 된다. 과속카메라나, 끼어드는 차량 등의 주변 상황에 맞춰서 알아서 주행해주니 오히려 더 편안하고, 안정적인 주행이 되는 것 같다. 터치스크린을 통해서는 룸미러처럼 상시후방카메라를 볼 수 있고, 차선을 변경하면 계기반을 통해 사각지대도 확인할 수 있으니 VIP를 여럿 모시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심적 부담까지 덜어줄 듯하다.



전반적으로 G90은 EQ900처럼 반쪽짜리 기함이 아닌, 진짜 제네시스의 기함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이름과 디자인, 어쩌면 사소할 수 있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풀어냈다. 차량 외적으로는 국내에서도 무상보증은 5년/10만km까지 제공하며, 여기에는 수입차처럼 주요 소모품 교환도 포함되어 있어 여러모로 경쟁력을 갖추기도 했다. 차량 특성상 법인 수요도 꾸준해서 국내 판매량에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해외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bbongs142@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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