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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차, 제2의 군산공장 되려나

  • 기사입력 2019.03.15 15:42
  • 기자명 오토트리뷴

[오토트리뷴=김준하 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유달리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올해 들어 판매량이 계속 하락하는데 더해 노조와의 협상 결렬로 인해 부산공장의 존폐 위협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5,174대를 판매한 르노삼성차는 2월에는 4.9% 하락한 4,923대를 판매해 전체 판매량이 5천 대 이하로 줄어들었다. 국내 제조사 순위에서도 한국지엠에 뒤처진 5위를 기록했다. 주력 모델인 SM6와 QM6는 2월 들어 판매량이 감소했고, 나머지 모델들의 경우 출시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나 모델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2월 판매량이 증가한 르노 클리오와 마스터의 경우 전량 수입되는 모델로 판매량이 제한적이어서 위기 상황을 극복할 파급력이 없다.



르노삼성차는 그동안 판매 증진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거듭했다. SM3와 SM7은 가격 인하라는 초강수를 뒀고, 나머지 모델들에도 큰 폭의 할인 프로모션을 정기적으로 적용해왔다. 부족한 라인업을 보강하기 위해 SM5를 보급형 중형차로 전환한 것도 나름 의미를 거둔 고육지책이었다. 르노삼성은 연초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3월 한 달간 QM6 디젤 모델 최대 220만 원, SM6 일부 트림 230만 원 할인 프로모션을 적용하지만,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판매 부진 이상으로 르노삼성차에게 위협이 되는 것은 작년 9월 시작돼 아직도 마무리 짓지 못한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하 임단협)이다. 미래 수출 물량 배정을 위한 타결 기한이 지난 8일이었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당초 르노삼성차는 올 9월 생산 종료 예정인 닛산 로그 이후의 후속 수출 물량 배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기본급 10만 667원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 집행부에 협조를 구해왔다. 부산공장의 생산 비용이 이미 르노 그룹 내 전 세계 공장 중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부산공장은 연간 10만 대 수준의 내수 생산 물량만으로는 2교대 운영이 어려운 현실이다.


계속된 결렬에 따라 르노삼성차는 기존 입장에서 한 보 전진한 개선안을 노조 측에 전달해 최악의 상황을 면하려는 노력을 기했다. 실제로 지난 8일에 열렸던 20차 본교섭에서 총 1,720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2차 수정 제시안을 노조에 추가 제안했다. 또한 인력 충원과 배치 전환 프로세스 개선안, 중식 시장 연장과 같은 근무 강도 개선안에 더해 근로자들의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설비 투자 제시안도 포함했다.



그러나 노조 집행부는 추가 인원 200명 투입, 생산 라인 속도 하향 조절, 전환 배치 등에 대한 인사 경영권의 합의 전환 요청 등을 협상 막판에 의제로 제시했다. 이 가운데 추가 인원 투입과 전환 배치는 현재 협의로 되어 있는 인사 경영권을 노조 합의로 전환 요구하는 것이다. 그로 인해 지난 2012년부터 2년간 임직원 수 20%를 줄이는 회생계획 이후로 점차 개선돼 온 부산공장의 글로벌 경쟁력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위험에 처해있다.


문제는 르노삼성차의 경쟁력 저하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출 생산 기지 역할을 한 부산공장이 향후 수출 물량 확보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되면 궁극적으로 부산공장의 고용 안정성에도 위협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6월부터 장기화되고 있는 임단협으로 인해 지난 2월 21일에는 르노 그룹의 제조, 공급 총괄을 맞은 호세 빈센트 드로스 모조스 부회장이 직접 부산공장을 방문해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임직원들과 대화 시간을 가졌다. 생산 현장의 주요 사항을 점검하는 것을 시작으로 공장 세부 공정별 현장 책임자 및 중간 관리자들과의 간담회도 다섯 차례나 진행했다. 르노삼성차 문제가 그룹 차원에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르노삼성차 사태는 제조사 내부 관계자들에게만 염려되는 사항이 아니다. 부산상공회의소도 임단협 결렬에 따른 협력업체들의 도산을 우려해, 회사의 진전된 양보 제안에 노조가 긍정적으로 응답할 것을 호소하는 성명서를 11일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르노삼성차가 파업 장기화로 수출 물량마저 정상적으로 배정받지 못한다면 기업 경쟁력에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부분 파업의 장기화로 이미 막심한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조업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던 수백 개의 협력업체들은 이번 협상 결렬로 도산마저 걱정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담겼다.


또한 “사측은 지역사회의 요구와 신차 물량 배정을 위해 기존의 입장에서 물러나 보상금을 증액하였고, 인력 충원, 중식시간 연장 등 근무강도 개선안과 함께 배치전환 절차 개선안도 추가로 제시”하는 큰 양보를 했다며, 이제는 노조가 협력업체들 및 부산 시민의 간절한 요청에 긍정적으로 응답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노조측에 “사측이 어려운 경영여건에도 최대한 성의 있는 타협안을 마련한 만큼, 열악한 환경 속에서 현장을 지키고 있는 협력업체 동료들과 제조업의 부진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부산경제를 위해서 조합원 여러분의 현명하고도 통 큰 결단”을 부탁했다.



한편, 르노삼성 노조는 임단협 결렬 이후 계속 부분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부산공장에서 총 168시간(44차례) 부분 파업을 진행 중이며, 이로 인한 손실 금액은 총 1,85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르노삼성차 협력업체들 또한 본격적인 파업이 시작된 지난해 12월 이후 예상치 못한 휴업과 단축근무가 지속되면서 인력 이탈과 함께 지난달까지 약 1,10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9개월 동안 20차례 진행되어 온 르노삼성차 2018년 임단협이 노사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향후 부산공장의 지속 가능성은 큰 위험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논의된 향후 일정은 없는 상태다.


kjh@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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