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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망성쇠를 거듭한 프리미엄 브랜드, 어떤 일이 있었나

  • 기사입력 2019.05.21 19:28
  • 기자명 김준하 기자

[오토트리뷴=김준하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의 수입차 역사는 30여 년이 넘는다. 수입차 대중화 시대라고 표현할 정도로 다양한 차급과 가격대의 모델들이 존재하지만, 수입차하면 프리미엄 모델이라는 인식이 아직까지는 대세다. 국내 시장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일부 프리미엄 브랜드의 다사다난한 역사는 다음과 같다.
 

 

캐딜락
1902년 설립된 캐딜락은 117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지속돼 온 브랜드다. 설립 초기부터 ‘세계 표준’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기반으로 다양한 기술 표준을 제시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게 됐다. 양산차 중 처음으로 자동 시동 장치를 적용하고 V8 엔진을 개발해 상용화하는 등 앞선 기술력으로도 주목받았다. 미국 승용차 시장의 황금기를 주도한 테일 핀 디자인은 60스페셜 모델을 시작으로 프리미엄 자동차 모델의 유행을 선도했다.

 

캐딜락은 석유 파동 여파와 유럽산 프리미엄 브랜드의 선전으로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지만, ‘대담한 도전’이라는 브랜드 정신으로 무장해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 있다. 특히 에스칼라 콘셉트카를 기초로 양산차에 반영되기 시작한 최신 디자인은 우아함과 세련됨이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단 위주의 라인업에도 다양한 체급의 SUV 모델을 추가해 캐딜락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시대 변화에 대응하는 중이다.
 

 

캐딜락코리아는 최근 CT6 부분 변경 모델을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캐딜락이 최초 적용한 뒤 프리미엄 모델들에 도입되고 있는 나이트 비전, 1,000분의 1초로 노면 흐름을 읽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34개 스피커가 장착된 보스 파나레이 오디오 시스템 등 최신 사양이 아낌없이 들어간 모델이다. CT6는 보수적인 프리미엄 플래그십 모델에 역동성과 세련됨을 더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메르세데스-벤츠의 역사를 거론할 때는 최초라는 표현을 빼놓을 수 없다. 1885년 개발한 내연기관을 얹은 3륜차는 세계 최초로 특허 등록된 자동차다. 1893년 세계 최초의 양산차와 1936년 세계 최초의 디젤 엔진 승용차, 1952년 연료 분사 장치와 걸윙 도어가 처음 적용된 300SL을 출시하는 등 현대적인 자동차의 기틀은 메르세데스-벤츠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슈퍼차저 엔진, ABS 시스템과 에어백, 멀티링크 서스펜션처럼 오늘날 널리 사용되는 안전 및 편의 사양을 최초로 적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00년대 중반 경쟁 브랜드에 밀려 프리미엄 브랜드 2위 자리로 내려앉은 적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실패한 크라이슬러와의 합병도 브랜드에 악영향을 끼쳤다. 메르세데스-벤츠가 부진을 딛고 프리미엄 브랜드 최고의 자리를 다시 오른 것은 디터 제체 회장의 역할이 컸다. 고성능 브랜드 AMG, 명차 브랜드 마이바흐와 같은 뛰어난 브랜드 전략을 세우고, 차급을 뛰어넘는 고급스러움을 전 모델에 적용하는 등 시대를 앞서간 감각으로 메르세데스-벤츠의 부흥을 이끌었다.
 

 

미래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메르세데스-벤츠는 EQ 브랜드를 앞세우고 있다.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장착해 차세대 메르세데스-벤츠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다. 국내 시장에도 EQ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 모델인 EQC가 출시될 예정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미래 기술의 핵심으로 내세운다. MBUX는 A클래스를 시작으로 메르세데스-벤츠 전 모델에 확대 적용된다.
 

 

BMW
BMW가 항공기 엔진 제작과 모터사이클을 시작으로 자동차 시장에 뛰어든 역사는 세간에 잘 알려져 있다. 키드니 그릴은 1933년 303모델부터 적용된 이후 BMW의 상징이 되고 있으며, 꾸준히 변화하고 있다. 1980년대 중반 등장한 M 시리즈는 BMW 브랜드에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이라는 남다른 가치를 부여했다. BMW는 홀수로 시작하는 승용 세단 라인업이 중심이었지만, 이후 다양한 가지치기 모델과 SUV, 스포츠카 모델들을 출시하며 제품군을 다양화한다.
 

 

BMW코리아는 다른 브랜드와 달리 사회 환원에 적극적으로 이바지해 좋은 평판을 얻어왔다. 아시아 최초로 건립된 BMW 드라이빙 센터가 그 대표적인 예다. 승승장구하던 BMW의 이미지가 실추된 것은 작년, 국내에서 유독 많이 발생한 차량 화재 사건 때문이다. 소비자들에게 불신과 실망감을 안겨 한동안 불안정한 판매량을 보이기도 했다. 화재사건과 관련된 리콜은 8개월 만에 94%를 완료해 BMW코리아가 악재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들어 BMW는 다양한 신모델을 출시해 국내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신형 3시리즈와 풀사이즈 SUV X7 등을 주축으로 시장의 흐름을 다시 돌리려 한다. 장기적으로는 순수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모델 개발에도 주력하게 된다. 순수 전기차인 i 시리즈는 BMW i 비전 다이내믹스 콘셉트카를 기반으로 한 신형 i4와 새로운 SUV 모델이 추가 예정이다. BMW는 친환경차 모델에도 고성능을 기본화해 고유의 브랜드 가치를 이어가게 된다.

 

제네시스
대중 브랜드인 현대차가 제네시스라는 고급 브랜드를 별도 런칭한 것은 지난 2015년이다.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은 브랜드 가치가 중요하기 때문에 제네시스가 시장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현대차와 확연히 다른 브랜드지만, 해외 유수 프리미엄 브랜드와 직접적인 경쟁을 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공식 출시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브랜드에 악영향을 끼치는 특별한 이슈는 없었다. 한국에서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에 맞서 국내 시장을 수성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 시장에서는 부족한 라인업과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 짧은 브랜드 역사 등으로 인해 조기 철수한 뼈아픈 기록을 남겼다. 제네시스는 강화된 라인업과 다운사이징 파워트레인을 무기로 유럽 및 중국 시장을 다시금 공략할 계획이다.
 

 

제네시스는 짧은 브랜드 역사에 비해 주요 모델들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18년 JD 파워 신차품질조사 전체 브랜드 및 프리미엄 브랜드 1위 성적을 기록했고, 컨슈머 리포트의 2018 브랜드 리포트 카드에서도 34개 브랜드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특히 G70는 2019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돼 놀라운 품질과 성능이 입증됐다. 제네시스는 세단으로만 구성된 라인업에 SUV인 GV80를 비롯한 신모델을 투입해 프리미엄 브랜드의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아우디
1909년 설립된 아우디가 데카베, 호르히, 반데러와 합병해 오늘의 아우토 유니온에 이르게 된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폭스바겐 산하에서 정체성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했던 아우디가 혁신의 대명사로 등극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기술을 통한 진보’라는 경영철학을 내세우면서부터였다.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인 콰트로를 장착한 콰트로 쿠페는 굵직한 자동차 랠리와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뛰어난 성능의 대명사로 자리 잡기 시작한다.
 

 

2015년 시작된 디젤 스캔들은 클린디젤이라는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폭스바겐 그룹에 치명타를 안겼다. 국내에서도 배출가스 조작이 적발돼 판매정지와 과징금 처분, 리콜 명령이 내려졌고 아직까지도 크고 작은 소송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아우디코리아는 일부 모델을 제외하고 판매할 물량 자체가 없기 때문에 한동안 개점휴업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상된 브랜드 이미지와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차세대 모델에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장착해 녹슬지 않은 기술력을 강조할 계획이다. 아우디는 200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발표한 e-트론 콘셉트카를 시작으로 전동화 기술 개발에 힘써왔다. 약 10여 년에 걸친 노력은 2019년 출시될 순수 전기차 SUV e-트론으로 빛을 발할 예정이다.
 

 

렉서스
1989년 플래그십 세단 LS를 출범하며 시작된 렉서스는 출시 초기부터 편의성과 정숙성, 높은 품질로 인기를 얻었다. 유럽, 미국 브랜드가 점령한 프리미엄 시장에 일본 브랜드 렉서스가 진입하는 것에 회의적이었던 시각은 렉서스 LS 단 하나의 모델로 바뀌게 됐다. 초기 가격 대비 가치로 주목받던 렉서스는 잇따른 후속 모델의 성공에 따라 프리미엄 브랜드를 거론할 때 빠뜨릴 수 없을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한동안 승승장구했던 렉서스의 발걸음은 2010년 초반에 있었던 리콜 사태로 제동이 걸렸다. 막대한 벌금이 부과됐고 소비자들을 기만한 브랜드라는 이미지로 한동안 힘든 시기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판매 중단 조치까지 있어 렉서스의 재기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예측도 존재했다. 그러나 브랜드의 수장인 토요타 아키오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해 2019년, 브랜드 출범 30년 만에 글로벌 누적 판매량이 1천만 대를 넘어섰다.

렉서스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강조해 다른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한다. 첫 하이브리드 모델인 RX400h 이후 하이브리드 차량의 누적 판매량은 145만 대를 돌파했다. 성능과 효율성을 달성한 친환경 브랜드 이미지는 점차 강화되고, 최신 디자인을 적용해 역동성도 더하고 있다. 렉서스는 최근 국내에 컴팩트 SUV UX를 추가해 라인업을 늘려나가는 중이다.

각자의 매력을 가진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치열한 경쟁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각 브랜드의 진검승부에서 어떻게 희비가 교차될지 앞으로가 주목된다.

kjh@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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