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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하게 변신한 프리미엄 SUV,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시승기

  • 기사입력 2019.05.22 20:45
  • 기자명 김준하 기자
[오토트리뷴=김준하 기자] SUV의 인기가 지속됨에 따라 제조사들은 다양한 형태의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새로운 체급의 모델을 출시하는가 하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모델에도 시대 흐름에 따라 큰 폭의 변화를 적용하는 중이다.
 

프리미엄 SUV의 대명사인 랜드로버도 이러한 흐름에 예외가 아니다. 정통 오프로더를 지향했던 디스커버리는 과거와 달리 5세대 모델부터 도심형 SUV의 성격을 강조한다. 외관도 기존의 투박하고 각진 디자인에서 벗어나 세련된 모습으로 진화했다. 기존 디자인을 선호하는 매니아 층은 아쉬움을 표하기도 하지만, 신선한 변화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눈매가 또렷해진 LED 헤드램프는 상위 등급인 레인지로버 모델들과도 흡사하다.
 

 

디스커버리의 존재감은 측면에서 강조된다. 1.8미터를 넘는 전고는 대형 SUV 중에서도 상당히 높은 축에 속하기 때문이다. 시승차에 장착된 19인치 휠이 작아 보일 정도로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고, 트림에 따라 최대 22인치 휠을 장착할 수 있다. 사선 형태의 C 필러는 자칫 둔중할 수 있는 측면에 날렵한 이미지를 더한다. 
 

 

세로 형태의 LED 테일램프는 야간 시인성이 좋고, 세련된 그래픽을 적용해 디자인 완성도를 높였다. 참고로 이번에 시승한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Sd4는 2리터 디젤 엔진을 장착한 기본 모델이다. 제조사나 수입사에서 제공하는 시승차들은 최상급 모델이 대부분이라 다운사이징 엔진을 적용한 기본 모델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필요했던 모델을 보유한 패밀리 카라반의 협조로 시승을 진행할 수 있었다.
 

 

실내는 수평 형태로 제작돼 운전자에게 넓은 시야를 보장한다. 대부분의 기능들을 디스플레이에 통합하는 랜드로버 브랜드 최신 모델들과 비교하면 물리 버튼 사용 빈도가 높다. 직관적인 사용에 있어서는 이런 방식이 효율적이다. 센터패시아 상단의 10인치 디스플레이는 가로가 긴 형태라 실제보다 커 보이는 효과가 있다.
 

 

센터터널에는 전자식 변속기와 주행 관련 버튼들이 배치된다.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과 에어 서스펜션 조작 버튼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됐다. 다기능 스위치가 배열된 스티어링 휠은 가죽으로 감싸 파지감이 우수하다. 아날로그 계기반 중앙에는 디지털 LCD 창이 가운데 삽입된다. 도어 상단에 배치된 윈도우 조작 버튼은 여전히 신선함을 주는 요소다.
 

 

 

3미터에 가까운 휠베이스로 인해 실내공간은 7인이 탑승하기에도 넉넉하다. 레그룸과 헤드룸 공간이 풍부한데다, 시트 두께를 얇게 만들어 여유 공간을 더 확보했다. 2열 좌석은 독립식 구조에 가까워 3인 탑승 시에도 여유롭다. 3열을 바닥면으로 완전 폴딩 하면 1,137리터의 수납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시승차는 이 수납공간에 에고이 캠핑 박스를 장착했다. 야외 활동에 필요한 취사도구와 차박용 침구 등을 수납할 수 있는 일체형 박스다. 아웃도어 활동이 늘어나는 요즘, 캠핑카나 카라반과 같은 고가 차량을 대신할 수 있는 실용적인 제품이다.
 

 

디스커버리에 장착된 2리터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43.9kg.m의 성능을 발휘하며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린다. 고성능 다운사이징 엔진을 사용했다고 하지만, 2.3톤이 넘는 중량을 감안하면 다소 출력이 부족하지 않을까 염려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저속부터 고속 영역에 이르기까지 가속 성능이 고르게 나타나 답답하지 않았다.
 

 

엔진 자체의 출력도 높지만, 함께 맞물린 8단 자동변속기가 기대 이상의 역할을 했다. 일반 주행 모드에서는 재빠른 변속으로 가급적 저 rpm을 유지해 연비를 향상시킨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엔진음이 강조되고, 고 rpm을 적극 이용한다. 패들시프트로 변속할 때는 개입 시점을 최대한 늦춰 운전자의 의도를 우선시한다.
 

 

디스커버리는 운전석이 높게 위치해 있어 시승 내내 운전이 편했다. 전방 상황을 미리 확인할 수 있어 안전 운전에도 도움이 되고, 후측방 시야도 넓은 편이다. 외부 소음은 대부분 차단되고, 노면 충격과 잔진동도 거의 없어 마치 대형 세단을 타는 느낌이 들었다.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도 부드럽게 충격을 완화시켜 승차감이 안락하다.
 

 

SUV 모델임을 감안하면 굽이 길 주행 실력도 발군이다. 전고가 높기 때문에 흔들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운전자의 의도대로 조향할 수 있어 탈수록 신뢰감을 더한다. 자동차 전용도로를 주행할 때 노면에 놓인 장애물을 피하려고 급하게 스티어링 휠을 조작했는데도 차체는 균형을 잃지 않고 제자리를 찾았다.

디스커버리 Sd4의 공인 연비는 8.9km/l다. 7인승 대형 SUV 임을 감안하면 준수한 편인데 실제 주행할 때는 공인연비를 뛰어넘는 11km/l 수준을 기록했다. 시승을 위해 급제동과 급가속을 자주 했고, 스포츠 모드를 주로 이용했음에도 연비가 높았다. 알루미늄 모노코크 바디를 사용해 이전 세대 모델 대비 공차중량을 400kg 가량 감량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여러 가지 편의 장비가 제외된 기본형 모델이지만, 오프로드 주행 기능은 빠짐없이 장착된다. 8천만 원 대 차량으로 거친 오프로드를 주행할 일이 많지는 않지만, 충분한 주행 성능을 갖느냐 그렇지 않으냐는 차이가 크다. 어떤 주행 환경에서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랜드로버 디스커버리의 값어치는 높다. 
 

 

자갈밭과 모래가 뒤섞인 외곽 지역 비포장도로에서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을 시험할 수 있었다. 노면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모드를 선택하는 것에 더해 경사로 출발 보조 및 가속 제어, 내리막길 주행 제어 장치 등의 기능도 적용된다. 험로 주행 시 에어 서스펜션은 약 200mm 차고를 높여 차체 손상을 방지하고 주행 능력을 높인다. 둔덕이 깊게 파인 언덕길을 올라갈 때는 잠시 주춤거리기도 했지만, 극단적인 오프로드 환경이 아니라면 충분히 제 역할을 한다. 공도 주행 시 맞이하는 위급 상황에 대처하는 데는 손색이 없다.
 

 

시승차가 기본형 모델이라 하더라도 웬만한 수입 SUV보다 월등히 높은 가격이다 보니 몇 가지 아쉬움도 있었다. 완전 정차 및 재출발을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상위 모델에만 기본이고, 시승한 모델은 속도 지정만 되는 일반 크루즈 컨트롤이 적용된다. 내장재는 스티어링 휠과 시트처럼 일부에만 가죽이 적용되고, 나머지 부분에는 저렴한 소재가 사용된다. 특히 공조장치나 도어의 플라스틱 패널은 차급과 가격을 고려하면 실망스럽다.
 

 

디스플레이 메뉴는 한글화가 잘 된 반면, 계기반 메뉴는 영문으로 구성된다. 다소 복잡한 주행 모드나 차량 조작 메뉴를 조작할 때, 직관적으로 사용하기 어렵다. 다양한 기능들을 갖춘 것은 좋지만,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쉬웠다.
 

 

이전의 명성에 의존하지 않고 새롭게 변화하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 모델일수록 쉽지 않은 일인데,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는 과감한 변화로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는 중이다. 새로운 변화로 완전무장한 디스커버리의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

kjh@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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