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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슬카의 심장을 품은 SUV,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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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슬카의 심장을 품은 SUV,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시승기
  • 기노현 기자
  • 승인 2019.05.24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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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트리뷴=기노현 기자] 실용성 높은 SUV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큰 대형 차량을 선호하는 국내 시장에서 대형 SUV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사실 국내 시장에서 대형 SUV는 커다란 덩치 탓에 좁은 골목길에서 운전하기 힘들고, 주차 공간도 찾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승을 위해 에스컬레이드의 존재감을 마주한 순간, 풀사이즈 SUV의 불편한 점에 대한 우려는 깨끗이 사라졌다.
 

시승차는 올해 2월 각종 편의사양을 추가한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모델이다. 전체적으로 강인한 디자인과 우람한 크기로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에스컬레이드는 중후한 검은색이 제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승차의 흰색 바디 색상이 의외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전면부의 직선으로 떨어지는 헤드램프와 거대한 라디에이터 그릴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게다가 보닛 높이는 웬만한 성인 남성 가슴 높이와 비슷하게 올라와 웅장한 느낌이 한껏 더해진다. 헤드램프 디자인은 단순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5개의 LED로 내부를 가득 채웠고, 라디에이터 그릴에 입혀진 크롬 장식은 단순히 큰 차가 아닌 고급차임을 명백히 보여준다.
 

측면 역시 각진 디자인과 풀사이즈 SUV 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국내에 정식 수입 중인 에스컬레이드는 숏 바디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전장은 5m를 가볍게 넘어선 5,180mm다. 국산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보다 전장이 200mm 긴 수치로, 숏 바디 모델이라는 것이 무색하게 느껴진다. 참고로 롱 바디 모델인 에스컬레이드 ESV의 전장은 5,697mm다.

측면 휠 사이즈는 22인치의 거대한 사이즈가 적용됐으나, 큰 차체 덕분에 딱 알맞아 보인다. 그리고 높은 차고로 인해 승차 시 불편할 수 있으나, 이번 플래티넘 모델에 적용된 전동식 사이드스텝 덕분에 쉽게 탑승이 가능하다.
 

후면 디자인도 과한 기교 없이 단정하고 강한 느낌을 준다. 세로형 테일램프는 지나치게 긴 느낌이 있지만, 한눈에 에스컬레이드라는 것을 알 수 있고, 전면 헤드램프와 일체감을 준다.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는 중앙부는 캐딜락 엠블럼을 기준으로 가로로 뻗은 크롬 라인을 입혀 고급스럽고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실내 센터패시아의 디자인과 풀 LCD 계기반은 다른 캐딜락 모델과 비슷한 레이아웃을 사용했다. 센터패시아 조작은 터치 방식을 사용했는데, 햅틱 기능을 지원한다. 나름 버튼을 누르는 느낌을 재연했지만, 진동이 약해서 주행 중 피드백을 받기 어려웠다. 변속기는 핸들 옆에 위치한 칼럼식을 사용했는데, 크기가 매우 커서 한눈에 위치를 찾을 수 있다. 조금 크기가 작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 커다란 덩치를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2열의 거주성과 편의사양은 매우 우수한 편으로 1열 헤드레스트에 디스플레이 2개, 천장 중앙 디스플레이 1개까지 총 3개의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시트의 착석감도 매우 편안해서 VIP를 모시기에도 충분하다고 느껴졌다. 아쉬운 점은 차체 크기에 비해 3열 시트 공간이 협소했고, 3열 시트를 펼친 상태에서 트렁크 공간은 매우 부족해 보였다. 3열 시트를 사용하는 동시에 넓은 트렁크 공간을 갖추길 원한다면 롱 바디 모델이 제격이나, 정식 수입되지 않고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시동을 걸면 으르렁거리는 엔진 소리와 배기음이 인상적이다. 탑재된 엔진은 최고출력 436마력, 최대토크 62.2kg.m의 6.2리터 8기통 자연흡기 엔진으로 쉐보레 카마로SS에 탑재된 엔진과 동일하다. 다운사이징, 하이브리드 등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듯하지만, 주행 중 들리는 엔진 소리와 배기음은 마치 머슬카를 타고 있는듯한 느낌과 풍요로움을 안겨준다.

 


특히 저 회전 영역부터 꾸준하게 토크가 발휘되고, 같이 짝을 이루는 10단 변속기의 촘촘한 기어비 덕분에 2.7톤에 육박하는 공차중량이 무색하게 느껴진다. 가속 성능은 폭발적이진 않지만, 꾸준하게 여유롭게 가속하는 느낌이 에스컬레이드와 어울린다. 브레이크 성능은 부족하진 않지만, 꽤 무겁게 세팅돼 있어 생각보다 강하고 깊게 밟아야 원하는 제동력을 얻을 수 있다.

운전석에 앉아 내려다보이는 시야는 마치 미니버스에 탑승한 것으로 착각할 만큼 높다. 덕분에 큰 차체 크기에도 불구하고 운전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승차감 역시 1초당 1,000번 노면 상태를 감지하고 반응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이 탑재돼 있어 부드러우면서도 제법 탄탄하게 차체를 잡아준다. 아쉬운 점은 과속방지턱 같은 높은 요철을 만났을 때, 프레임 바디 SUV의 딱딱한 승차감이 어김없이 느껴진다.
 

약 100km의 거리를 시승하는 동안 계기반에 표시된 평균 연비는 5.2km/l로 공인연비인 6.8km/l보다 조금 낮게 나왔다. 들려오는 배기음 소리에 홀려 가속페달을 꾸준히 밟았고, 잦은 언덕과 코너로 가속, 감속이 많은 코스 위주로 주행한 결과이다. 하지만 에스컬레이드 구매를 고려하는 운전자들에게 연비는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아닐 것 같다.
 

시승 중 에스컬레이드는 풍요로움, 여유와 같은 단어가 계속 떠오르게 했는데, 풀사이즈 SUV에 걸맞은 단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기어 변속 시 빈번히 L 모드로 이동하는 불편한 칼럼식 변속기, 핸들 뒤편에 위치한 비상등 버튼 등 아쉬움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에스컬레이드의 멋스러운 외관과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이 주는 만족감은 모든 것을 상쇄했다.

에스컬레이드가 추구하는 방향은 이처럼 만족감이 높지만, 저 배기량 다운사이징, 친환경차가 대세인 요즘 확실히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을 고집하고, 다른 차종과 다른 방향을 추구하는 것이 그 희소가치와 존재감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knh@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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