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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이별이었지만 완벽했다, 페라리 488 스파이더 시승기

  • 기사입력 2019.08.30 09:40
  • 기자명 김예준 기자
[오토트리뷴=김예준 기자] 페라리의 국내 공식 수입 및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FMK가 페라리의 베스트셀러인 488 모델의 시승회를 개최했다. 이번 시승은 공도가 아닌 인제 스피디움 서킷에서 진행해 488의 뛰어난 성능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었다.

최근 단종된 488은 아직까지도 중고차 시장에서는 활발한 거래량을 자랑하는 인기 모델이다. 458 이탈리아(이하 458)의 후속 모델로써 458과 비슷하지만, 모든 부분에서 진화한 페라리 대표 미드십 슈퍼카다. 디자인은 물론이고, 모든 영역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비례도 황금비율처럼 완벽한 비율을 자랑한다.
 


시선이 꽂히는 날카로운 외관

엔진이 운전석 뒤에 있는 미드십 차량답게 전면의 후드가 짧고 단순하다. 458의 직계 후속 모델인 만큼 세로로 긴 헤드램프는 그대로 유지됐으며, 주변을 검은색 베젤로 처리해 상당히 날카로운 인상을 만들었다. 범퍼 하단부에는 엔진 냉각 대신 유속의 흐름을 고려한 커다란 공기 유도구가 자리 잡고 있다.
 


측면은 낮아도 너무 낮다. 차체와 펜더 사이에는 주먹은 물론 손가락도 들어가기 힘들 정도다. 그러면서도 뛰어난 성능을 고스란히 발휘하기 위해 크면서도 폭이 넓은 휠이 장착됐고, 내부에는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가 휠을 가득 채우고 있다. 미드십 차량답게 차량 후면 펜더에 엔진의 냉각을 위한 커다란 공기흡입구가 위치한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기존 488 GTB와 달리 차량의 지붕이 열리는 스파이더 모델이다. 때문에 미드십 슈퍼카 만의 전유물인 투명한 엔진룸을 잃었지만, 탑승 공간은 뛰어난 개방감을 자랑한다. 테일램프는 여느 페라리와 마찬가지로 원형의 형태다. 배기구는 범퍼 중앙에 위치하고 있으며, 하단부에는 검은색의 디퓨저가 바짝 솟아 있어 디자인 완성도는 물론 공력성능까지 높여준다.
 

오로지 운전자에게만 집중된 실내

실내는 너무 당연하게도 모든 게 운전자 중심이다. 센터패시아에 공조기만 간결하게 배치돼 디자인보다는 주행 중에도 원활한 조작이 가능하며, 터치스크린이 없는 대신 조수석에 차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별도의 표시창이 마련되어 있다. 이는 다양한 주행 정보를 계기반과 동일하게 표시하는데, 조수석에서도 488의 성능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슈퍼카답게 계기반은 단순하면서도 다양한 정보를 알려준다. 계기반 중앙에는 커다란 원형 다이얼의 RPM 게이지가 위치해 속도보다는 변속 타이밍을 놓치지 않게 했고, 좌우에는 별도의 디스플레이를 배치했다. 좌측 디스플레이는 속도를 포함해 차량 세팅, 유온과 수온 등이 확인 가능하고, 우측 디스플레이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담당한다.
 


정통파 슈퍼카답게 488의 스티어링 휠 뒤편에는 커다란 패들 시프트가 위치하는데, 좌우 패들 시프트를 동시에 당기면 주차모드가 활성화 되도록 만들었다. 스티어링 휠에는 방향지시등, 와이퍼, 주행모드, 감쇄력 조절, 시동 버튼까지 자리 잡아 주행 중 손이 스티어링 휠을 벗어나지 않고 동시에 불필요한 움직임을 막아 최대한 빠르게 모든 조작이 가능하도록 직관적으로 만들었다. 
 

시트는 안락함보다는 탑승자의 지지력을 높이는데 집중해 허리와 허벅지 지지부를 세웠고, 쿠션감이 없는 만큼 최대한 낮은 시트 포지션을 설정할 수 있다. 시트에 앉아 손바닥으로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는 것이 가능할 정도다. 게다가 실내 곳곳 카본으로 마감해 고성능 슈퍼카다운 분위기까지 연출했다.

이렇게 바닥에 붙어있는 것처럼 낮은 시트 때문에 몸을 구겨 넣듯이 탑승해야 한다. 원래 멋진 옷도 막상 입으면 불편한데, 488스파이더도 그런 느낌이다. 멋지게 타고 내리려면 승하차 연습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그래도 시트에 앉으면 온전한 나만의 공간으로 들어선 듯한 기분이 썩 괜찮다.
 


고혈압을 부르는 폭발적인 성능

488 스파이더는 미드십 구조로 엔진이 시트 바로 뒤쪽에 있다. 3.9리터 V8 가솔린 엔진의 엔진음과 배기음이 심장박동수를 높인다. 평상시에는 숨겨져 있는 엔진이지만, 시동을 걸고 있으니 출발하기 전부터 배기음을 타고 670마력의 강력한 성능이 온 몸으로 전달되는 것만 같다. '최고출력... 최대토크 77.5kg.m, 가속성능(0-100km/h)은 3초'라는 제원이 머릿 속을 스쳐 지날 무렵 출발 신호가 떨어진다.
 


커다란 패들 시프트를 통해 1단으로 변속한 뒤, 바짝 세워져 있지만, 다소 무거운 가속 페달을 밟으면 바로 뒤에서는 폭발적인 엔진음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묵직한 조작감과 달리 차체의 움직임은 가뿐하면서도 깔끔하다. 피트에서 나오자마자 이어지는 오르막 구간을 488은 내리막길을 내리꽂듯이 무서운 속도로 질주한다. 첫 번째 랩은 차량과 코스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지나가버렸는데, 두 번째 랩에서부터는 조수석에 탑승한 인스트럭터가 과감한 가속을 부추긴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는 생각을 끝내기도 전에 RPM은 이미 레드존에 도달해 계기반과 스티어링 휠에 부착된 인디케이터는 당장 기어 변경을 해달라고 보챈다. 패들 시프트는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즉각적으로 기어를 변속을 완료한다. 여태껏 다른 차에서는 느껴 보지 못했던 속도이기도 하지만, 시트에 파묻히는 가속력과 온몸으로 느껴지는 670마력의 출력은 실로 대단했다.
 

서킷 주변 풍경은 즐길 틈도 없이 빠른 속도로 지나가지만, 코너는 쉴 틈 없이 나타난다. 첫 번째 랩에서 열을 충분히 받은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는 비싼 몸값을 증명하듯 강력한 브레이크 성능을 뽐낸다. 약간의 과장을 더하자면 조금만 더 깊게 밟았다가는 온몸이 꽂히는 정도가 아니라, 아스팔트를 파고 들어가 버릴 것 같다. 재가속을 위해 기어 단수를 내리면 뒤에서는 강력한 팝콘 소리가 달팽이관을 흔든다. 귀가 아프지만, 아드레날린이 마구 뿜어져 나오는 통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숫자로 보는 제원도 대단하지만, 스트로크가 짧고, 서스펜션이 단단한 덕분에 불필요한 움직임은 허용하지 않았다. 게다가 중앙에 배치된 엔진의 이상적인 설계는 코너링의 한계점을 더 높여줘 진입 속도를 줄일 필요가 없다. 계속된 코너링에서도 스핀은 발생하지 않았고, 약간의 슬라이드는 오히려 운전의 재미로 다가왔다. 
 


아쉬운 이별, 페라리 488

488은 페라리 역사상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는 458의 후속 모델인 만큼 더 완벽한 성능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실제로 서킷에서도 488은 모든 성능을 온전히 끌어내며, 모든 코스를 완벽하게 부숴 버렸다. 그러나 이번 행사를 끝으로 488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안녕을 고했다. 페라리 본사가 올해 초 제네바 모터쇼를 통해 488의 후속 모델인 F8 트리뷰토를 공개한 탓이다.

아쉽게도 물량 문제로 인해 국내에서는 F8 트리뷰토의 출고가 미뤄져 왔다. 그러나 페라리의 공식 수입원인 FMK는 이날 행사장에서 “F8 트리뷰토의 출고가 조만간 시작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즉, 이번 서킷 체험은 F8 트리뷰토의 정식 출고에 앞서 488을 통해 페라리 미드십 슈퍼카의 성능을 미리 경험한 맛보기 시간이었던 셈이다. 비록 현재는 단종돼 구형 모델이 됐지만, 488은 모든 부분에서 완벽했다. 이제 F8 트리뷰토의 차례다. 488도 완벽했는데, F8 트리뷰토는 또 어떨까. 하지만 나의 궁금증은 의미가 없다. 다음 행사는 편집장이 예약했으니.   

kyj@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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