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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팔아 월급 올리라는 노조의 요구, 받아들여도 괜찮을까?

  • 기사입력 2019.12.25 20:34
  • 기자명 양봉수 기자

완성차 5개 노조 중 4개 노조가 파업
쌍용차만 유일하게 노사 협력
르노삼성차 노조, 사실상 공장 팔아서라도 급여 인상하라 요구

[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우리나라 자동차 노조는 강성으로 아주 유명하다. 자동차 품질은 여전히 제 자리지만, 처우는 이미 업계 최고 수준이며, 강경한 자세 역시 해외에서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현대자동차 노조는 와이파이로 논란을 일으켰으며, 르노삼성차 노조는 공장을 팔아서라도 월급을 올리라는 요구를 하고 나섰다. 판매량이 급락한 한국지엠 창원 공장에서도 1교대 반대로 인해 휴업 상태에 돌입했다. 그러나 쌍용차는 상여금을 반납해서라도 공존하자는 모습을 보여 노조에 대한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 와이파이 제한에 특근 거부
지난 9일이었다. 현대차는 “작업시간 안전사고 위험을 예방하고자, 와이파이 사용을 식사 및 휴식 시간에만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는 이에 대해 “2011년과 2016년 노사협의회 합의에 따라 시행된 사안이라, 사측이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노조 무력화 시도”라고 반발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노조는 특근을 거부하는 강경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1월 취임을 앞둔 이상수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필요하면 노사 합의를 통하면 되는데, 회사가 일방적으로 통보해 전국적으로 이슈화돼 창피하다”며, “품질은 현대차를 사랑하는 사람 감정에서 나오는 것이지, 와이파이 접속 차단하도, 비용을 아끼거나 품질을 높이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와이파이 제한이 이슈화되자, 관련 기사 댓글과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자동차 생산 라인에서 “유튜브를 보면서 작업한다”, “게임은 양반이다”, “축구 보다가 차가 오면 내려치기를 하며 재빨리 조립하고, 다시 축구를 본다” 라는 등의 각종 만행에 대한 폭로와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여러 상황을 지켜보던 현대차는 23일, “24일 자정부터 울산공장 내 와이파이 접속을 제한하기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작업시간 안전 확보 및 품질 유지는 노조와 협의해서 결정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에서다. 이에 노조는 사측의 와이파이 제한 조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자동차 공장에서 와이파이를 지원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게다가 한국지엠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내외 자동차 공장에서는 생산라인 작업 중 스마트폰 사용 자체를 금지한다. 현대차 미국 공장에서도 스마트폰은 개인 사물함에 보관하며, 르노삼성, 쌍용차 역시도 스마트폰 사용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기아차 노조, “현대차 수준만 못하다”
기아차는 타사에 비해 비교적 조용한 편이다. 그러나 기아차 역시 노사관계가 매끄럽지 못하다.

기아차는 임금·단체협상 타결이 무산되면서 매우 난감하고도 복잡한 상황에 빠졌다. 기아차는 잠정합의안에 기본급 4만 원(호봉승급 포함) 인상, 성과 및 격려금 150%+320만 원(전통시장 상품권 20만 원 포함) 등을 담았다. 그런데 이게 현대차보다 못하다는 이유로 찬반투표에서 반대 56%로 부결돼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기아차 대표이사 최준영 부사장은 담화문을 통해 참담하다는 심경을 전했다. 또 예상치 못한 결과로 매우 유감과 책임을 느낀다면서도 세계 자동차 시장의 상황과 경쟁력을 잃고, 공장폐쇄와 감원, 철수설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완성차 3사를 거울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기아차 노조는 사측이 노조의 요구에 호응하지 않으면 파업 시간을 늘리겠다며, 압박하고 나서 최근 출시된 K5를 비롯해 인기 모델들의 출고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르노삼성차 노조, “소를 키우든 농사를 짓든 경영진의 몫”
23일부터 르노삼성차 노동조합이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6월 노사 상생협약을 체결한지 6개월 만이다. 이번에 노조가 요구한 내용은 기본급 15만 3335원(8.01%) 인상, 노조원 한정 매년 통상임금의 2% 추가 지급, 추가 인력 채용, 임금피크제 폐지, 일시금 및 격려금 400만 원 등 26개 항목이다.

이에 사측은 기본급 인상은 어렵고, 900만 원을 일시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변동급의 고정급 전환을 통해 통상임금 인상을 협상안으로 내놨으나, 노조는 기본급 인상 요구를 사측이 거부했다며, 23일 파업에 돌입했으며, 이번 파업은 31일까지 지속된다.

노조 교섭단은 성명서를 통해 "부산공장 공시가가 1조 1,641억 원이다. 소를 키우든 농사를 짓든 경영진이 고민하라"고 주장했다. 르노삼성차는 공장이 부산밖에 없다. 부산 공장을 매각하면 일자리가 없어진다. 즉,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노조를 만족시킬 돈을 준비하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이 여의치 않다. 르노삼성차의 부산공장은 이미 르노 본사에서 노조의 파업으로 안정적인 생산이 어렵다는 이유로 ‘관리 사업장’으로 지정됐다. 최근에는 닛산 캐시카이의 위탁 생산을 종료했고, XM3의 생산도 미루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21만 6천여 대에 달하던 생산량은 이미 15만 대 수준으로 떨어졌고, 내년에는 10만 대 수준으로 전년대비 반 토막 날 상황이다.
 


한국지엠 노조, “강제적 1교대 시행 반대”
한국지엠의 창원공장에서는 스파크, 다마스, 라보 등을 생산한다. 주로 작은 차를 만드는데,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에서 경차의 판매량이 매우 부진한 상황이다. 게다가 지엠이 오펠을 유럽에서 철수하면서 판매량이 더 떨어졌다. 창원공장은 연 25만 여대를 생산할 수 있지만, 최근까지 내수 및 수출 물량까지 모두 더해도 가동률은 50%에 못 미친다.

당연히 신차 투입도 확정되어 있지만, 앞으로 3~4년 뒤 일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적자가 불가피하다. 이런 이유로 한국지엠은 창원공장을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강제적 1교대 시행에 반대한다”고 반발했다. 이와 함께 법원에서 불법으로 판결한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585 명의 해고를 명분으로 더했다. 그러나 노조의 속내는 비정규직을 위해 반발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들이 비정규직의 업무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본인들을 위한 반발이라는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한국지엠은 이번 노조의 반발에 근무제 변경을 미루고,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현 근무제로 공장을 돌릴 생산물량이 없기 때문이다. 사측은 내년 새로운 노조와 근무제 변경에 대해 다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한국지엠의 군산공장은 지난 5월 폐쇄됐으며, 9월에는 한국지엠의 수입차를 불매운동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논란을 빚기도 했다.
 


쌍용차 노조, “복지 줄이고, 상여금 반납”
위 노조와 다른 행보를 보이는 노조는 쌍용차다. 쌍용차는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최악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1,821억 원, 연말까지는 2천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이후 12분기 연속 적자다.

쌍용차는 이미 7월에 임원 20%를 감원하고, 급여를 10% 삭감했다. 노사는 10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했다. 노조는 상여금 200%와 각종 수당도 반납하고, 일부는 2022년 분할로 받기로 했다. 또한 25개에 달하는 복지 혜택을 축소해 총 2,500억 원 수준의 비용을 아꼈다.

이를 지켜본 마힌드라 그룹은 쌍용차를 돕기 위해 전방위 지원을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중국 전기차 업체와 제휴를 도와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고, 포드 앰블럼을 부착해 해외로 판로를 늘릴 수도 있다. 마힌드라와 포드가 맺은 파트너십 덕분이다.

이와 함께 쌍용차는 자체적으로도 신차 개발에 힘써 현재 12만 대 수준의 생산량을 5년 내 22만 대까지 돌파하겠다는 계획이다.

bbongs142@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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