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티볼리 '大'자 아닌 진짜 코란도가 필요하다
상태바
쌍용차, 티볼리 '大'자 아닌 진짜 코란도가 필요하다
  • 양봉수 기자
  • 승인 2019.12.27 08: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징적인 모델 없는 쌍용차
대세만 좇다 희미해진 코란도
정체성 잃고 판매량도 추락
[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쌍용자동차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노조는 상여금을 반납하고, 25개 항목의 복지도 축소하기로 했다. 임원 수는 감원하고, 연봉도 줄였다. 이에 마힌드라도 쌍용차에 자금 지원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쌍용차에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
 

쌍용차는 체어맨을 단종 시키고, SUV 전문 브랜드로 거듭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현재까지 과거의 명성을 되찾지 못하는 수준이 아니라,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근본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탁월한 경쟁력을 갖출 만큼 대표적으로 내세울 만한 SUV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렉스턴은 과거 현대 테라칸과 기아 모하비와 경쟁하며, 경쟁 우위에서 상위 1%의 고급 SUV로 군림했다. 렉스턴 중에서도 노블레스는 고급 SUV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현재 렉스턴의 정체성은 중형 SUV 가격에 구입 가능한 대형 SUV 정도다. 현대 팰리세이드와 기아 모하비 경쟁도 아니고, 그 아래 급 모델들과 경쟁하고 있다. 2.2리터 4기통 디젤엔진을 장착했기 때문에 대형 SUV로 인정받지 못하는 한계는 핑계에 가깝다. 같은 배기량의 팰리세이드도, 배기량이 더 낮은 볼보 XC90도,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도 모두 성공적인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소형 SUV 시장을 주도했던 티볼리의 인기는 과거형으로 변해가는 상황이다. 소형 SUV 시장이 치열해지면서 경쟁사는 소형 SUV 라인업을 더 세밀하게 나누고 있다. 이런 상황에 신차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쌍용차는 티볼리의 경쟁력마저 유지하지 못하며, 판매량 방어에 실패했다. 티볼리는 분명 성공적인 데뷔를 했고, 지금까지 잘 해왔지만, 더 이상 티볼리에게만 높은 판매량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나마 렉스턴의 파생모델인 렉스턴 스포츠와 렉스턴 스포츠 칸이 쌍용차의 효자 모델이다. 최근 쉐보레 콜로라도가 국내에 수입되면서 렉스턴 스포츠의 상품성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가성비와 효율성을 내세워 인기를 끌고 있다. 가능성만 보며, 유지했던 픽업트럭 시장에서 한국형 픽업트럭이라는 타이틀로 역대 픽업트럭 중 가장 뛰어난 완성도를 바탕으로 공장가동률까지 최대한으로 높이기도 했다.
 
▲사진설명 : 쌍용 코란도를 이렇게 세대별로 세워보면 어떨까?

하지만 진짜 문제는 코란도다. 렉스턴은 그나마 대형 SUV의 향수라도 남아있지만, 코란도에게는 과거 모델의 향수마저도 느껴지지 않는다. 하다못해 국내의 경쟁사들도 세대를 거듭하면서 그 차종의 헤리티지를 계승하려고 굉장한 고민을 한다. 그런데 코란도에는 그런 흔적이 없다. 이름만 코란도일 뿐, 코란도의 과거 디자인이나 정체성 등이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과거의 코란도는 쉽게 말해 지프 랭글러, 랜드로버 디팬더, 메르세데스-G클래스처럼 매우 상징적인 모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티볼리보다 조금 큰 도심형 SUV가 됐다.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소비자들은 그 이유에 대해 관심이 없다. 코란도는 코란도다워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는 점에서 실망하고, 외면한다는 것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본인들조차도 팍팍한 현실에 소비자들의 요구를 외면하는 것일까. 이유야 어찌 됐던 코란도는 더 큰 티볼리가 아니라, 코란도가 되었어야 했다.
 

국내 오프로드 시장은 크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오프로드 시장만 봐서는 답이 없다. 그러나 코란도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면서 과거의 향수를 자극할 수 있다면 쌍용차의 이미지 개선은 물론 전체 판매량이 동시에 영향을 받는 마법이 일어나지 않을까. 참고로 포르쉐도 911보다 파나메라와 카이엔의 판매 수익이 압도적이고, 랜드로버 디팬더와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도 폭발적인 판매량을 자랑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존재 자체만으로도 이 모델들이 존재 의미는 충분하다.

뜻이 있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 노사가 어려운 결정을 했고, 마힌드라의 지원이 이뤄진다면 더 이상 당장 팔릴 모델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쌍용차 역사의 중심에 있고, 중심이 되는 코란도의 정체성부터 되살리길 기대해본다. 외면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bbongs142@auto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