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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 구역의 경쟁자는 없는 것일까? 폭스바겐 티구안 시승기

  • 기사입력 2020.01.29 11:41
  • 기자명 양봉수 기자

질리지 않는 깔끔한 디자인
리터당 20km를 육박하는 고효율 파워트레인
SUV 본연의 기능 충실한 탑승 및 수납공간
첨단사양 및 편의사양도 인상적


[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각이 다했다”고 말하고 싶다. 티구안은 직선과 각이 지배하는 차다. 더 이상 둥글둥글하고, 둔하지 않다. 실내외 어디를 살펴봐도 깔끔하다. 당연히 디자인만 각이 잡혀 있었다면 멋진 인상이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것인데, 주행성능이나 편의사양, 첨단사양까지 '각'이 제대로다. 솔직히 ‘이 돈이면 국산 OOO이 낫다’는 주의였는데, 이제는 아니다.
 

다리미로 다려 놓은 듯한 칼주름

전 세대 티구안은 개인적인 취향도 아니었고, 어딘가 부족해 보였다. 그러나 시승차는 아주 깔끔하다. 가로로 쭉 뻗은 라디에이터 그릴은 헤드램프로 곧장 이어지고, 주간주행등이나 방향지시등까지도 하나 같다. 후드와 범퍼는 SUV의 강인한 느낌을 살려 굵직한 선을 넣어 너무 과하지도, 존재감이 없지도 않다. 어쩜 이렇게 깔끔할까? 깔끔한 직선들이 마치 다리미로 다려서 날을 세운 것 같다.
 


측면에서 바라보면 약간 돌격형이다. 보행자안전과 공력성능 등을 고려해 후드가 비교적 낮게 시작되고, A필러도 바짝 누워있는 편이다. A필러 하단부터 테일램프까지는 매우 짙은 캐릭터라인이 도어 손잡이를 지난다. 군대에서 이렇게 각을 잡았다면 아마 선임들이 엄청 예뻐했을 거 같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도어와 도어 하단부에는 크롬을 넣어 한 번 더 강조했다. 끝났다. 멋지지 않을 수가 없다.
 

짙은 음각의 캐릭터라인은 테일램프를 뚫고, 끝까지 바짝 들어간다. 하지만 이 캐릭터라인이 끝나는 동시에 테일램프 사이는 다시 양각의 선으로 채워진다. 테일램프 역시 직선적이며, 내부는 다리미로 잘 다려 놓은 듯 평평하다. 범퍼 하단부도 크롬과 플라스틱을 활용해 적당한 선을 지켰다. 머플러 팁은 투박한데, 눈에 잘 띄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강한 듯 부드러운 실내

티구안은 실내에서도 직선 위주의 디자인을 사용해서 매우 단정하다. 비대칭 구조로 운전자 중심적이긴 하지만 과하지 않다. 스티어링 휠, 계기반, 센터페시아 버튼들은 원형으로 디자인되어 자칫 너무 딱딱해 보일 수 있는 실내를 적절히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계기반의 글자나 회전계들은 가시성이 매우 좋고, HUD도 플로팅 타입이긴 밝기가 충분하고, 다이얼로 높낮이 조절이 가능해서 편리하다. 전체적인 실내 디자인이나 마감은 우수한 편이지만, 변속기 주변이나 센터페시아의 눌렀을 때의 감성은 기대했던 것만큼 썩 좋지는 않다.
 

 

1열 시트는 다소 평평해 보이지만, 막상 앉으면 측면 지지부가 충분히 높아 몸을 잘 지지해주고, 장거리 운전에서도 허리가 아프지 않도록 요추받침 기능도 제공한다. 조수석까지도 총 3단계의 메모리 시트가 지원되며, 장시간 탑승해도 시트의 착좌감은 우수한 편이다. 뒷좌석도 시트 각도가 세단 이상으로 편안하고, 노트북이나 태블릿, 간식을 올려 둘 수 있는 테이블도 준비되어 패밀리카로 제격이다. 단, 센터터널이 높아 가운데 앉기에는 발이 불편할 수 있겠다.
 

도어 내부의 수납공간은 부직포 같은 소재로 마감해서 프리미엄 브랜드와 같은 품질을 자랑하고, 곳곳에 수납공간도 많다. 특히 트렁크는 2단으로 수납공간을 나눌 수도 있고, 측면으로는 별도의 공간도 모두 살렸다. 게다가 장바구니를 걸어 둘 수 있는 장치나, 무거운 짐을 위한 고정장치들도 준비돼 실용성이 매우 높다. 트렁크 도어 쪽으로는 비상삼각대와 LED 조명이 부착되어 있고, 전동 개폐 기능까지 제공되니 패밀리카로도 손색이 없다.
 

스트레스 없이 시원한 주행성능

운전석에 앉았을 때는 국산차와 큰 이질감이 없다. 국산차 브랜드가 워낙 폭스바겐을 많이 참고한 탓이다. 스티어링 휠을 잡았을 때의 파지감도 썩 좋고, 왼쪽 발판도 제대로 만들어 놨다. 그러나 사이드미러가 작아서 사각지대가 은근히 있는데, 이는 사이드미러와 A필러 사이에 위치한 경고등을 통해 사각지대 차량을 확인할 수 있다.

2.0 디젤 엔진을 장착하고 있어서 디젤 특유의 소음이나 진동이 올라오긴 하지만, 평소에도 디젤 차량을 타고 있어서인지 특별히 거슬리지는 않는 수준이다. 최고출력이 150마력, 최대토크는 34.7kg.m이라서 특별한 기대감은 없었고, 드라이브 모드에서는 역시나 무난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변속기 레버를 한 번 더 당겨서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자, DCT의 시원한 가속이 이어졌다. 패들시프트는 조금 작은 감이 있지만, 조작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고, +를 계속 당기면 자동으로 드라이브 모드 전환이 되어 은근히 편하다.
 


도심에서는 오토홀드 기능이 있어서 브레이크를 계속 밟을 필요가 없어 편하다. 현대 투싼 정도로 운전하기에 부담스럽지도 않은 크기라서 곧바로 적응할 수 있는데, 골목이나 이면도로, 마트, 일반 아파트 주차장 등 어디서나 편하게 운전과 주차가 가능하다. 특히 주차 시에는 후방카메라 및 360도 카메라도 작동하는데, 실제로 카메라가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면서 그래픽을 완성하는 시스템이고, 화질도 좋은 편은 아니다. 없는 것보다 있어서 조금 편리한 정도.
 

다른 폭스바겐의 차량들이 그렇듯이 코너링이 심한 곳에서도 아주 단단하고 안정적으로 잘 돌아 나간다. 단순히 하체만 단단한 세팅이 아니라, 섀시까지도 든든하게 받쳐주는 기분이다. 물론 안정적이라는 표현은 어디까지나 국산 SUV 대비 좋다는 의미다. 노면이 좋지 않은 곳에서도 잔진동을 적당히 걸러 주면서 단단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움직임은 좋지만, 아주 편안한 승차감을 원한다면 다소 불편할 수도 있다.
 

첨단사양과 효율성은 기대 이상

고속에서의 가속이나 추월도 스트레스가 크게 없지만, 이보다 HUD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작동돼서 아주 편안하게 연비주행이 가능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차간거리 및 차선이탈보조까지 지원한다. 비가 내리는 중이었음에도 모든 기능들이 훌륭하게 작동했다. 다만, 전방 센서가 예민하게 세팅되어 있어 전방 차량이 물을 심하게 날리면서 주행할 때는 이 역시 차량으로 인식해서 급제동을 하거나, 차간거리를 더 벌리는 일도 종종 발생했다.
 


고속 연비는 시속 100km로 주행 시, 약 1,500rpm을 유지하고, 무려 19.2km/l를 기록했다. 조금만 더 연비에 신경 쓰면 20km/l 이상도 가능할 것처럼 연비는 굉장한 수준이고, 서울에서 원주까지 연료 게이지는 한 칸도 줄지 않았다. 그러나 풀 상태에서 떨어지는 속도가 느린 것일 뿐, 이후로는 게이지가 떨어지는 속도가 빨라졌는데, 고속도로만 주행한다고 가정했을 경우에는 가득 주유 시, 800km 주행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SUV, 그 자체에 충실한 티구안

요즘은 모양새만 그럴싸하게 SUV처럼 만들어 놓고, SUV다운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차량들이 많다. 또 SUV라고 하면 물렁한 하체 세팅을 좋은 승차감으로 포장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나 이번에 시승한 티구안은 SUV라고 해서 주행감성을 너무 내려놓지도 않았고, 그 어렵다는 적정선을 잡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효율성은 동급 최강을 자랑했고, SUV의 본질인 실용성도 굉장하다. 2열을 위한 공간이나, 트렁크에서 볼 수 있는 세심한 흔적들은 실제 소비자들을 위해 얼마나 고민했는지 누구나 알 수 있는 수준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4천만 원대의 예산으로 싼타페 인스퍼레이션, 팰리세이드 등을 경쟁모델로 두면서 티구안을 고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만약에 아이가 둘이나 있다면 티구안의 트렁크는 좁을 수 있지만, 미혼이거나 아이가 하나라면 티구안을 추천하고 싶다. 주행성능도 좋고, 2열 시트까지 넉넉한 공간, 안전성이나 편의사양까지 옵션으로 가득한 국산차와 비교해도 손색없으니. 그리고 이 티구안은 현대차가 투싼의 신모델 개발 때마다 벤치마킹을 매우 많이 한 모델이 답은 이미 여기서 끝났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bbongs142@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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