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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시장을 흔드는, 제네시스 EQ900 시승기

  • 기사입력 2016.02.23 03:14
  • 기자명 오토트리뷴

[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국내 대형차 시장에서 국산차들의 입지가 매우 좁아지고 있다. 최근들어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는 현대 에쿠스와 기아 K9, 쌍용 체어맨 W를 모두 합친 판매량보다 많이 팔아왔을 정도로 국산차들의 성적은 초라했다. 그러나 제네시스 EQ900은 저조했던 에쿠스의 판매량을 깨고, 출고까지 최소 4개월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로 관심과 인기가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모델명과 디자인, 에쿠스의 헤리티지 계승

현대차는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 에쿠스가 아닌 제네시스를 새 브랜드로 택했다. 현대차 관계자들은 이미 해외에서도 제네시스가 에쿠스보다 인기도가 월등히 높다는 점을 적극 고려했다고 여러 차례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여전히 에쿠스가 더 고급 모델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모델명은 에쿠스의 EQ를 따와 EQ900이라는 모델명을 완성했다.


이름에서만 EQ900의 에쿠스의 헤리티지를 계승한 것은 아니다. 외관에서도 곳곳에서 에쿠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먼저 전면 범퍼 하단에 자리잡은 긴 방향지시등은 1세대 에쿠스 디자인을 재했고, 측면의 도어와 테일램프도 각각 1세대와 2세대 디자인을 반영해서 에쿠스가 보여줬던 기함다운 모습을 EQ900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했다.


그러면서도 제네시스 브랜드에 맞게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하는 시도도 적극적으로 했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고급브랜드의 차별화 전략에 따라 헥사고날 그릴이 아닌 크레스트 그릴을 적용했다. 이 그릴은 방패모양처럼 위가 더 넓어서 정중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헤드램프는 HID처럼 보이지만, 고가의 어댑티브 풀 LED가 적용됐다.


크기는 기존 에쿠스보다 45mm 늘어나서 전장이 5.2미터를 넘게 됐다. 전폭도 1,915mm 15mm 더 증가하고, 휠베이스는 116mm나 길어졌다. 하지만 비율이 좋아지고, 디자인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서 시각적으로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 EQ900 런칭 행사장에서 만난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피터 슈라이어 사장도 측면의 비율과 전반적인 형상을 EQ900 디자인에 있어서 자랑할만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후면부의 디자인은 테일램프의 영향이 커서인지 에쿠스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다. 테일램프 디자인의 전반적인 형상이 비슷해 보이는데, 막상 비교해보면 완전히 다른 디자인이다. 크롬은 번호판 위와 범퍼 하단부에 사용해서 안정감 있는 모습을 표현했고, 고급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앰블럼의 위치를 모두 트렁크 상단으로 조정했으면 더 깔끔해 보였을 것 같은데, 상하단으로 나뉘어 부착되어있어서 살짝 아쉽다.


편안함과 고급스러움이 극대화 된 실내

EQ900의 실내는 매우 젊고, 세련되어졌다. 실내는 총 5가지의 리얼우드와 2가지 우드그레인, 5가지 가죽컬러와 프라임 나파가죽 등으로 선택의 폭이 넓고, 다양하다. 또 모든 부분을 가죽으로 감싸고, 변속기 레버는 알루미늄으로 제작하는 등 고급스러운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했다.

디자인은 기존 제네시스(G80)처럼 수평형 디자인을 적용해서 넓고, 시원하다. 계기반은 속도회전계를 그대로 두면서 중앙부분에만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는데, 가시성이나 정보를 표시하는 내용에 있어서는 충분히 좋다. 헤드 업 디스플레이도 컬러감이나 완성도가 매우 뛰어난 편이다. 센터페시아 상단에 위치한 디스플레이도 다양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표시하고, 분할화면을 제공해서 편리하다.


실내의 모든 버튼들은 조작성이 뛰어나다. 첨단 주행시스템의 버튼들은 운전석 왼편에 묶었고, 드라이브 모드나 어라운드 뷰 기능과 같은 기능들은 변속기 레버 주변에 배치했다. 또 센터페시아에는 미디어와 공조장치 등을 그룹별로 나눠놨다. 그렇지만 내비게이션은 통합검색에서만 터치를 지원하고, 나머지 주소검색 등을 비론한 화면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화면에서는 터치를 지원하지 않아서 다소 답답할 때가 있다.


운전석 시트는 22방향으로 조절이 되기 때문에 편할 수 밖에 없다. 또 스마트 자세제어 시스템을 지원해서 운전자의 키와 몸무게 등의 정보를 입력하면, 신체 조건에 맞게 최적화된 시트와 스티어링 휠, 사이드미러, HUD를 조정해준다.




시승차에는 VIP시트가 적용되어 있어서 뒷좌석에 2명만 탑승할 수 있다. 그래서 실용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독립성은 뛰어나다. 뒷좌석은 12방향으로 조절이 가능하며, 앞뒤로 약간의 조정이 가능하고, 헤드레스트가 편해서 시트 포지션이 우수한 편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운전석에서와 같이 모든 것을 조작할 수 있지만, 다이얼을 돌려서 작동시켜야 하는 것은 다소 아쉽다. 경쟁모델의 경우에는 태블릿 PC를 지원하거나 터치가 가능해서 조작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편안함과 정숙성은 좋지만...

시승차는 3.3리터 T-GDi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해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kg.m을 발휘한다. 최고출력이 370마력에 달하지만, 공차중량이 2.2톤에 달하기 때문에 폭발적인 가속성능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그러나 출발부터 속도회전계가 꺾일 때까지 주저 없이 꾸준히 가속된다.



EQ900은 실내로 소음이나 진동이 유입되지 않고, 정숙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사방의 유리는 모두 이중 접합 차음 유리를 사용했고, 도어는 3중 실링을 적용했다. 엔진룸과 하체 방음, 방청도 잘되어있어서 가속은 물론 고속 주행 시에도 상당히 조용해서 가속감이 더디게 느껴진다.


3.3리터 터보와 5리터 모델에는 제네시스 어댑티브 컨트롤 서스펜션이 장착된 덕분에 코너에서의 안정감은 에쿠스보다 훨씬 좋다. 하지만 크기와 무게 때문에 한계점이 높지는 않고, 세팅 자체도 경쟁 수입세단보다는 조금 더 부드럽게 해서 승차감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요철을 타넘거나 노면이 좋지 않은 곳에서도 울렁임 없이 부드럽고, 깔끔하다.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서 스티어링 휠이나 서스펜션, 변속기 반응은 큰 차이가 있다. 특히 차이가 큰 스포츠 모드에서는 변속기가 평소보다 2단계 이상 낮은 기어를 사용해서 시원한 가속성능 이끌어내고, 스티어링 휠의 묵직함과 서스펜션의 단단함도 달라진다. 에코 모드에서는 가속페달을 실수로 깊게 밟아도 반응이 바로 오지 않고, RPM이 그대로 유지된다. 서스펜션은 굉장히 편안하고, 스티어링 휠도 가벼워서 시내주행에서 운행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고속도로 자율주행 지원시스템인 HDA도 사용해봤다. 페달에서 발을 떼고,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도 알아서 차간거리를 맞춰가며, 주행을 하니 신세계가 따로 없다. 마치 미래의 자동차를 타고 있는 듯한 느낌에 소름이 돋을 정도다. 처음에는 기능자체의 의심 때문에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뗄 수가 없었지만, 주행을 하면할수록 믿음이 생겼다. 물론, 아직은 법규 때문에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고 3초 정도 지나면, 경고음이 울리면서 기능이 해제되도록 설정돼 맛보기에 불과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연비는 140km가 넘는 구간을 고속도로에서 주행했을 때 8.7km/l를 기록했고, 도심과 고속 등을 모두 종합한 반납 전 연비는 6.9km/l로 확인됐다. 실연비는 모두 정부 인증 연비와 리터당 1km정도 차이 밖에 벌어지지 않을 정도로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과거에는 차량을 평가할 때 기준이 국산차, 수입차로 나뉘었었다. 그만큼 품질이나 성능차이가 심했기 때문인데, 이제는 그런 차이가 많이 줄어들면서 기준도 같아지고 있다. EQ900은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마감과 실내 장식, 편의사양 등의 부분을 경쟁모델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주행성능은 여전히 편안함 승차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긴 하지만, 편안함을 유지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충분히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한다.


에쿠스는 기사님이 운전해야하는 회장님 차 같은 이미지가 강했는데, 그래도 EQ900은 누가 타도 운전석이 어색하지 않다는 게 에쿠스와 EQ900의 가장 큰 차이이자 EQ900만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이 때문인지 이미 EQ900의 판매량은 출고까지 4개월이 넘을 정도로 밀려 있는 상태다. 앞으로 고객 중심의 기업 마인드와 서비스 개선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실행한다면, 후속모델들의 연이은 성공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봉수 기자 bbongs142@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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