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포드 레인저는 정통, 쌍용 렉스턴 스포츠는 짝퉁?

  • 기사입력 2021.02.03 19:59
  • 기자명 양봉수 기자
[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판매됐던 쌍용 렉스턴 스포츠(칸 포함)가 쉐보레 콜로라도, 포드 레인저와 경쟁할 상황에 놓이면서 이미지가 왜곡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결론부터 정리하면 쌍용 렉스턴 스포츠는 짝퉁이 아니다. 


북미 : 더 크고, 더 강력하게!

세계에서 픽업트럭이 가장 많이 판매되는 지역은 캐나다와 미국을 포함한 북미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여러 매체들이 미국에서 픽업트럭이 잘 팔리는 이유는 배송 서비스가 안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미국에는 배송이 어려운 지역도 있지만, 정말 너무 오래된 이야기다. 미국에는 아마존, 페덱스같이배송 능력이 뛰어난 기업들이 많다.
 
▲GMC 시에라 3500HD의 카라반 견인(사진=GMC)

적어도 현재 북미 시장에서 픽업트럭이 많이 팔리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1톤 트럭이 많이 팔리는 것과 같이 농어촌 지역이나, 산업현장에서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대 포터처럼 보닛이 없는 캡오버형 소형 트럭이 거의 없고, 대형 트럭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엔진이 앞에 있는데, 기본적으로 도로와 주차장이 넓어서 엔진이 앞에 있다고 해서 불편할 게 없다. 또한 엔진이 앞에 있으니, 시트 포지션을 더욱 편하게 만들 수 있어 장거리 운전에도 유리하다. 안전은 당연히 두말하면 잔소리. 
 
물론 승용 시장에서도 픽업트럭은 인기다. 특히 어느 정도 생활 기반이 잡힌 연령대에서는 대형 카라반이나 요트, ATV 등의 레저 장비를 견인하기 위해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주말이나 휴가를 즐기기 위해 구입하는 셈이다. 또한 특별한 목적이 없어도 픽업트럭을 소유하고 즐기는 마니아층도 굉장히 두터워서 튜닝시장 규모가 크고, 포드 F-150 랩터, 램 TRX 등 각종 고성능 트럭도 판매 중이다. 
 

동남아 : 일본 브랜드가 장악한 생계형 시장

풀사이즈 픽업트럭은 미국 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크지만, 중형급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미국에서는 중형 픽업트럭을 굳이 필요로 하지 않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대부분 중형급이 인기다. 우리나라와 가장 비슷한 목적으로 픽업트럭을 활용하는 국가가 동남아인데, 실제로 중형 픽업트럭들의 종류도 가장 많은 편에 속한다. 
 
▲동남아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토요타 하이럭스(사진=토요타)

동남아 중에서도 픽업트럭이 많이 판매되는 베트남이나 태국에는 포드 레인저, 토요타 하이럭스, 미쓰비시 트리톤, 마쯔다 BT-50, 이스즈 D-맥스 등이 판매되고 있다. 동남아 자동차 시장은 일본 브랜드들의 판매량이 높아 픽업트럭도 자연스럽게 일본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며, 비 일본 브랜드는 포드밖에 없다. 
 
동남아 시장에서는 1대의 차량으로 모든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생계형으로 픽업트럭을 구입한다. 그래서 적재 중량이 높은 편이고, 평상시에도 이용해야 하는 만큼 적절한 편의 사양을 갖추고 있다. 기후 특성상 습하고, 도로 상태가 좋지 않은 곳이 많기 때문에 사륜구동 선호도 높다. 그래서 이런 기후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진흙이 가득한 숲에서 픽업트럭으로 오프로드 경기를 하기도 하고, 오프로드를 즐기는 마니아들도 많다.
 
▲포드 레인저의 다양한 남아공 버전(사진=포드 남아공)


아프리카 : 생계형 또는 인력 수송으로 활용

아프리카도 상황은 동남아와 비슷하다. 포드 레인저의 경우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무려 32가지 트림으로 판매된다. 생계형 트림부터 산업현장에 적합한 트림, 승용 트림까지 다양하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생계형은 1대의 차량으로 일도 하고, 일상용으로도 활용해야 하므로 적절한 사양이 필요한데, 산업용은 그야말로 일만 하기 위해 타는 차량이라 사양이 더 떨어진다. 하지만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나 나이지리아 같은 지역에서는 형편에 맞게 구입하는 것일 뿐 생계형이나 산업용을 구분하기는 어렵다.
 
또한 아프리카에서는 적재함에 사람이 탑승하는 경우도 있다. 픽업트럭의 목적성에 맞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불과 30년 전쯤 지방에서 이런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던 것처럼 필요에 따라서는 적재함에 사람이 타고 이동하기도 한다. 
 
▲닛산 동남아 판매 모델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메르세데스-벤츠 X클래스(사진=메르세데스-벤츠)


“정통 픽업은 있지만, 짝퉁은 없다.”

호주나 남미, 유럽에서도 픽업트럭이 판매되고 있고, 픽업트럭이 판매되지 않는 지역은 없다. 유럽에서는 의외로 르노,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가 픽업트럭을 판매하기도 한다. 특히 메르세데스-벤츠 X클래스는 닛산 나바라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되었다. 그런데 왜 X클래스는 짝퉁 논란이 없었을까? 이상한 일이다. 

SUV로 픽업트럭을 만들었다고 해도 이건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물론 아쉽긴 하나, 덕분에 개발비 줄여서 차량가격을 경쟁력 높게 책정할 수 있었다. 실제로 렉스턴 스포츠 기본 트림의 가격은 2,410만 원부터 시작한다. 자동변속기 모델도 2,710만 원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생계형으로 구입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앞으로 판매될 수입 픽업트럭들이 마땅한 대안도 아니다. 거꾸로 쌍용차가 이런 국내 소비자들의 요구를 잘 반영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정통과 짝퉁 논란에 휩싸일 필요가 없다. 
 
정통파는 있을 수 있지만, 세계 그 어느 지역에도 짝퉁은 없고, 단지 그 지역에 맞는 차량이 있을 뿐이며, 쌍용 렉스턴 스포츠는 한국형 픽업트럭이다. 
 
bbongs142@autotribune.co.k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