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란이 생각나는 기아 K8, 잘 돼도 기아 SM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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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란이 생각나는 기아 K8, 잘 돼도 기아 SM6?
  • 양봉수 기자
  • 승인 2021.02.1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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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델명 바꿔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어
- 진짜 명분이 소비자들에게 체감 돼야
[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기아자동차가 2월 17일, K8을 깜짝 공개했다. K8은 K7의 후속 모델로 크기, 성능 강화는 물론 기존 관행서 탈피한 모델명으로 중대형 시장에서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모델명을 바꿔 성공한 사례는 그렇게 흔치 않다.
 
짧은 역사, 내수용 세단
기아 오피러스 후속으로 출시된 K7은 2009년 1세대 모델이 출시된 이후 겨우 한 번의 세대 변경이 있었을 정도로 역사가 짧다. 이번에 공개된 K8을 K7의 후속으로 보더라도 3세대에 불과하다. 이런 모델을 1986년 처음 출시되어 현재 6세대 모델인 현대 그랜저와 비교해서 판매량을 논하고, 심지어 그랜저도 미국에서 판매를 중단한 상황인데, K7에 더 많은 기대를 건다는 것도 웃지 못할 일이다. 
 
K8 공개 전, 11년이 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50만 대 이상이 판매되었다고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민망하기 짝이 없다. 국내에서 40만 1,152대가 판매된 것에 비해 해외는 9만 9,846대로 10만 대에 근접은 했으나, 넘기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1세대는 해외에서 6만 대가 넘게 팔리기도 했으나, 2세대는 3만 5,538대로 글로벌 모델이라고 하기엔 초라한 성적이다. 
 
▲신형 K8, 더 크고 고급화 됐다(사진=기아)

모델명을 K8로 변경한 사연
K7으로 모델명을 정할 당시에는 르노삼성에서 SM7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이와 같은 맥락으로 ‘7’은 중대형을 의미했다. 하지만 이번 K8로 변경하게 된 이유는 기존 관행에서 탈피하고, 중대형 세단에서의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모델명을 높인 만큼 넉넉한 공간, 주행성능, 첨단 기술 등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다른 건 모르겠지만, 25mm가 더 길어진 5,015mm의 전장만큼은 볼보 S90의 5,090mm에 맞먹을 정도로 길어졌다.
 
K7은 11년 동안 현대 그랜저를 잡을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지만, 잡지 못했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그랜저가 14만 5,463개 판매될 동안 K7은 4만 대를 겨우 넘겼다. 무려 10만 대 차이다. 때문에 기아차는 이번에 모델명을 변경해서 현대 그랜저 이상의 이미지를 부여하고, 그에 맞는 판매량을 확보해보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대 그랜저의 고급형 모델, 아슬란(사진=현대차)

모델명 변경, 성공에 유리할까?
인생을 살면서 일이 안 풀릴 때, 흔히 이름을 바꾼다. 이름을 바꿔 새로운 삶을 잘 사는 이들도 있지만, 똑같은 인생을 보내는 이들은 훨씬 더 많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로 이름을 바꿔 성공한 사례는 그리 흔치 않다. 적어도 최근에 모델명을 바꿨던 국산차들의 성적은 그리 좋지 못했다.

현대 아슬란은 그랜저를 기반으로 제작된 그랜저 고급형 모델이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아주 짧게 판매되다 단종됐다. 전장은 그랜저 대비 50mm 더 길었지만, 나머지는 모든 게 동일했다. 가죽 시트에 퀼팅 처리나, NVH에도 신경을 쓰고, 배기량도 높였다. 하지만 디자인도 여기저기서 가져다 붙인 것과 같이 익숙한 디자인이 더 어색하게만 느껴졌고, 가격도 제네시스 G80과 그랜저 사이에서 매우 애매했다. 
 
▲최근 저조한 판매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SM6(사진=르노삼성)

먼저 르노삼성 SM6는 사실상 SM5의 후속이다. 이번에 기아차가 설명한 대로 SM6 역시 기존 SM5 대비 더 화려하고, 주행성능까지 좋았다. 그래서 프리미엄 중형 세단을 표방하며, SM5도 굳이 단종하지 않고, 한동안 판매를 지속했다. 한때, 반짝 현대 쏘나타를 위협할 뻔했던(?) 르노삼성의 1월 판매량은 고작 221대에 불과했다. 현대 쏘나타와 기아 K5의 판매량은 각각 3,612대, 5,117대로 중형 세단 시장이 작아졌다고 평가되고 있긴 하지만, 쉐보레 말리부와 르노삼성 SM6의 판매량만 유독 급감했다. 
 
결과적으로 SM6나 아슬란 모두 상품성이 문제였다. 모델명을 바꾸는 이유에 대해 나름 내세우긴 했으나, 실질적인 명분이 부족했다. 기아판 SM6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K7도 추락하는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모델명을 변경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만약 현대 그랜저의 고급 트림 캘리그래피처럼 K7에 고급 트림을 추가하는 정도로 끝날 일이었다면 SUV가 인기를 끄는 시대에 K8의 성공이 오랫동안 이어지긴 어려울 수밖에 없다. 
 
bbongs142@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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