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 렉스턴 스포츠, 갑자기 대한민국 정통 픽업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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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 렉스턴 스포츠, 갑자기 대한민국 정통 픽업트럭?
  • 양봉수 기자
  • 승인 2021.04.0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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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쌍용자동차가 6일, 렉스턴 스포츠의 공식 출시 행사에 앞서 사진과 함께 세부 사양, 가격 등의 자료를 공개했다. 하지만 갑자기 ‘정통성’ 카드를 꺼내 들면서 상황이 혼란스러워지는 분위기다. 
 
어느 지역에나 맛집이 생기면 관광객들이 늘고, 그 일대가 먹자골목으로 형성되곤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원조’, ‘정통성’ 이런 단어를 굉장히 좋아해서 닭갈비로 유명한 춘천을 가보면 죄다 ‘원조’다. 원조라는 뜻은 사전적 의미로 여러 가지가 있지만, 보통 어떤 사물이나 물건의 최초 시작으로 인정되는 것을 뜻한다. 이때는 원조의 동의어를 최초로 봐도 무방하다. 
 
▲기존 대비 강인해진 외관 디자인(사진=쌍용차)

쌍용차가 렉스턴 스포츠에 ‘K픽업’ 혹은 ‘대한민국 픽업트럭’ 등의 표현을 붙이는 건 어색함이 없지만, ‘대한민국 정통 픽업트럭’은 욕심이 과했다. 렉스턴 스포츠 칸은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생계형 픽업트럭이다. 견인을 위한 정통 픽업트럭이 아니다. 그런데 자꾸만 정통 픽업트럭으로 보이고 싶어 한다면 스스로의 모순과 한계에 빠질 수밖에 없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쌍용자동차는 2002년 무쏘 스포츠를 시작으로 액티언 스포츠(2006), 코란도 스포츠(2012), 렉스턴 스포츠(2018)에 이르기까지 약 20년 동안 픽업 시리즈 계승을 통해 대한민국 K-픽업 시장을 발전시켜 온 결과, 잇따른 경쟁 모델 출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국내에서 87%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며 대한민국 대표 픽업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개선된 후면부(사진=쌍용차)

위 내용만 보면 쌍용 렉스턴 스포츠도 벌써 이렇게 많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상품성이 향상되었고, 나름의 히스토리가 있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수긍이 된다. 하지만 바로 “‘Go Tough(고 터프)’라는 디자인 콘셉트를 바탕으로 정통 픽업의 아이덴티티인 거침없고 진취적이며, 역동적인 강인함을 담아 대한민국 대표 픽업의 당당한 존재감을 더해 완성되었다.”라는 설명을 이어 간다. 

이게 무슨 말인가? ‘고 터프’라는 디자인 콘셉트에 대한 설명도 없다. 단지 역동적이고, 강인하다는 설명뿐이다. 무언가 기존 보다 정통 픽업 스타일로 멋있게 바뀌었는데, 역사도 오래되었으니 그냥 대한민국을 붙여서 ‘대한민국 정통 픽업트럭’으로 조금 더 어떻게 해 보자는 의도 정도로 밖에 해석이 안 된다. 이왕이면 기존의 온라인 댓글처럼 조금 더 세게 ‘조선 픽업’ 이런 표현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에리바 카라반은 웬만한 중형 SUV도 전부 견인이 가능하다(사진=쌍용차)

글로벌 픽업트럭 시장에서 쌍용 렉스턴 스포츠의 위치는 생계형 픽업트럭이다. 생계형 픽업트럭이라고 해서 나쁜 게 아니다. 생계형 픽업트럭은 견인용 픽업트럭과 달리 상품성이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 되어야 한다. 견인용 픽업트럭보다 일상에서 훨씬 더 자주 타기 때문이다. 또 업무용으로도 써야 하기 때문에 적재 능력도 우수하다. 그런데 쌍용차는 렉스턴 스포츠를 이상한 말로 포장하면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냉정하게 정리해서 ‘정통 픽업트럭’을 구입하고 싶은 소비자들은 쌍용 렉스턴 스포츠를 안 산다. 쉐보레 콜로라도를 구입하고, 직수입으로 1500급 픽업트럭을 구입한다. 쌍용 렉스턴 스포츠는 가성비가 좋고, 수리가 편하고, 실용적인 게 강점이다. 부품도 굉장히 다양하고, 업무용으로나 레저용으로나 두루두루 크게 불편하지 않게 쓸 수 있다. 분명 장점이 많다. 그런 장점 내버려 두고 스스로 ‘유사 산악자전거’처럼 ‘유사 픽업트럭’이 되고 싶은 것인지 묻고 싶다.
 
쌍용차가 무쏘를 시작으로 렉스턴까지 픽업트럭을 개발하고, 이 시장을 개척하느라 고생했던 것과 공로는 충분히 인정하고, 앞으로도 응원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경쟁모델을 너무 의식했다. ‘정통 픽업 스타일’과 같은 낯 뜨거운 표현, ‘대한민국 정통 픽업트럭’처럼 모순과 욕심이 섞여 있는 단어보다 단순하면서도 소비자들에게도 공감되는 키워드를 찾는 편이 쌍용차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낫지 않을까. 

bbongs142@auto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