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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아이오닉 5 주행거리, 알고보니 현대차의 큰 그림?

  • 기사입력 2021.04.16 08:20
  • 기자명 기노현 기자

[오토트리뷴=기노현 기자] 최근 현대자동차의 첫 번째 전기차 전용 모델인 아이오닉 5의 환경부 인증 주행거리가 공개됐다. 공개된 주행거리는 상온 405km, 저온 354km로 20인치 휠이 적용된 프레스티지 트림 후륜구동 모델 기준이다. 지난달 현대차에서 공개한 429km의 주행거리보다 줄어들었는데, 당시 공개한 주행거리는 19인치 휠이 적용된 익스클루시브 트림 후륜구동 모델 기준인 것이다.
 

▲현대 아이오닉5(사진:현대차)

사전계약 당시 뜨거운 인기를 보였던 만큼 아이오닉 5의 공식 주행거리가 공개되자 소비자들의 실망스러운 반응이 이어졌다. 사륜구동 모델도 아닌 후륜구동 모델 기준인데다 기존 현대 대표 전기차 모델인 코나 일렉트릭의 환경부 인증 주행거리보다도 상온 0.6km, 저온 12km 짧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사륜구동 옵션을 선택할 경우 주행거리는 300km 후반대로 더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 아이오닉5(사진:현대차)

아이오닉 5 롱레인지 모델의 배터리 용량은 72.6kWh로 코나 일렉트릭 배터리 용량보다 8.5kWh 늘었고,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 플랫폼을 적용했다. 또한 현대차는 지난해 E-GMP 플랫폼을 공개하며 국내기준 1회 충전으로 5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던 것과 비교하면 부족한 결과다. 비슷한 용량인 72kWh 배터리를 탑재한 테슬라 모델 3의 주행거리(상온 495.7km, 저온 438km)와 비교해도 한참 부족하다. 테슬라 모델 3와 비슷한 주행거리를 기대했던 소비자들의 실망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현대 아이오닉5(사진:현대차)

현대 아이오닉 5의 주행거리가 경쟁모델 대비 짧은 주요 원인은 현대차가 강조하고 있는 V2L(Vehicle to Load) 기능 때문이다. 전기차의 구동용 배터리를 외부 전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로 기존 내연기관 또는 전기차에 사용되는 220V 인버터와 유사하지만, 성능이 대폭 개선된 기능이다. 기존 200W 수준의 220V 인버터와 달리 아이오닉 V2L은 최대 3,600W까지 사용 가능하다. 이는 일반적인 가정용 벽체 콘센트의 정격 용량(약 2,500W)보다 높은 수치로 에어컨, 히터, 냉장고,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 등 소비전력이 높은 대부분의 전자제품을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다.
 

▲현대 아이오닉5(사진:현대차)

이처럼 고전력 V2L 기능을 적용하며 현대차는 아이오닉 5의 배터리 충전율(SOC)의 안전 마진을 일반 모델보다 더 높게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가혹 주행, 급속 충전뿐만 아니라 V2L을 이용한 고전력 제품을 사용할 경우까지 고려하면 배터리에 가해지는 스트레스가 타 모델 대비 높기 때문이다. 결국 배터리 화재 우려가 타 모델 대비 높고,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안전마진을 높게 설계한 것이다. 특히 화재 이슈로 몸살을 앓았던 코나 일렉트릭의 배터리 충전율 안전 마진이 경쟁 모델 대비 낮았던 것을 교훈 삼아 아이오닉 5의 안전마진을 더욱 보수적으로 설계한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 사이버트럭(사진:테슬라)

때문에 타 제조사에서 쉽게 V2L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테슬라 역시 사이버트럭에 V2L 기술을 적용해 캠핑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성 높은 전기 픽업트럭으로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결국 V2L을 제외했다. 화재의 우려는 물론이고, 화재를 방지하기 위해 배터리 충전율 안전 마진을 높게 가져갈 경우 주행거리 감소는 필연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현대차가 아이오닉 5에 V2L을 제외한다면, E-GMP 공개 당시 발표했던 500km에 근접한 주행거리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오닉 5의 긴 주행거리를 기대했던 소비자들에게 아쉬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이오닉 5로 헤어 드라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머리를 말리러 차에 가는 사람은 없을 것며, 현재까지 V2L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곳은 캠핑 또는 행사장에서 활용하는 이동형 ESS(Energy Storage System)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의 자동차는 목적지까지 빠르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이동 수단의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가 빠르게 변하며 자동차는 더 큰 개념인 '스마트 모빌리티'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현대 아이오닉5(사진:현대차)

아이오닉 5의 V2L 기술은 현대자동차의 미래 전략인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의 방향과도 일치한다. 자동차가 단순히 목적지까지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아닌 이동형 사무공간, 휴식 공간 등 공간 활용을 통한 탑승객의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하나의 스마트 모빌리티 역할을 하는 것이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이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운전자가 이동 중 운전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활동을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앞으로 다가오는 자율주행 시대에서 V2L 기술은 정차 또는 캠핑장 뿐만 아니라 운행 중에도 탑승객 모두에게 전력 제한 없이 다양한 경험을 누릴 수 있는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knh@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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