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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현대 스타리아로 진화된 우리나라 MPV의 역사... "그 시작은 트럭이었다"

  • 기사입력 2021.04.22 09:08
  • 기자명 김예준 기자
[오토트리뷴=김예준 기자] MPV(Multi Purpose Vehicle)는 RV의 한 종류로써 요즘은 미니밴이라는 단어가 많이 쓰인다. 과거만 하더라도 국내에서는 진정한 미니밴 혹은 MPV 차량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MPV는 다인승 탑승뿐만 아니라 안락한 승차감과 널찍한 트렁크 공간까지 갖춰야 하는 등 제법 요구 조건이 많다.
 
▲한때 지프로 불렸었던 SUV, 현대 갤로퍼(사진=현대자동차)

그러나 과거 국내에서는 승합차라는 단어 안에 MPV 혹은 미니밴까지 포함시켜 통용됐는데, 과거만 하더라도 국내에는 원박스 형태가 주를 이뤘기 때문에 MPV를 별도로 분리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때 지프, 봉고차 등이 한 세그먼트를 뜻하는 말로 사용됐던 것과 유사하다.
 
스타렉스가 단종되고 스타리아라는 새로운 이름의 MPV를 현대가 출시한 것도 승합차와 미니밴이 이제는 분리되길 원하며, 과거 고급스러움과는 거리가 멀고 다인승과 각 차종의 목적성에만 부합하기 급급했던 스타렉스의 한계가 뚜렷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사람이 탑승하고 차체가 크다고 한들 스타렉스와 카니발을 같은 차량으로 보는 소비자는 없다.
 
2000년대에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경쟁 성장과 함께 승합차의 대세가 과거 많은 인원의 수송능력에서 수송능력이 줄어들더라도 고급스러움과 레저활동에 초점이 맞춰지게 되면서 진정한 미니밴이라고 볼 수 있는 카니발이 탄생했다.
 
과거 7~12인승까지 여유로웠던 소형 승합차 분류 기준이 개정된 법규로 인해 2001년부터는 11~15인승으로 까다로워진 것도 소비자들의 승합차보다는 MPV를 선호하게 만들었다. 또한 2013년부터 승합차의 110km/h 속도제한이 추가된 것도 다인승 승합차 대신 MPV를 선호하게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
 
국내 승합차 역사는 복잡한 흐름으로 인해 최근까지 스타렉스는 길이를 연장해 탑승인원을 늘린 변종 차종이 팔리기도 했다. 과거 승합차에서부터 최근 대세로 떠오른 미니밴까지 국내 MPV의 역사 한 획을 그은 차량들을 정리해 봤다.
 

트럭 기반의 승합차들
▲신진 미니버스는 토요타의 하이에이스 트럭에 지붕을 씌워 최초의 승합차를 만들었다.(사진=토요타)

신진자동차 신진 미니버스(1969년)
신진자동차는 1955년부터 1984년까지 있었던 자동차 제조회사로써 한국 GM의 전신 격인 회사다. 회사 초반에는 미군 지프의 폐차 부품과 재생 부품을 사용해 차량을 제작하다가 이후 본격적인 기술 제휴를 통해 다양한 승용차를 출시해 한때 국내 승용차 시장을 휩쓸었다. 
 
이 시기쯤 신진자동차는 라인업을 확장해갔는데, 기술 제휴 회사였던 토요타의 1.5톤 트럭의 섀시에 뚜껑을 덮어 국내 최초의 10인승 승합차인 신진 미니버스를 탄생시켰다. 미니버스는 많은 인원을 수송해야 하는 시장에서 높은 활약을 펼쳤다. 라인업 확장이 우선이었던 것을 증명하듯 큰 차체를 가졌지만 엔진은 82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하는 승용차인 코로나의 1.5리터 가솔린 엔진을 얹었다.


고급스러움을 어필했던 승합차들


 
▲사진 속 차량은 기아 봉고 코치보다 작은 기아 봉고 타운(사진=기아)

기아 봉고 코치(1981년)
봉고라는 이름이 승합차를 대표하는 말이 될 정도로 당시 봉고 코치의 인기는 대단했다. 신진 미니버스가 단순한 이동 수단의 개념이었다면, 봉고 코치는 한발 더 나아가 레저생활에 대비해 활동성과 경제성을 강조했다. 이 차역시 시작은 당시 기아의 기술 제휴 회사였던 마쓰다의 봉고를 그대로 들여온 데서부터 시작된다. 일본에서도 인기 있었던 차량을 들어온 만큼 완성도도 제법 높았다.
 
한 가지 독특한 것은 당시 대부분의 승합차들은 트럭의 파생모델이었지만, 봉고는 승합차가 나온 이후 트럭을 파생모델로 내놨기 때문에 당시 경쟁 모델들에 비해서는 승차감과 실내 마감재 및 디자인도 좋았던 것으로 평가받았다. 가솔린 엔진 대신 70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하는 2.2리터 디젤 엔진을 탑재해 경제성을 강조했다.
 
▲현대 그레이스(사진=현대자동차)

현대 그레이스(1986년)
현대는 1978년 HD1000이라는 승합차를 출시했다. 당시 승합차들 대부분이 그렇듯, HD1000은 트럭인 포터에 지붕을 얹어 만든 차량이었다. 1981년 시행된 자동차산업합리화조치에 의해 강제로 단종됐다. 자동차산업합리화조치가 풀린 이후 현대는 기술 제휴 회사인 미쓰비시의 델리카의 설계도를 가져와 그레이스를 탄생시켰다. 또한 HD1000과 다르게 고급화로 승부했다.
 
그레이스는 고급스러운 비즈니스용 차량이라는데 초점을 맞춰 회전식 시트를 적용해 다양한 시트를 구성했고, 용도에 따라 디자인을 달리해 차별화도 줬다. 경쟁 모델보다 엔진의 성능도 뛰어났고, 연식변경을 통해 당시에는 보기 힘든 자동변속기, LPG 엔진 등도 추가해 꾸준히 상품성을 높였다. 그레이스는 부분변경을 진행하며 2004년까지 꾸준히 판매됐다. 초기형 모델과 다르게 후기형으로 갈수록 승합차의 성격을 강조하며 옵션을 간소화했고 안전규제에도 대응하며 꾸준한 수요를 확보했었다. 그러나 배기가스 규제가 발목을 잡아 단종되고 말았다.
 
▲한때 대우에서도 팔렸던 이스타나(사진=대우자동차)

쌍용 이스타나(1995년)
지금은 회사 사정이 그리 좋지 못하지만, 쌍용이 잘 나갔던 시절 쌍용차 판매량을 이끄는 주역 중 하나였다. 당시 이스타나는 여러모로 경쟁 모델과 달랐다. 경쟁 모델들이 일본 차들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과 다르게 이스타나는 메르세데스-벤츠의 기술력이 많이 반영됐고, 후륜구동 대신 전륜구동을 사용했으며 바닥도 많이 낮아 승하차도 편리했다. 여러모로 유럽 승합차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쌍용과 메르세데스-벤츠가 기술제휴를 진행할 수 있었던 데에는 둘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쌍용은 무쏘에 적용할 디젤 엔진이 필요했고, 메르세데스-벤츠는 소형 상용차의 OEM 생산이 필요했다. 덕분에 쌍용은 디젤 엔진까지 공급받으면서 메르세데스-벤츠의 기술력이 많이 적용된 승합차 이스타나까지 만들 수 있었다. 이스타나는 해외에서 메르세데스-벤츠의 엠블럼을 달고 MB100/140이라는 이름으로 해외에 수출도 됐다. 국내에서도 메르세데스-벤츠의 후광을 입고 고급스러운 승합차로 명성을 날렸다. 여러모로 이스타나는 국내와 해외에서 쌍용차의 효자 모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승용에 더 가까워진 MPV들
▲기아 카니발(사진=기아)

기아 카니발(1998년)
기아차는 봉고 코치, 베스타, 프레지오에 이르기까지 국내 시장에 다양한 승합차를 선보였다. 그러나 봉고 코치 이후 큰 성공을 이뤘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기아의 마지막 승합차인 프레지오는 부분변경을 진행하며 다시금 봉고를 꺼내 들어 봉고 3 미니버스라는 향수를 불러일으킬만한 이름으로 판매됐었다. 승합차 시장에 꾸준한 모델을 선보였던 기아는 다시금 영역을 넓혀 미국과 일본 브랜드들이 주도하던 미니밴 시장을 카니발로 진출하게 됐고, 여태까지 이어져 이제는 기아의 최장수 브랜드가 됐다.
 
미니밴답게 안락한 승차감을 위해 기아의 중형차인 크레도스의 플랫폼을 사용했다. 한국형 미니밴답게 밴타입 화물차도 있었다. 이후 2001년에는 완전변경급의 부분변경을 진행하며 실내외를 크게 뜯어고치고 미국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에 본격적으로 수출되기 시작했다.
 
▲현대 트라제 XG(사진=현대자동차)

현대 트라제 XG(1999년)
카니발이 미국형 미니밴을 지향했다면, 현대는 트라제 XG를 통해 유럽형 MPV를 지향했다. XG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처럼 플랫폼을 비롯해 파워트레인 등은 그랜저 XG의 것을 사용해 현대차는 트라제 XG를 고급스러운 미니밴으로 광고했다.
 
크기는 카니발 대비 작지만, 칼럼식 기어를 적용해 1열에도 벤치 시트를 적용하는 등 실내공간을 최대한 널찍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XG라는 이름에 걸맞도록 그때 당시 첨단 및 편의사양을 대거 탑재하는 등 실제로도 그랜저 XG에 버금가는 상품성을 갖췄다. 그러나 개발 기간을 짧았던 만큼 품질 이슈도 존재해 호불호가 갈리는 국산차라는 불명예(?)도 있다.
 
▲쌍용 로디우스(사진=쌍용자동차)

쌍용 로디우스(2004년)
승합차인 이스타나의 인기에 힘입어 자신감이 붙은 쌍용차는 2004년부터 본격적인 미니밴 경쟁에 뛰어들었다. 국내 미니밴 중 11인승 모델의 시초기도 하다. 2000년대 초부터 커지기 시작한 여가활동으로 인해 미니밴인 카니발의 판매량이 확대되기 시작했고, 쌍용은 로디우스를 개발했다.
 
로디우스라는 이름은 로드와 제우스의 합성어로 신들의 산책을 뜻한다. 이름에 걸맞도록 로디우스는 고급형 미니밴을 표방했으며, 실제로도 체어맨의 플랫폼을 활용하는 등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그러나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디자인과 슬라이딩 도어를 채택한 카니발과 다르게 스윙 도어를 채택하는 등 여러모로 카니발과 비교당했다. 1년 뒤 상품성이 대폭 강화된 2세대 카니발이 출시되며 판매량은 크게 감소했다. 2013년에는 코란도 투리스모로 이름을 새롭게 고친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했지만 2019년 단종되고 말았다.
 

현대 스타렉스부터 스타리아까지
▲현대 스타렉스(사진=현대자동차)

1세대 스타렉스(1997년)
비즈니스 승합차를 표방하고 출시됐던 그레이스가 시기가 지나면서 옵션이 간소화되어가면서 현대는 레저형 승합차인 스타렉스를 새롭게 출시했다. 당시 그레이스를 비롯한 승합차들이 원박스 형태였던 것과다르게 스타렉스는 1.5박스 형태로 기존 시장에는 없던 새로운 차종이었다. 덕분에 스타렉스는 7인승 승용 시장부터 12인승 승합 시장까지 폭넓게 공략했다. 그레이스가 환경규제로 인해 단종된 후 스타렉스는 본격적으로 승합차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당시 스타렉스는 기존 승합차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차량이었다. 긴후드가 적용돼 엔진이 차량 앞쪽에 위치해 승용차 감각이었으며, 시트 포지션도 승합차보다는 승용차에 가까웠다. 여기에 레저활동을 위한 루프랙, 사륜구동도 적용됐고 루프를 높여 고급스럽게 꾸민 리무진 모델까지 출시됐다. 스타렉스의 플랫폼을 활용한 세미보닛형 1톤 트럭인 리베로까지 출시되는 등 1세대 스타렉스는 현대차의 라인업을 확장에 일등공신이었다.
 
▲현대 스타렉스(사진=현대자동차)

2세대 스타렉스(2007년)
1세대 모델이 출시된 후 10년 만에 2세대 모델이 출시됐다. 다양한 파생모델을 만들 만큼 1세대 스타렉스는 성공적이었기에 현대차는 2세대 스타렉스에서도 1세대 모델의 스타일링을 그대로 따라갔다. 여기에 직선을 강조한 유럽형 승합차들의 형태를 적용시켜 미국형 미니밴을 지향하는 카니발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완성시켰다. 1세대와 다르게 좌측 슬라이딩 도어까지 추가돼 편의성을 높였다.
 
2세대 모델까지도 스타렉스는 미니밴보다는 승합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모델 주기가 길었던 만큼 상용모델인 밴을 비롯한 견인차, 구급차 등 다양한 특장차까지 출시돼 상용 및 특수차 시장까지 공략했다. 시장 대응력만 보자면 카니발보다 월등히 좋았다. 2017년 부분변경 모델에서는 승용 시장까지 공략하기 위해 실내외 디자인을 크게 뜯어고친 어반 모델도 출시했지만, 상용차 인식이 강한 탓에 높은 판매량을 보이진 못했다. 또한, 유럽형 디자인을 적용했던 만큼, 다양한 2세대 스타렉스는 많은 국가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판매됐다.
 
▲현대 스타리아(사진=현대자동차)

3세대 스타리아(2021년)
스타렉스가 완전히 단종됐고, 이름까지 스타리아로 뜯어고쳤지만 스타리아가 넓은 범위에서는 기존 스타렉스의 역할도 수행하기에 3세대에 이름을 넣었다. 스타리아는 고급감을 높이며 승합차보다는 만능 MPV가 됐다. 특유의 스타일링 덕분에 카니발과 경쟁하기보다는 유럽형 MPV들이 경쟁 모델로 꼽힌다.
 
인원 수송력이 주된 목적으로 손꼽히는 승합차와 다르게 스타리아는 현대의 최신 3세대 플랫폼이 적용돼 전륜구동 방식을 사용하며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을 옵션으로 제공한다. 여기에 현대차의 최신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카고, 투어러, 라운지까지 스타리아의 모든 라인업에 기본 적용됐다. 
 
특히 고급 모델인 라운지의 경우 나파가죽을 비롯해 2열 통풍 및 릴렉션 시트 등 탑승자를 위한 편의사양도 대거 적용돼 패밀리카로도 높은 활용도가 예상된다. 차후에는 루프를 높인 리무진을 비롯해 수소전기차까지 다양한 라인업이 추가될 예정이다.
 
▲현대 스타리아(사진=현대자동차)

국내 MPV들이 승합차의 형태만 띠게 된 것은 기아 카렌스, 현대 라비타, 쉐보레 올란도 같은 소형 및 준중형 MPV들이 전멸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큰 차 사랑이 국내 MPV 시장도 바꾼 것이다. 최근 출시된 스타리아는 이 같은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적극 반영했다. 승합차같이 않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큰 차체 크기와 편의 및 안전사양까지 모든 부분이 진화했다. 
 
철저한 계산으로 계획된 듯 스타렉스의 색깔을 확실히 지웠다. 이를 증명하듯 스타리아는 사전계약 첫날1만 1,003대의 높은 계약률을 보이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 중이다.
 
kyj@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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