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현대 쏘나타 센슈어스를 누가 ‘메기’로 전락시켰나?

  • 기사입력 2021.04.22 11:42
  • 기자명 양봉수 기자
[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자동차는 기술과 상품성, 가격, 브랜드 이미지 등이 모두 조화로워야 하지만, 모든 게 갖춰져도 디자인이 이상하면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힘들다. 요즘은 맛집도 음식만 맛있어서는 안 되고, 음식을 깔끔하고 예쁘게 담아낼 줄 알아야 하는 시대다. 특히 인테리어 업체는 대호황이다. 그만큼 어떤 업종에서나 객관성을 띄는 맛과 상품성, 품질 등은 기본이고, 감성까지 충족할 수 있는 디자인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 쏘나타 센슈어스(사진=현대차)

21일, 2021 쏘나타 센슈어스가 출시됐다. 2021 쏘나타의 디자인은 2.0 가솔린 모델의 디자인이 삭제되고, 1.6 가솔린 터보 모델의 디자인으로 통일되었다는 소식이다. 하이브리드 모델만 기존과 같이 별도의 디자인이 운영되고, 나머지 모델은 전부 통일되는 셈이다. 예상된 결과였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메기를 닮은 듯 평가를 받는 쏘나타 2.0 가솔린의 무난한 디자인은 애초에 계획에 없었다. 쏘나타의 디자인은 처음부터 1.6 가솔린 터보에 적용됐던 센슈어스였고, 그래서 미국에서는 센슈어스 디자인으로만 통일해서 판매되고 있다. 그런데 왜 국내에만 2.0 가솔린에 별도의 디자인을 추가하게 됐을까?
 

▲기존의 현대 쏘나타 2.0 가솔린 모델(사진=현대차)

갑자기 쏘나타에 이번에 삭제된 2.0 가솔린 디자인이 추가된 이유는 내부 갈등 때문이었다. 내부 품평을 통해 먼저 쏘나타를 접한 영업 관계자들은 쏘나타를 보면서 “쏘나타는 국민차고, 무난함이 중요한 중형 세단인데, 디자인이 너무 과하다. 이런 건 안 팔린다는”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래서 쏘나타 중에서도 가장 먼저 출시되고, 가장 많이 판매되는 2.0 가솔린에는 디자인 방향성이 완전히 틀어진 쏘나타가 탄생하게 된다. 영업조직의 힘이 발휘된 순간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출시 직후 반전됐다. 디자인 방향성을 제대로 제시한 건 ‘영업’이 아니라, ‘디자인센터’였다. 영업조직의 기대 만큼 쏘나타가 선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디자인센터의 방향성에서 벗어난 쏘나타는 정체성마저 흔들렸고, 현 시점을 기준으로 존재감마저 사라졌다. 반대로 기아 K5의 상품성이나 가격은 쏘나타와 크게 다를 것도 없는데, 대중들은 K5 디자인에 호평을 쏟아냈고, 결국 쏘나타 판매량은 더 힘이 빠지게 됐다.
 

▲기존의 현대 쏘나타 2.0 가솔린 모델(사진=현대차)

쏘나타가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디자인과 연관된 또 하나는 출시 순서였다. 디자인은 역동적인 우아함을 추구하는데, 성능은 극단적으로 무난했다. 디자인에 맞게 성능이 받쳐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처음부터 2.0 가솔린을 출시할 게 아니라, 1.6 가솔린 터보나 N라인이 먼저 출시되고, 2.0 가솔린이 오히려 나중에 출시됐어야 했다. 더군다나 2.0 가솔린 초기 모델들은 변속기가 너무 연비 세팅이라서 가속성능도 매끄럽지 못하는 문제까지 더해져 쏘나타의 이미지는 수렁속으로 빠져들었다.

판매량을 수치로 보면 연말 연초에 3천대 미만으로 추락하는 상황도 벌어졌으며, 작년 하반기 내내 4천대를 넘기지 못했다. 그러나 기아 K5는 작년 가을까지 7천대 수준을 유지했고, 심지어 9천 대를 넘기기도 했다. 쏘나타의 판매량이 급감했던 연말 연초에도 K5는 월평균 5천 대 수준을 유지하며 쏘나타와 큰 차이를 유지했다.

이번에 디자인을 통일했지만, 판매량이 증가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메기 디자인으로 인한 이미지는 이미 망가졌기 때문. 결국 부분변경을 앞당기는 게 가장 빠르고 쉬운 해결책이다.  

bbongs14@autotribune.co.k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