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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싱거운 듯 깊은 맛, 제네시스 GV70 3.5T

  • 기사입력 2021.05.04 11:15
  • 기자명 양봉수 기자
[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3.5리터 가솔린 터보 모델은 가속페달에 발만 올려도 툭툭 치고 나가는 것이 일반적인 디젤 SUV와 다르다. 조금 더 지그시 밟아도 될 것 같을 정도로 즉각적인 반응, 단단한 서스펜션, 묵직한 핸들링은 GV80과 달라도 너무 다른 느낌이다. 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된 디자인은 외관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실내에서는 N 브랜드와 달리 역동성을 고급스럽게 풀어냈다. 그리고 화려한 첨단 사양들은 앞으로 자동차가 어떻게 변할지 미래를 제시하는 듯했다.
 
▲무광 컬러가 라인을 더 멋지게 살려준다.(사진=양봉수 기자)

시승차를 받았는데, 그냥 그린이 아니다. 브런즈윅 그린이라는 무광으로 도색이 되어 있어 스포츠 패키지와 어우러지면서 더 시선이 꽂힌다. 이른바 ‘돌빵’, ‘문콕’ 등을 생각하면 실제로 구입할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쓸데없는 오지랖이 앞선다. 어쨌거나 컬러감이나 퀄리티는 놀라울 정도로 훌륭한 수준이다. 어디서 봐도 멋지고, 볼륨감과 라인이 은근하게 드러나는 컬러다.
 
▲기술력을 자랑하는 듯한 얇은 헤드램프(사진=양봉수 기자)

크레스트 그릴과 쿼드램프가 제네시스 앰블럼을 형상화한 디자인이라는 사실은 자동차 마니아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그걸 몰랐다고 해도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을 정도로 자연스럽다. 헤드램프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기술력을 자랑하듯 얇게 디자인되었으며, 기본 모델과 달리 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되어 그릴과 범퍼 디자인이 굉장히 시원시원하다.
 
▲GV70의 압권은 측면에서의 비례감이 아닐까.(사진=양봉수 기자)

측면은 기본적으로 보통의 SUV에서는 보기 어려운 비례감으로 하부가 굉장히 안정적이다. G-매트릭스 패턴이 적용된 21인치 5스포크 휠은 하부로 딱히 포인트를 주지 않아도 휠 자체가 포인트가 되어 주고, 상단으로 흐르는 C필러 크롬라인이나 루프라인은 쿠페형 SUV가 연상되기도 한다. 역동성이 강조되면서 실제 크기보다 작아 보이기도 하는데, 실제로 작은 차는 아니다.
 
▲테일램프도 역시 제네시스답다.(사진=양봉수 기자)

사진을 통해 처음 뒷모습을 봤을 때는 뭔가 미래지향적이고, 감각적이면서도 너무 얇고 긴 테일램프 디자인이 당황스럽기도 하고 쉽게 말해 ‘멋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앰블럼이 아니라 GENESIS라는 레터링이 위치하니 더 허전했다. 그러나 실물을 보니 모든 것은 매우 적절했다. 볼륨감을 넣어 잘 달리는 SUV의 이미지와 첨단 이미지를 적절히 심었고, 패밀리룩이 연상되기도 한다. 다만, 시간이 지나도 아쉬운 건 ‘와이퍼의 위치를 커다란 루프 스포일러 아래로 왜 옮기지 못했나’, ‘방향지시등을 꼭 따로 아래에 위치 시켜야 했을까.’ 같은 질문이 머릿속을 멤 돈다. 
 
▲단정한 듯 화려한 실내(사진=양봉수 기자)

실내에서는 비례, 구조, 스타일링, 기술 등의 4대 디자인 요소가 더욱 극대화된다. 우리나라 전통의 아름다움인 여백의 미를 바탕으로 운전자 중심 구조를 채택했다. 운전자 중심 구조는 자칫하면 한쪽으로 과하게 쏠리기 십상인데, GV70은 막상 실내에서 보면 좌우 대칭이 잘 된 편이다. 중앙에 위치한 디스플레이나 에어벤트를 가로질러 양쪽 도어까지 감사는 장식은 안정적이면서 균형감을 심어주고, 운전석 스티어링 휠 중심으로 배치된 타원은 운전석을 감싼다. 
 
▲버튼들의 위치 선정이 탁월하다.(사진=양봉수 기자)

디자인 중에서도 버튼 배치는 요즘 차량들에게 떠오르는 중요한 해결 과제다. 너무 없애면 오히려 불편하거나, 주행 중 조작이 어렵다. 반대로 너무 많으면 첨단 이미지를 심어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디자인 수준도 떨어져 보인다. 그러나 GV70의 실내 버튼들은 굉장히 깔끔하다. 물리버튼을 하나의 장식 또는 디스플레이와 어우러지게 하면서 실제로는 여전히 많지만 언뜻 봐서는 굉장히 적게 느껴진다. 변속기나 주행모드 변경과 같은 조작부, 심지어 도어 핸들과 스피커까지 귀금속을 연상케 한다. 
 
▲'하차감'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주는 도어 마감(사진=양봉수 기자)

디자인은 보기에도 좋고, 실용적이면 사실상 최고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GV70에서는 한 가지를 더 얻었다. 바로 ‘촉감’이다. 바깥에서 도어를 열 때, 무광의 매트한 느낌의 촉감은 일반 차량들과 다른 경험을 주었고, 도어 내부는 전체적으로 가죽으로 마감해 부드러우면서 플라스틱처럼 차갑고 거친 느낌과는 다르다. 플라스틱 하나를 쓰더라도 시각적인 만족감을 한 번 더 주고, 실제로 만졌을 때도 굉장히 고급스러운 기분을 느끼게 한다. 스티어링 휠에 위치한 버튼, 드라이브 모드, 변속기를 조절하는 다이얼 등은 시계 태엽을 감는 기분이 들 정도로 실제 촉감이 좋다. 
 
▲시트 디자인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느낌이다.(사진=양봉수 기자)

제네시스 브랜드는 신생 고급 브랜드다. 명품으로 치면 알렉산더 맥퀸에 가깝고, 메르세데스-벤츠, BMW는 루이비통이나 보테가 같은 브랜드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디자인을 할 때 고급 브랜드들이 흔히 사용하는 디자인이나 소재보다는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것이 느껴진다. GV70 실내에서 우드 장식은 볼 수 없고, 오히려 새로운 소재와 경험을 제공하려고 했던 것만 봐도 그렇다. 조금 진부하다면 ‘시트 디자인을 조금 더 신경 쓸 수 없었을까.’ 하는 정도? GV70의 다른 시트 디자인들은 적당한 편이지만, 시승차의 시트 디자인만큼은 너무 중후하지 않은가 싶다. 
 
▲깔끔한 세터페시아(사진=양봉수 기자)

첨단 사양과 관련해서는 사실 지문인식 외에는 최근에 출시된 제네시스 라인업과 동일한 수준이어서 특별히 신경 써서 다루지는 않겠다. 다만, 의외로 인상 깊었던 건 통합 컨트롤러다. 이번이 처음도 아닌데 새삼스러웠던 건, 글자 인식률이 굉장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14.5인치 터치스크린과 통합 컨트롤러의 조합, 정말 이번에는 제대로다. 시승하는 동안 너무 잘 사용했다.
 
▲3.5 가솔린 터보 엔진은 나긋나긋 고급스럽다.(사진=양봉수 기자)

시승차는 3.5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54kg.m을 발휘한다. 출력이 너무 과하고, 과도한 것만큼 효율성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아쉬운 건 화끈한 재미가 없다. 2.5 가솔린 터보였다면 출력도 304마력으로 충분하고, 주행성능도 딱 맞았을 텐데, 괜히 3.5 가솔린 터보라고 해서 너무 큰 기대를 했던 거 같다. 내 기준에 맞지 않다고 해서 씁쓸할 건 없다. 현대차그룹 내에서 제네시스 브랜드가 담당하는 건 화끈한 재미가 아니라,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성능이다. 화끈한 성능은 이미 ‘N’브랜드가 제 몫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모드 전환시 계기반 그래픽(사진=양봉수 기자)

그런 측면에 있어서 6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은 질감이 부드럽고, 컴포트나 에코 모드에서는 페달을 실수로 밟아도 반응이 너무 즉각적이지 않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당연히 즉각적이지만, 독일차들과 마찬가지로 주행모드에 따라 일부러 세팅을 달리한 것 같다. 스티어링 휠을 잡았을 때의 묵직함. 그리고 과속방지턱이나 노면을 읽긴 하지만, 부드럽게 넘기는 느낌은 역시 프리미엄 SUV답다. 최저 지상고가 낮고, 체급이 더 낮아서인지 전반적으로 GV80보다 깔끔하다. 
 
▲운전석에서 봐도 후드가 머슬카처럼 솟아 있어 분위기가 색다르다.(사진=양봉수 기자)

운전석에서 앞을 보면 후드가 살짝 솟아 있어 조금 더 안전한 느낌을 받게 하면서도 달리고 싶은 기분이 들게 한다. 고속도로나 외곽 도로에서 달려도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은 상당히 절제되는데, 급가속을 하거나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시트 측면부가 부풀어 올라 몸을 더 단단히 고정해 준다. 여기에 렉시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곁들인다면 끝이다. 평상시에는 달팽이관을 흔드는 음악을 선호하지만, GV70에 렉시콘 조합이라면 분위기 좋은 재즈나 클래식도 대환영이다. 
 
▲의외로(?) 굉장히 넉넉한 뒷좌석.(사진=양봉수 기자)

뒷좌석은 의외로 넓다. 현대 싼타페와 비교해도 될 정도로 수준이며, 커튼도 있고, 등받이 각도 조절까지 가능하다. 당연히 시트 포지션 자체가 제법 괜찮게 나온다. 가운데는 바닥이 세단처럼 툭 튀어 올라오기 때문에 성인이 앉기엔 조금 불편할 수 있지만, 뒷좌석까지 통풍시트가 되기 때문에 4인승으로는 어떻게 비판할 거리가 없는 수준이다.
 
▲적재공간은 현대 투싼과 비슷한 수준.(사진=양봉수 기자)

SUV 본연의 기능인 실용성도 빼놓을 수 없다. 2열이 편안한 만큼 싼타페 정도를 기대하면 곤란하지만, 투싼 정도는 충분히 나온다. 물론 필요에 따라 적재공간 확장이 가능하도록 2열을 6:4로 접거나 앞으로 슬라이딩할 수 있다.
 
▲후면부까지 제네시스는 디자인이 다했다.(사진=양봉수 기자)

GV70을 시승하면서 제네시스 브랜드가 디자인이나 성능 등에 있어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전까지는 이게 그 느낌인가?라는 생각이 더 컸다면, GV70은 ‘이게 제네시스구나’ 싶다. 그리고 제네시스 브랜드가 처음 출범할 때만 하더라도 ‘현대차와 뭐가 그렇게 다를까’ 싶었는데, 이제는 그 차이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국내에서나 고급 브랜드로 인정받았지, 해외에서 판매량은 사실 언급하기조차 창피한 수준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제네시스’라는 브랜드의 고유 색깔을 각 차량에서 느낌적인 느낌만 보였을 뿐, 오롯이 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네시스의 고유 정체성을 정확히 표현한 GV70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제네시스 브랜드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bbongs142@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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