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의 E클래스와 5시리즈가 그랜저보다 잘 팔리는 이유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는 지난 10월 내수 시장에서 각각 3,866대, 2,962대를 판매하며, 현대 그랜저의 10월 판매량 3,527대를 넘어섰다. 물론 그랜저가 세대 변경 출시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기아 K7의 판매량 3,911대, 제네시스 G80의 판매량 4,876대와 비교해도 상당히 위협적인 수준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신형 E클래스는 출시 초반 6기통에서 4기통으로 다운사이징을 해서 기존 소비자들에게는 혹평을 받았다. 하지만 시작부터 사전계약자가 몰리며, 물량이 풀리기 전부터 1만여 대를 넘어설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고, 지난 10월에만 3,800여 대 이상이 판매됐다.



BMW 5시리즈는 신모델이 공개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10월 판매량이 3천여 대에 육박했다. 단종을 앞둔 모델임을 고려하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높은 수치다. 심지어 전월과 전년대비 판매량에서도 3배 정도 증가했다.


내 집 마련 포기, 차라도 좋은 차 사자

비싼 자동차들의 판매량, 사회적인 현상과도 다르지 않다. 업무용 차량에 대한 규제가 기존보다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비싼 차들의 판매량이 늘어나는 이유는 개인 소비자들의 구매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집값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어오르며, 서민들은 수도권에서 더 이상 집을 구입하기가 힘들어졌다. 이 때문에 내 집 마련을 포기하거나 미룬 이들은 차라리 그 돈으로 차라도 더 좋은 차를 타자는 심정으로 더 비싼 차량을 구입하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다.



과시의 문화, 프리미엄 브랜드 선호 현상

우리나라는 과시의 문화다. 외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대해 굉장히 많은 신경을 쓴다. 그래서 고급차 선호 현상이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더 강하고, 그 중심에는 프리미엄 수입차가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는 각각의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이 뚜렷하고, 브랜드의 역사가 존재한다. 특히 메르세데스-벤츠의 역사는 곧 자동차의 역사와 같아서 국산차 브랜드와는 비교조차 되지 못하고, BMW는 매번 혁신적인 기술들을 선보이며 업계를 이끌어 나가는 브랜드다. 더불어 두 브랜드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에 서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여유가 된다면 한 번쯤 구입하고 싶어 하는 브랜드로 손꼽는다.



아우디 A6 35 TDI의 공백

아우디 A6가 현재도 판매 중이긴 하지만, 2.0 디젤 엔진을 장착한 주력 모델 35 TDI 모델의 공백으로 모든 A6의 판매가 중단됐다고 알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또 A6가 판매 중임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현 상태에서 아우디의 구입을 꺼리는 이들도 적지 않아서 이 소비자들이 E클래스나 5시리즈로 계속해서 이탈하고 있다.  



더욱 탄탄한 디젤 라인업

제네시스 G80에는 아직 디젤 모델이 없고, 현대 그랜저와 기아 K7에 디젤 모델이 있긴 한데, E클래스나 5시리즈에 비해서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다. E클래스는 신형 2리터 엔진으로 최고출력 194마력, 최대토크 40.8kg.m을 발휘하면서 9단 변속기와 맞물려 7.3초의 가속성능, 리터당 15.1km의 연비를 기록한다. 하지만 신형 K7은 2.2리터 디젤엔진으로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kg.m의 성능을 발휘해서 별 차이가 없는 데다 배기량만 더 높아 세금이 더 비싸다. 심지어 연비도 리터당 14.3km로 낮고, 가속성능은 공개조차 되지 않아 디젤은 독일 프리미엄 세단의 압승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믿음직스러운 사륜구동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는 나라다. 사계절 중에 봄과 가을이 짧아지면서 여름과 겨울이 길어져 가고 있다. 그래서 겨울에 대한 대비가 중요한데, 그랜저와 K7에는 사륜구동이 없고, 제네시스 G80은 돼야 사륜구동을 옵션으로 적용할 수 있다. 또한 겨울이 아니더라도 사륜구동 모델이 더 안전한 주행을 돕고, 연비 하락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아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희미해진 가격차

요즘은 어차피 현금 일시불로 차량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많지 않다. 대부분 할부로 차량을 구입하는데, 그랜저나 K7이 풀 옵션 가격이 4,500만 원 정도기 때문에 520d의 할인을 잘 이용하면 크게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할부금을 지불할 수 있다. 제네시스 G80은 4,810만 원부터 시작되긴 하지만 주력 모델이 6천만 원 내외, 그 중에서도 6천만 원 초반에 포진해 있어서 E클래스나 5시리즈와 가격이 겹친다. 물론 편의사양은 수입차가 더 떨어진다. 하지만 그 몇몇 사양 없어도 불편함이 없고, 수입차가 더 큰 만족감으로 다가온다면 소비자들이 수입차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