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형 SUV의 인기로 단종될 현대 소형차 역사 살펴보기

[오토트리뷴=김예준 기자] 전세계 자동차 시장이 SUV 위주로 변화되면서, 소형 SUV의 인기가 덩달아 높아진다. 소형 SUV의 인기 상승세와 달리 소형 승용 모델의 인기는 감소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도 예외가 아니다. 긴 역사를 자랑했던 기아 프라이드는 이미 단종됐고, 한때 현대자동차를 대표하는 세단 라인업 중 하나였던 엑센트도 판매 부진으로 인해 단종될 예정이다. 현대 브랜드의 소형차가 그동안 걸어온 발자취를 재구성해 본다.



1세대(1994년 출시, 1999년 단종) 

1994년 첫 출시된 엑센트는 현대차에겐 뜻깊은 자동차다. 현대차가 최초로 독자 개발에 성공한 차량으로 소형차 엑셀의 후속 모델로 등장했다. 곡선을 강조한 디자인은 이전의 국산차들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만들었고, 파스텔 톤의 차체 색상을 내세워 당시 동급 경쟁 모델인 기아 아벨라와 프라이드, 대우 르망의 판매량을 하락시켰다.



동급 모델 중 유일하게 운전석 에어백을 장착해 안전성도 높였다. 또한 4도어 세단, 5도어 해치백, 3도어 해치백 등 세 가지 모델을 연이어 출시해 다양한 소비자의 취향을 고려했다. 이러한 특징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또한 파워트레인 역시 1.3리터와 1.5리터 가솔린 엔진으로 구성해 준수한 성능과 내구성을 갖췄다. 



이후 1997년 출시된 뉴 엑센트는 부분변경 모델로 다이내믹을 강조했다. 기존 엑센트의 가솔린 엔진은 SOHC 방식을 사용했지만, 아반떼에 장착되는 1.5리터 DOHC 엔진을 새롭게 추가했다. 500대 한정판 차량인 엑센트 TGR은 1.5리터 DOHC 엔진을 그대로 사용했지만, 차체 무게를 줄이고 미션의 기어비를 촘촘하게 바꿔 뛰어난 가속 성능을 자랑했다. TGR은 모터스포츠에서 큰 사랑을 받아 국내 모터스포츠 경기의 인기를 높여준 모델로 평가받았다.



2세대 (1999년 출시, 2005년 단종) 

엑센트의 후속 모델로 출시된 베르나는 국내는 베르나, 해외엔 엑센트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베르나는 엑센트의 곡선 위주 디자인을 버리고, 직선의 디자인을 채택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탈수 있는 소형차로 등장했다. 또한 토션빔대신 듀얼링크 서스펜션을 채택해 안정감 있는 주행감각을 보여줬다.



이전 엑센트와 마찬가지로 4도어 세단, 5도어 해치백, 3도어 해치백을 연이어 출시했다. 베르나는 동급의 소형차 중 가장 넓은 엔진룸을 자랑했는데, 국내 튜닝 시장의 전성기로 뽑히는 2002년부터 2006년 사이엔 과급기를 장착해 다양한 출력을 발휘하는 튜닝카로도 유명했다.



베르나 역시 모터스포츠와 연관 깊은 모델이다. 엑센트가 국내 모터스포츠에서만 활약했던 것과 달리 베르나는 세계 모터스포츠 경기인 WRC에 참가했다. 3도어 해치백인 베르나 스포티를 베이스로 만든 WRC 카는 전륜구동인 기본 모델과 달리 사륜구동을 지원했다. WRC 규정에 맞춰 1.5리터 엔진 대신 2리터 엔진을 장착하고 튜닝을 거쳐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55kg.m를 발휘하는 WRC 레이싱카로 새롭게 태어났다. 첫 출전이지만 2002년엔 14라운드 종합 4위를 기록했다.



3세대 (2005년 출시, 2010년 단종) 

부활한 기아 프라이드와 함께 대한민국 소형차의 전성기를 이끈 모델이다. 이전 세대 베르나의 각진 외관을 버리고 엑센트처럼 동글동글하게 변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전 모델의 듀얼 링크 서스펜션 대신 소형차에 주로 쓰이는 토션빔 서스펜션이 적용됐다. 지금은 널리 대중화된 MDPS를 처음으로 장착한 소형차이기도 하다. 그러나 뒤처진 스티어링 휠 조향 감각과 잠김 결함 등의 문제를 갖고 있어 해외엔 기존의 유압 스티어링 휠을 사용했다.



기존과 달리 세단과 3도어의 해치백 두 가지만 존재했다. 이는 5도어 해치백 모델만 출시한 기아 프라이드와의 판매 간섭을 피하기 위한 현대기아차 그룹의 정책이었다. 2009년엔 부분변경을 거친 베르나 트랜스폼을 출시했다. 그러나 스포티한 느낌을 더하기 위해 사용된 날카로운 전면부 디자인이 곤충을 연상시킬 정도로 과해 높은 인기를 얻지 못했다.



당시엔 흔치 않은 가솔린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적용했다. 그러나 일반인에겐 판매되지 않았는데, 소형차의 가격을 뛰어넘는 비싼 가격이 문제였다. 이로 인해 관공서에만 주로 납품됐다. 판매 실적이 높지는 않았지만, 베르나는 흔치 않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현대차의 기술적인 진보를 느낄 수 있는 모델로 평가받는다.



4세대 (2010년 출시, 2019년 단종) 

2010년 새롭게 출시되며 다시 엑센트라는 이름으로 사용했다. 역대 현대의 소형차 중 가장 긴 기간 생산 중인 차량이지만, 2019년을 끝으로 단종될 예정이다. 4세대 모델부터는 젊은 소비자를 위한 차량으로 포지셔닝 돼, 가성비가 높은 차량으로도 유명하다.



2011년엔 해치백 모델인 위트도 출시해 국내에 몇 대 없는 해치백의 역사를 이어갔다. 엑센트 위트는 세단 대비 255mm 짧은 전장을 갖고 있고, 세단보다 약 30만 원 정도 비싼 가격을 자랑했다. 그러나 6:4폴딩을 전 트림 기본 적용하는 등 해치백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모델이다.



4세대 엑센트는 하이브리드 못지않은 연비로 주목받았는데, 이는 높은 효율을 자랑하는 디젤 엔진 덕분이다. 상위 차종과 동일하게 사용된 1.6리터 디젤 엔진은 수동변속기와 만나 19.2km/l의 높은 복합 연비를 보여줬고, 실연비는 이보다 높아 현재까지도 가성비가 좋은 차종으로 손꼽힌다. 2015년에 출시된 디젤 모델은 현대차 브랜드에서 벨로스터에 이어 두 번째 DCT 미션을 적용한 차종으로, 복합연비는 18.3km/l에 달했다.


다양한 라인업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간소화돼 현재는 세단 모델만 선택할 수 있고, 파워트레인도 1.4리터 가솔린 엔진 한 가지만 남았다. 현대차에서 유일하게 모든 사양을 적용해도 2천만 원이 넘지 않는 가장 저렴한 차종이다. 하지만 소형 SUV의 인기에 밀려 2019년을 마지막으로 현대차의 소형차 라인업은 단종될 예정이라 아쉬움을 남긴다. 


kyj@autotribune.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