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끝판왕,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시승기

[오토트리뷴=김준하 기자] 국내 시장에 불어닥친 SUV 열풍으로 인해 대형 모델은 물론 초대형 SUV까지 대거 등장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앞다퉈 초대형 모델을 출시하고 있지만, 동급 모델 가운데 가장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차량으로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를 먼저 손꼽을 수 있다.



지난, 2월 20일 캐딜락 코리아는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모델의 시승행사를 개최했다. 플래티넘은 에스컬레이드의 최상위 트림으로 일반 모델보다 강화된 고급 및 편의 사양을 적용해 차별화한다.



외관상의 차이점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휠 디자인, 그리고 전동식 사이드 스텝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크롬 적용 부위가 확대되고, 가로 라인을 강조한 그래픽으로 훨씬 웅장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한다. 이전 에스컬레이드의 디자인도 완성도가 높았지만, 플래티넘 전용 그릴이야말로 맞춤옷처럼 잘 어울리는 요소다. 22인치 휠은 동일한 크기지만, 형상 변화를 통해 거대한 차체를 강조한다. 멀티 스포크 타입에 크롬 장식을 더해 고급스럽고 뚜렷한 인상을 남긴다.



기존 에스컬레이드는 고정식 사이드스텝이 적용되는데, 플래티넘은 전동식 사이드스텝이 장착된다. 도어를 열면 차체 하부에서 자동으로 나왔다가, 도어를 닫으면 다시 차체 하부로 수납된다. 실용성은 물론 디자인 완성도가 높아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측면 이미지를 구현한다. 수입차를 논할 때 흔히 하차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하는데, 전동식 사이드스텝은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의 탑승자를 더 빛나게 만들어 주는 장치다.



실내에는 고급 소재와 추가 편의 사양이 적용된다. 대시보드 및 도어 상단, 센터 콘솔까지 가죽으로 촘촘히 감싸 최고급 모델의 가치를 전달한다. 필러와 천장, 도어 트림에도 스웨이드를 사용해 꼼꼼히 마감한다. 플래티넘의 시트는 세미 아날린 가죽이 적용된다. 감촉과 착좌감이 우수한데다, 내마모성도 우수한 소재로 고급 차량에 널리 쓰이는 사양이다.


   

대형 센터 콘솔 박스에는 플래티넘 전용 사양인 음료수 냉장고가 마련된다. 사이즈가 크고 넉넉해 작은 생수병 6개까지 담을 수 있다. 2열과 3열 탑승객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한층 강화된다. 기존에 적용된 천장형 디스플레이에 더해, 1열 시트 헤드레스트 뒤편에 2개의 디스플레이를 추가 장착한다. 단순히 화면만 추가한 것이 아니라, 개별 미디어 재생이 가능해 각자 취향에 맞는 멀티미디어를 즐길 수 있도록 한 영리함이 돋보인다.



시동을 걸면 대배기량 엔진이 그르렁거리며 기지개를 켠다. 중저음의 엔진음은 실내에서도 느낄 수 있는데, 귀에 거슬리지 않고 충분히 음색을 즐길 수 있도록 조율해 인상적이다. 최고출력 426마력, 최대토크 63.6kg.m의 6.2리터 V8 가솔린 엔진은 10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린다. 가속 페달에 발을 올리면, 2.6톤을 넘는 육중한 차체는 우아하고 조용하게 움직인다.



엔진의 출력을 생각하면 절대 부족한 성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지도 않는다. 묵묵히 그리고 여유롭게 차체를 움직이는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물론 가속을 원한다면 언제든지 차체를 빠른 속도로 밀어주는 힘이 있지만, 넉넉하고 여유로운 감각이 에스컬레이드에 보다 어울린다. 10단 변속기는 변속 충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기민하게 반응한다. 일부 수입차의 경우 고속 주행에서도 10단까지 변속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에스컬레이드는 저회전 영역을 주로 사용해 가능한 고단으로 주행하도록 지원한다.



차음 유리와 3중 접합 매립 도어는 차체 외부의 소음을 대부분 차단시킨다. 이것도 모자라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능까지 제공해 조용한 실내를 계속 유지시켜준다. 가속할 때마다 들려오는 묵직한 엔진음만이 실내로 유입돼, 운전하는 내내 대배기량 엔진이 주는 여유로움을 만끽하도록 돕는다.



승차감은 전반적으로 안락한 편이다. 캐딜락이 자랑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은 노면의 크고 작은 요철을 적절히 걸러준다. 급경사 구간을 속도를 높여 진입하면 높은 차체로 인한 롤링이 발생하지만, 허둥대거나 불안한 느낌은 거의 없다. 운전자가 최대한 몰아붙여도 그 의도대로 반응하는 민첩함도 느낄 수 있다. 마냥 부드러움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운전 성능 향상에도 노력한 부분은 칭찬받을 부분이다. 다만, 반복된 곡선 구간에서의 고속 주행은 동승자의 멀미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시종일관 안락한 승차감은 과속방지턱을 만날 때 다소 의외의 반응을 보인다. 높은 방지턱에서 오는 충격이 차체로 그대로 전달되는 느낌이다. 1초에 1천 번까지 노면 상태를 파악하는 훌륭한 서스펜션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이 시스템의 허용 범위를 벗어나는 충격에서는 프레임 바디 차량의 감각이 그대로 전해진다. 운전자 성향에 따라서는 탄탄함 혹은 투박함이라고 평가가 나누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에스컬레이드에는 투어, 스포츠, 스노우 3가지 드라이브 모드가 존재한다. 각 모드별 반응은 극적인 수준까지는 변화하지 않아, 이런 기능이 존재한다는 정도로 만족하는 편이 낫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반은 각종 정보가 큼지막한 글자로 표시돼 시인성이 높다. 화려하게 기교를 부리진 않아도 기능적인 면에서 충분히 제 역할을 한다. HUD 역시 필요한 정보만을 선별해 표시하는 기본기에 충실하다.



전장이 5,180mm, 전고가 1,900mm, 전폭이 2,045mm에 달하는 거대한 차량이 도로를 줄지어 주행하는 모습은 주변 시선을 모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그런데 다소 부담스러워 보이는 크기와 달리, 운전할 때는 차체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시트 포지션이 높아 전방 도로 상황을 미리 파악하기에 편리하고, 시종일관 도로를 제압하며 달리는 느낌을 전달해 운전이 편안하다. 초대형 차체에 걸맞은 대형 윈도우도 확 트인 시야 확보에 큰 몫을 한다.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은 최고급 차량답게 안전 사양도 풍부히 장착된다. 차간 거리가 조절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에 차선 이탈 경고 및 유지, 사각지대 경고 장치가 갖춰져 운전자를 보조한다. 룸미러는 후방 상황을 카메라 영상으로 비추는 기능도 제공해, 운전자의 확 트인 시야를 보장한다. 위험이 감지되는 방향에 따라 쿠션을 진동시키는 햅틱 시트는 직관성에서 호평받는 캐딜락의 대표적인 안전 장비다.



왕복 200km를 넘는 주행 코스에서 기록한 평균 연비는 7km/l 수준이다. 정체 현상이 심한 시내 구간에서는 4km/l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원활한 주행이 가능한 고속 구간에서는 10km/l에 육박하는 연비를 보인다. 주행 상황에 따라 4기통만 사용하는 실린더 휴지 기능과 자동으로 개폐되는 에어로 그릴 셔터, 10단 자동변속기의 작용으로 연비 향상에도 노력한다.



캐딜락은 이번에 플래티넘 모델을 출시하면서, 에스컬레이드를 뛰어넘는 에스컬레이드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기존 에스컬레이드가 가진 뚜렷한 존재감을 뛰어넘는 최상위 모델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난다. 캐딜락의 자신감처럼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은 작은 변화만으로도 얼마나 더 고급스러움을 더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좋은 표본이 된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아무나 쉽게 탈 수 없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이 드러나는 차량이다. 이번에 출시된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은 그 희소가치를 극대화하는 모델로 더 큰 인기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kjh@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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