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타보면 절대 알 수 없는 가치, DS7 크로스백 퍼포먼스 라인 시승기

[오토트리뷴=김준하 기자] DS7 크로스백은 PSA 그룹의 고급 브랜드 DS 오토모빌에서 출시한 플래그십 모델이다. 아직까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인데다 준중형 SUV가 기함 모델이라는 점이 생소할 수 있다. 프랑스 브랜드는 그동안 실용성과 개성이 주로 강조됐는데, 이번에 시승한 DS7 크로스백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치까지 담아냈다.



시승차는 DS7 크로스백 라인업 가운데 가장 기본 트림인 퍼포먼스 라인이다. 그러나 단순히 몇 가지 편의 사양이 빠진 저가형 모델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실내외 곳곳에 퍼포먼스 라인의 고유 디자인을 적용해 역동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헤드램프와 테일램프를 잇는 크롬 장식은 무광 블랙 컬러가 적용돼 강인한 모습이다. 퍼포먼스 엠블럼에 사용된 레드, 골드, 화이트 컬러는 실내까지 이어진다. 3색의 스티치는 시트와 도어트림, 스티어링 휠은 물론 바닥 매트까지 적용돼 퍼포먼스 라인만의 가치를 강조한다.



주간에도 영롱한 빛을 발하는 헤드램프는 시동을 걸면 내부 렌즈가 회전하며 모습을 드러낸다. 프리미엄 브랜드일수록 헤드램프 디자인과 구성에 신경 쓰지만, DS7 크로스백만큼 화려하게 치장한 모델은 드물다. 세로 형태의 주간주행등도 함께 점등돼 존재감이 상당하다. 라디에이터 그릴에 사용된 세부 그래픽은 정교하고 화려해 고급 모델의 가치를 높인다. 다크 그레이 색상의 18인치 휠로 역동적인 느낌까지 더한다.


   

후면은 트렁크의 개방감이 극대화되는 일체형 구조다. 트렁크를 연 상태에서도 후방에서 인식할 수 있도록 별도의 표시등이 범퍼 하단에 마련된다. 파충류 비늘을 형상화한 테일램프는 3D 그래픽을 사용해 보석처럼 빛난다. 전면부처럼 테일램프 테두리도 블랙 컬러가 적용된다. 단순히 색상만 바꾼 것이 아니라 자세히 들여다보면 독특한 질감이 느껴지도록 세심하게 마감한다.



실내는 대시보드와 도어 연결부를 곡면으로 처리해 탑승자를 감싼다. 퍼포먼스 라인에만 쓰이는 알칸타라는 시트와 대시보드 상단, 도어 트림과 센터터널까지 적용된다. 알칸타라 외에도 가죽과 메탈, 하이그로시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극대화한다. 송풍구 조작부도 딱딱한 플라스틱이 아닌 고무처럼 부드러운 소재이고, 오디오 볼륨 버튼은 크리스탈을 가공해 만들었다.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를 뛰어넘는 세밀한 마감을 보면, 작정하고 고급스럽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디지털 계기반과 센터패시아 디스플레이의 그래픽은 DS7 크로스백 고유의 다이아몬드 패턴이 적용된다. 그래픽은 다르지만 메뉴 구성과 사용법은 PSA 그룹의 다른 모델들과 유사하다. 변속기 주변 마감재와 윈도우 버튼은 명품 시계 세공 기법이 적용돼 예술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오디오 및 공조장치 조작 버튼은 눈에 보이는 것과 달리 터치 형태다.

   


DS7 크로스백은 준중형급이지만, 2열 공간은 차급을 뛰어넘는 여유로움을 선사한다. 레그룸과 헤드룸 모두 넉넉해 장거리 여행에도 편안한 이동이 가능하다. 2열 시트 등받이는 전동식으로 각도가 조절된다. 2열 도어에 윈도우, 시트 조작 버튼이 삽입되며 다른 버튼들처럼 다이아몬드 패턴이 적용된다.



DS7 크로스백은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2리터 디젤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린다. 단지 수치상으로만 보면 국산 준중형 SUV와 비슷한 성능이지만, 주행 질감과 정숙성 면에서는 비교 불가한 수준이다. 영리한 자동변속기는 변속 충격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기민하게 움직이며, 드라이브 모드를 에코로 놓으면 연비 향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변속한다. 시트 포지션이 높은 SUV 모델임에도 운전이 부담스럽지 않고, 소음 유입을 억제해 고속 주행에서도 나긋한 목소리로 대화할 수 있다.


   

7개로 구성된 드라이브 모드는 주행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지만, 변화 폭이 크진 않다. 편안하고 안락한 주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차량의 성격이 완전히 바뀐다. 엔진음은 본격적으로 음색을 높이게 되고, 사운드 제너레이터가 작동해 가속을 부추긴다. 다른 모델들과 달리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고, 고성능 차량을 운전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물론 가속 반응도 덩달아 빨라져 고속 구간까지 꾸준히 차체를 밀어주는 넉넉한 힘을 자랑한다. 제동은 예민한 편이 아니기 때문에, 전방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넉넉하게 속도를 줄이는 습관이 필요하다.



핸들링 반응은 PSA 그룹 모델답게 정교하다. 저속 구간은 물론이고 고속 구간에서 다소 무리하다시피 차체를 흔들어도 불안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여러 사람이 동승해 테스트할 때도 기대 이상의 성능에 만족감을 표했다. DS7 크로스백은 내외장재만 고급스럽게 치장하는데 그친 것이 아니라 프리미엄 모델다운 기본기를 가져 더 큰 만족감을 줬다. 퍼포먼스 라인 스티어링 휠은 손잡이에 타공이 들어가 흔히 말하는 손맛을 느끼기에 좋은 구성이다. 재빠른 운동성능에 비해 스티어링 휠이 다소 크게 느껴지는데, 퍼포먼스 라인만이라도 보다 작은 스티어링 휠이 적용된다면 더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든다.


주행 성능에 더해 연비도 우수하다. 매력적인 음색에 빠져 주행 내내 스포츠 모드로 고속 운행을 거듭했는데도 평균 연비는 12km/l 수준을 유지했다. 연비 운행에 초점을 맞춰 주행하면 16km/l 달성도 그리 어렵지 않다.



퍼포먼스 라인의 크루즈 컨트롤은 상위 모델과 달리 속도 설정만 가능하다. 전방 차량과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계기반에 충돌 위험 경고를 표시하고, 85km/h 이하 속도에서는 긴급 자동 제동 기능이 활성화된다. 차선 이탈 방지 보조 시스템은 작동하는 범위가 제한적이다. 운전자가 적극 개입하며 운행하도록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역할로만 사용된다. 퍼포먼스 라인으로도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치를 느끼기는 충분하지만, DS7 크로스백이 자랑하는 나이트 비전을 비롯한 다양한 편의 사양이 필요하다면 고급 트림을 선택하기를 추천한다.



DS7 크로스백은 차량 자체는 나무랄 데 없는, 아니 기대 이상의 상품성을 가진 모델이지만 DS라는 브랜드는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하다. 5천만 원을 넘는 가격대에서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너무 많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뛰어난 제품 품질이 낮은 인지도로 인해 희석되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DS 브랜드와 DS7 크로스백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고민이 절실해 보인다.


kjh@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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