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하다, 지프 랭글러 오버랜드 시승기

[오토트리뷴=김준하 기자] 지난 19, FCA 코리아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랭글러 시승행사를 개최했다. 미디어 시승 행사 프로그램에 더해 주요 모델을 전시해 시민들이 직접 랭글러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됐다.

 

 

FCA 코리아는 지난번 레니게이드 출시 행사에 이어 이번에도 야외에 전시 부스를 마련했다. 랭글러의 내, 외관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개방한 것은 물론 소비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도 마련해 시선 끌기에 성공했다.

 

 

지프 랭글러는 2도어 모델인 스포츠와 루비콘, 4도어 모델인 스포츠, 루비콘, 오버랜드, 파워탑 총 6개의 버전으로 구성된다. 이번 행사 때 시승한 모델은 랭글러 오버랜드다. 국내 시장에서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FCA 코리아가 출시를 결정한 사하라의 고급 버전이다. 오버랜드는 정통 오프로드 모델인 랭글러를 일상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온로드 성격을 강조한다.

 

 

4세대에 이르는 랭글러는 고유의 디자인 기조를 이어가면서 변화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오버랜드의 경우 사하라에 몇 가지 포인트를 더해 최고급 모델임을 강조한다. 라디에이터 그릴에 삽입된 7개의 수직선에는 실버 컬러 포인트를 삽입해 고급스러움을 나타냈다. 오버랜드 고유의 이 컬러 엑센트는 그릴 외에도 헤드램프와 안개등 테두리, 도어 미러 커버 등에 적용된다.

 

 

측면은 극한의 오프로드 성능을 증명하는 트레일 레이티드 배지와 오버랜드 배지가 함께 장착돼 특별한 모델임을 강조한다. 특유의 박스형 차체와 불룩 솟은 펜더는 온갖 자동차가 즐비한 도심지에서도 랭글러의 존재감을 빛내는 요소다. 오버랜드 전용 18인치 휠은 브리지스톤 타이어와 함께 장착된다. 후면부 스페어타이어도 하드커버를 사용해 남다른 매력을 부각시킨다. 하단부가 측면으로 열리는 트렁크 도어는 실용성과 개성을 부여한다.

 

 

직으로 곧게 솟은 실내는 차량의 성격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전통을 계승하면서 고화질 디스플레이와 전자동 에어컨과 같은 편의 사양도 아낌없이 담아냈다. 블랙 원톤으로 구성된 실내는 실버 컬러 포인트가 더해진다. 가죽 소재는 시트와 대시보드, 도어트림 일부까지 확장되며, 나머지 부분도 감촉이 부드러운 소재를 사용한다.

 

 

내비게이션과 계기반의 메뉴는 한글화에 공을 들였고, 큼직한 사이즈의 폰트를 사용해 시인성도 높다. 계기반은 각종 주행 정보가 표시되며 내비게이션 연동 기능까지 갖췄다. 지프, 그중에서도 랭글러는 투박한 느낌을 가지기 쉬운데 이렇게 국내 소비자를 세밀하게 배려한 것은 칭찬할 부분이다.

 

 

이번 신형 랭글러는 외형과 추가 사양, 디자인 등에 따라 6개 버전으로 나눠지지만, 파워트레인은 모두 동일하다.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 2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 장착되며 8단 자동변속기가 함께 맞물린다. 신형 엔진은 출력은 물론 연비도 개선됐다. 2톤을 넘나드는 무거운 차체를 거동하기에 전혀 부담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자랑한다. 고성능 엔진은 다단화된 변속기가 더해져 연비 향상도 꾀했다. 오버랜드의 경우 복합연비 9km/l를 달성한다.

 

 

승코스는 광화문에서부터 양주까지 왕복 110km 구간으로 구성됐다. 고속도로와 국도가 포함된 코스로 도심형 SUV의 성격을 강조한 오버랜드를 시승하기에 적절했다. 높은 전고와 단단한 시트로 인해 주행 시에는 차체가 높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전방은 물론 후측방 시야가 충분히 확보되는 것은 랭글러의 장점 가운데 하나다. 고속 주행 시에는 간간이 풍절음이 실내로 유입되는데, 이 모델이 랭글러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이다.

 

 

가속 페달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살짝 힘을 가해도 금세 엔진이 힘을 발휘하며 고속구간에 이르기까지 가속은 꾸준히 이뤄진다. 다만 일부 경사 구간을 주행하거나 추월 가속을 위해 페달에 힘을 가할 때, 변속기의 반응이 다소 늦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민감한 가속 페달과 달리 제동 페달은 다소 묵직하다. 어느 정도 발에 힘을 가해야 작동한다. 제동 성능 자체가 뒤떨어진다기 보다 험로 주행을 염두에 둔 세팅으로 파악된다.

 

 

4도어 모델인 랭글러 오버랜드는 전장 4,885mm, 전고 1,840mm, 전폭 1,895mm로 결코 작은 크기가 아니다. 그런데 운전석에 앉게 되면 실제보다 차폭이 작게 느껴진다. 일반 승용 모델보다 시트 포지션이 높고 시트가 도어에 바짝 붙어있기 때문이다. 탈부착이 가능한 도어는 두께도 얇아서 차체 측면이 몸에 바로 붙어 있는 느낌이 더 강조된다.

 

 

오버랜드에 새로 적용된 안전 사양은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과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다. 다른 모델에는 당연시되는 사양이지만, 지프 랭글러에는 좀처럼 장착되지 않았던 기능들이다. 그만큼 오버랜드는 고급형 모델이고, 오프로드는 물론 온로드 주행에도 사용할 수 있는 전천후 모델임을 증명한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완전 정지까지 지원되며, 계속 정차 시에는 기능이 해제된다. 인식률이 매우 우수해서 급격히 꺾어진 굽이 길에서도 전방 차량을 따라 속도와 거리를 계속 유지했다.

 

 

오버랜드가 편의 사양이 풍부한 SUV라고 말하긴 어렵다. 그 흔한 전동시트도 마련되지 않기 때문이다. 필요에 따라 루프와 도어를 탈착해 도강이나 험로 주행을 하는 모델이라 충분히 납득할만 하다. 1열 시트는 고리를 당겨서 등받이 각도를 조절해야 하고, 그나마 운전석은 6방향까지 수동 조절할 수 있다. 사용방법이 간단하고 제법 세밀하게 조정돼 기능성 면에서는 전동시트에 그리 뒤처지지는 않는다.

 

 

중간 기착지에는 오프로드 코스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오프로드 모듈이 마련됐다. 실제 도로를 주행하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구조물을 통해 험로 주행 능력을 경험할 수 있는 코스다. 일반 승용 모델이나 상당수 SUV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급격한 경사면과 굴곡진 구덩이를 재현해 랭글러의 강력한 성능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게 했다.

 

랭글러의 우수한 성능을 실제 험로 구간에서 체험할 수 없는 것은 아쉬웠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정통 오프로더답게 실제 구간을 주행할 수 있었다면 시승 행사가 더 빛을 발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비교적 장거리 운전이 가능한 미디어 시승행사마저도 이렇게 제한적으로 운영된다면, 차량을 구입하기 위해 전시장을 방문하는 방문객은 더 한정된 시승만 가능할 것이다. FCA 코리아는 이러한 아쉬움을 덜어내기 위해 이동식 오프로드 모듈을 지프 전시장에 일부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청담과 일산, 인천 및 천안을 시작으로 모듈 체험 행사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SUV에 대한 선호는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앞다퉈 다양한 체급의 SUV들을 라인업에 추가하는 중이다. 랭글러는 SUV 홍수 속에 정통 오프로더라는 가치로 홀로 빛을 발하는 모델이다. 6개로 라인업을 강화한 랭글러가 국내 시장에서 얼마나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kjh@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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