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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K7, 모델명을 K8로 바꾼 속사정은 결국…

  • 기사입력 2021.02.19 08:00
  • 기자명 양봉수 기자

- 내수, 해외에서 모두 밀리는 판매량
- 경쟁력 확보 위해서는 상품성 ↑
- 인지도 비롯한 단점 보완하기 위한 목적도

[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기아자동차가 지난 17일, 기아 K8의 외장 디자인을 공개하면서 모델명의 변경 소식을 알렸다. 앞으로 K7이 아니라, K8이라는 것이다. 크기도 커졌고, 사양도 강화되었으니, 중대형 시장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모델명을 변경했다는 의미도 덧붙였다. 하지만 신차가 출시되면서 이렇게 커지고, 사양이 강화되는 건 당연하다. 진짜 이름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표면적인 이유는 상품성 강화지만, 이는 소비자들이 인정해야 할 몫이고, 진짜 이유는 판매량 때문이다. 현대 그랜저의 디자인이 혹평을 받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판매량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부분변경 이후 그랜저의 판매량은 1만 6,586대를 기록하고, 이후에도 1만 5천여 대를 두 번이나 더 넘겼다. 코로나19 본격화 이후에도 꾸준히 그랜저는 1만 대가 넘게 팔렸다. 그나마 판매량이 많이 감소한 1월에도 8천여 대를 넘겼으니, 그야말로 베스트셀링카다. 
 
국내 소비자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더 이상 중형세단은 가장 치열한 시장이 아니다. 상징성은 있지만, 실질적인 판매량에 있어서는 중대형급이 훨씬 더 높다. 현대 쏘나타와 기아 K5 판매량을 합쳐야 겨우 현대 그랜저와 비슷하며, 쉐보레 말리부와 르노삼성 SM6는 합쳐서 1,000대에 훨씬 못 미친다. 결국 국내에서 중형세단은 더 이상 월 1만 대를 넘기기도 힘들 정도로 규모가 축소되어가고 있다.
 
수익성도 당연히 중형보다 중대형 시장이 좋다. 그렇기 때문에 기아차 입장에서 K5가 얼마나 더 잘 팔리는지 과거만큼 중요하지는 않게 됐고, 오히려 앞으로의 시장성이나 수익성이 좋은 K7의 판매량이 더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K7의 1월 판매량은 1,709대로 전년 동월 대비 56.6%나 감소했다. 절반 이상이 증발한 셈이다.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량만 놓고 보면 352대로 매우 적은 수치이며, 전년 동월과 비교해서 18.1% 감소했다. 최근 1년 사이 판매량이 크게 증가한 작년 6월에는 5,652대를 판매하기도 했다. 상반기만 하더라도 4천여 대 이상을 기록했으나, 하반기부터는 판매량이 본격적으로 꺾이면서 2천여 대 내외를 기록 중이다. 
 
K7 판매량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현대 그랜저다. K5의 판매량이 현대 쏘나타 보다 훨씬 높은 것처럼 기아차도 신모델을 출시하면 현대 그랜저만큼 K7을 판매할 수 있고, 넘어서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미 11년 동안 확인된 사실은 그랜저의 판매량을 넘어선다고 해도 그건 일시적인 현상일 뿐 오랫동안 지속하기는 힘들다는 한계를 다시 확인했을 뿐이었다.
 
▲K7의 수출형 모델, 카덴자(사진=기아)

해외에서도 문제다. 11년 동안 50만 대가 팔렸는데, 해외 판매량은 10만 대를 넘기지 못했다. 1년 평균 1만 대, 월 평균 1천 대도 팔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야말로 참담한 실적이 아닐 수 없는데, 그도 그럴 것이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토요타 아발론, 쉐보레 임팔라를 비롯해 더 크고, 가성비가 좋은 미국, 일본차들이많다. 여기서 맥을 못 춘 그랜저는 결국 철수했고, K7 역시도 제대로 경쟁을 붙어볼 수가 없었다. 
 
내수나 수출 모두 중대형 시장이 놓치기에는 너무 크고, 아쉬운 시장이기 때문에 브랜드나 인지도가 밀리는 상황이라면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나 모두 가격 대비 크기나 사양은 가장 앞서야 한다. 이런 이유로 기아차는 더더욱 K7의 체급과 상품성을 높여 문제점을 보완하고, 동등한 경쟁을 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출시 초만 하더라도 K7의 슬로건은 “세상 어떤 차와도 경쟁하지 않는다.”, “K7, 단숨에 시대를 바꾸다”, “절제된 빛으로 프레스티지를 표현하다” 등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슬로건 대로 이뤄진 건 없었고, 앞으로 K8로 이런 슬로건을 실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bbongs142@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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