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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시승기, "기본기는 역시"

  • 기사입력 2021.03.08 07:59
  • 기자명 김예준 기자
[오토트리뷴=김예준 기자] 혼다가 어코드 하이브리드(이하 어코드)를 출시했다. 한때 수입차 1~2위를 다투던 과거의 명성은 퇴색된 지 오래다. 과거 어코드가 국내에서 사랑받았던 이유는 탄탄한 기본기에서 오는 안정감이었다. 이번에 시승한 어코드 역시 최신 차량들처럼 화려한 맛은 떨어졌다. 그러나 기본기만큼은 화려함과 역사를 떠나서 무시할 수는 없는 수준이었다.
 
▲혼다 어코드 전측면(사진=김예준 기자)


하이브리드 같지 않은 디자인

지난 2018년 국내에 출시된 어코드와 이번에 출시된 어코드는 디자인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도 자세히 살펴본다면, 소소한 디자인 변화가 눈에 띈다. 그릴의 디자인은 기존과 동일하다. 그러나 혼다 엠블럼에 푸른빛을 추가했고, 그릴 하단부에 크롬을 삽입했다. 안개등 역시 가로바 형태에서 네모난 형태로 변경됐다. 눈에 쉽게 띌만한 변화는 아니다.
 

▲혼다 어코드 측면(사진=김예준 기자)

기존 모델도 연비 효율성과 거리가 먼 스포티한 디자인의 휠이 적용됐었는데, 이번 모델도 마찬가지로 스포크가 길게 뻗어 역동적인 측면을 선보인다. 휠의 뚫린 곳을 최소화해 효율성을 높인 경쟁 모델들과 다르게 어코드는 패스트백 스타일의 측면과 조화를 택한 덕분이다. 후면은 기존과 완전히 동일하지만, 테일램프의 푸르스름한 빛을 제거해 한층 또렷해졌다.
 
▲혼다 어코드 센터패시아(사진=김예준 기자)


멋보단 실용성, 기존과 동일한 실내

외부에서는 소폭의 변화가 감지됐지만, 실내는 차이가 없다. 10세대 처음 출시된 2018년도에도 경쟁 모델처럼 화려한 맛은 떨어졌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똑같다. 브랜드를 떼어 놓고 보더라도 이는 소비자의 호불호를 극명하게 가를 부분이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투박한 CR-V보다는 봐줄 만하다는 점이다. 그래도 손에 닿는 부분에 적용된 우레탄 마감재, 손쉬운 조작, 버튼의 조작감을 확실하게 전달하는 버튼 질감은 괜찮았다. 
 

▲혼다 어코드 1열 시트(사진=김예준 기자)


큰 불만을 찾기 힘들었던 실내공간과 적재공간

1열의 시트는 푹신하다고 볼 수준은 아니다. 허리 부분이 단단하고 허리와 허벅지 지지부도 마찬가지다. 덕분에 코너에서도 문제없이 운전자를 잘 잡아준다. 종아리가 닿는 부분은 폭신하다. 일부 차량의 경우 종아리 부분의 마감이 그리 좋지 못하고 눈속임을 위해 크게 부풀린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코드는 프리미엄 세단의 시트처럼 시트 하단부까지 꼼꼼하게 마감했고 폭신했다.
 

▲혼다 어코드 2열 시트(사진=김예준 기자)

2열의 레그룸과 헤드룸은 널찍하다. 휠베이스가 2,830mm로 긴 편이기 때문이다. 또한 2열 센터 콘솔의 컵홀더는 별도의 덮개로 처리했고, 시트 폴딩 기능도 지원한다. 또한, 이번 어코드는 2열 전용 충전 포트도 새롭게 추가돼 섬세함이 돋보였다. 단점을 꼽자면, 센터 터널이 높게 솟아 있다는 것이다.
 
▲혼다 어코드 트렁크(사진=김예준 기자)

전기 배터리의 위치가 고려된 플랫폼 덕분에 어코드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하고도 널찍한 트렁크 공간을 갖췄다. 2열의 레그룸이 널찍해 당연히 트렁크 공간의 손해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2열 시트 하단부에 자리 잡은 배터리 덕분에 트렁크 안쪽이 살짝 솟은 정도이며 트렁크 공간은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폴딩 기능까지 사용한다면,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혼다 어코드 엔진(사진=김예준 기자)


하이브리드지만, 운전이 재밌네?

어코드는 하이브리드 전용 앳킨슨 사이클 2리터 가솔린 엔진을 품고 있다. 2리터 가솔린 엔진은 145마력의 최고출력과 17.8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여기에 32.1kg.m의 최대토크와 184마력의 출력을 발휘하는 2모터 시스템이 결합돼 시스템 최고출력은 215마력에 달한다. 출발 시 전기모터에서 가솔린으로 변경되는 시점에서 이질감은 들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선보이며, 가속을 이어간다. 전기 모터의 개입도 자주 이뤄져 높은 연비 효율에 일조한다.

가속력은 훌륭하지만, 역시나 맞물린 e-CVT는 곧장 CVT 미션의 특징을 보여준다. 변속 충격이 전무해 재미는 반감된다. 그래도 고속 크루징 시 CVT 미션은 전기모터와 발 빠른 움직임을 선보이며 즉각적으로 운전자가 원하는 가속력과 연료 효율을 달성하기 위해 묵묵히 제 할 일을 다한다.
 

▲혼다 어코드 운전석(사진=김예준 기자)

보통 하이브리드 세단들은 효율성을 초점을 맞춘 만큼 운전의 재미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코드는 운전의 재미가 살아있다. 퇴색된 과거의 명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킬 정도로 말이다. 탑승해 스티어링 휠을 꺾자마자 정교하게 맞물린 기계장치가 움직인다는 느낌이 체감됐다.

노면 정보에 따라 감쇠력을 달리하는 액티브 컨트롤 댐퍼 시스템 덕분에 노면에 달라붙어 운전자에게 안정감을 전달한다. 다만, 스포츠 모드가 아니더라도 탄탄하게 노면의 충격을 받아내는 서스펜션 세팅은 운전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 충분하다. 스포츠 모드와 일반 모드의 감쇠력 차이가 크지 않은 부분도 호불호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혼다 어코드 19인치 휠(사진=김예준 기자)

차량은 분명히 패밀리 중형 세단을 표방한다. 그러나 서스펜션과 조향 감각은 스포츠성 짙은 세단의 분위기를 이따금씩 풍긴다. 여기에 경쟁 모델들이 미약하게나마 저항을 줄여 연비를 상승시키기 위해 17인치 휠을 쓰는 것과 다르게 어코드는 스포크가 길게 뻗은 19인치 휠을 적용했다.
 
▲혼다 어코드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 연결 모습(사진=김예준 기자)


새롭게 추가된 편의 및 안전사양
소비자가 원하는 기능 대부분 적용

어코드의 하드웨어는 기존과 동일하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에서 변화가 두드러져 심심한 외관의 부족함을 채워준다. 최신 차량들과 비교하면 터치스크린의 크기는 8인치로 작지만,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해 편의성을 높였다. HUD는 이제 안드로이드 오토와 연동돼 길 안내도 해준다. 1열에는 통풍시트도 추가됐고, 후진 연동 사이드 미러와 와이퍼 결빙방지 장치 등 제법 다양한 편의사양이 새롭게 추가됐다.
 

▲혼다 어코드 운전자 보조 시스템(사진=김예준 기자)

안전사양도 보강됐다. 기존 차량에는 없던 후측방 경보 시스템이 새롭게 추가돼 차량의 후방 사각지대에 위치한 차량도 알려준다. 더불어 후진 시 사각지대에서 접근하는 차량을 알려주는 크로스 트래픽 모니터도 새롭게 적용됐다. 이 밖에 안전사양은 기존과 동일하다.
 
▲혼다 어코드 후측면(사진=김예준 기자)


어쨌든 충실한 기본기는 인정

시국이 시국인지라(?) 세 자리 번호판이 부착된 시승차가 걱정됐던 것은 사실이었다. 시승 중 실제로 차선 변경 시 자격지심인지 몰라도 자리를 쉽게 내주지 않은 차량들도 있었다. 왕복 140km 이상의 거리였으니 자격지심이 아닐 수도 있다. 자리를 쉽게 내주지 않아도 그 운전자를 욕할 수는 없었고, 안 했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말이다.
 
혼다라는 배지를 배제하고 차량의 가치로만 평가해본다면, 어코드가 무조건 나쁜 차라고 할 수는 없었다. 어코드는 일본 내수용과 미국 모델이 다르며, 국내에서 판매되는 어코드는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이기 때문에 미국인의 입김이 더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미국인들 취향에 맞췄기 때문에 어코드는 한때 국내에서 잘나가던 시절도 있었다. 차가 비싸고 멋있어서가 아니라 기본기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혼다 어코드 엠블럼(사진=김예준 기자)

이번 어코드 역시 차량의 기본기만 놓고 본다면 상당히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힘들었다. 디자인이 잘나서가 아니라 차량의 기본기에서 눈속임 없이 탄탄함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기본기의 완성도는 10세대 동안 진화한 노련함을 보여줬다.

만약, 지금처럼 한일 관계가 복잡하지 않다면 어코드는 국내에서 어떤 이미지였을지 궁금해진다.

kyj@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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