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 렉스턴 스포츠 칸은 주력모델이 3천만 원 중반대, 쉐보레 콜로라도는 4천만 원 초중반대가 주력이다. 하지만 포드 레인저 와일드트랙은 4,990만 원으로 사실상 5천만 원에 책정됐다. 레인저 와일드트랙의 가격도 경쟁 모델 대비 비싸지만, 남아공에서 수입하는 모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 비싸다.
더 황당한 가격은 레인저 랩터다. 미국에서 아시안 랩터라고도 불린다. 쌍용 렉스턴 스포츠 튜닝 차량을 조선 랩터라고 불렀던 것처럼 미국에서 판매하지 않는 랩터라는 말을 비꼰 것이다. 그런데 이 레인저 랩터는 한국으로 오면서 6,390만 원이 된다. 미국에서 직수입한 F-150 중간급 모델과 맞먹는 가격이다.
포드코리아가 실질적으로 판매하고 싶은 모델은 레인저 와일드트랙인데, 레인저 와일드트랙의 가격을 경쟁모델 보다 높게 책정하기 위해서는 레인저 랩터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레인저 랩터가 없다면 경쟁모델과 비교되며 비판당하기 쉽지만, 레인저 랩터를 내세우면 레인저는 원래 이렇게 고가의 픽업트럭이며, 레인저 랩터 대비 합리적인 모델인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레인저 랩터가 많이 팔리면 마진율이 좋아서 좋고, 안 팔려도 레인저 랩터의 이미지를 활용해 레인저 와일드트랙만 잘 팔리면 되기 때문에 어떻게 하더라도 손해볼 건 없는 듯한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대적인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 이런 전략은 먹히지 않았고, 결국 사전계약 대수가 경쟁모델의 월 판매량에도 못 미칠 정도로 목표치를 그게 밑도는 결과를 낳게 됐다. 포드코리아 의도대로 된 것은 레인저 판매 비중이 레인저 랩터보다 레인저 와일드트랙에 몰렸다는 것 밖에 없다.
시승 행사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레인저 와일드트랙은 솔직히 가격을 접고 봐도 디자인 수준이나 성능의 특별함은 모르겠다”, “실제로 타봐도 가격 보면 팔 생각이 있는 차인지 모르겠다”, “일본차는 싫지만, 그 가격이면 토요타 타코마가 낫겠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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