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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 픽업트럭의 화물차 세금 논란... “판매량 늘어나니, 세금 혜택 폐지하라?”

  • 기사입력 2021.04.19 10:31
  • 기자명 양봉수 기자

[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픽업트럭은 국내에서 ‘화물’로 분류되면서 자동차 세금이 다른 승용차에 비해서 저렴한 편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픽업트럭이 다양화되고, 픽업트럭을 레저용으로 타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일부 자동차 전문 매체를 중심으로 승용 세금을 걷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픽업트럭의 세금은 2만 8,500원이다. 쉐보레 콜로라도를 화물이 아닌 승용으로 분류할 경우, 연간 72만 원을 걷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화물이기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은 SUV와 같은 경승용차로 분류해서 세금을 내는 나라들 보다 혜택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사업자들의 경우, 업무용차량으로 구입 시 발생하는 부가세 환급 역시 문제로 삼기도 한다. 
 

▲쌍용 렉스턴 스포츠 칸 하드탑(사진=쌍용차)

관련 기사들의 댓글창에는 레저용 픽업트럭과 생계형 픽업트럭에 대한 갑론을박도 상당하다. “캠핑이나, 오프로드 관심 없다. 업무용으로 사용한다. 1년에 한 번씩 정기검사받는 것도 귀찮고, 세금 더 내고, 승용차 보험료 적용받아 1차로 주행하고 싶다.”라며, 세금을 더 내고 싶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런 댓글을 일반화해서는 안 되지만, 픽업트럭을 구입하는 사업자나 레저용 소비자들은 세금 혜택 때문에 구입하는 게 아니다. 
 
물론 ‘면세용 SUV’라고 불릴 정도로 세금이 저렴해서 픽업트럭을 구입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그런데 이 소비자들 대부분은 지방에서 거주하는 고령층이다. 실제로 경제활동을 활발하게 할 능력이 없는 소비층이다. 그나마 신차로 지방에서도 계절에 관계없이 주행하기 적당한 모델이 픽업트럭인데, 당장 SUV 세금을 내라고 한다면 정치적인 문제로 번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레저용 픽업트럭과 생계용 픽업트럭을 구분할 수 있을까? 과연 어떻게 구분이 가능할까? 사업자가 있으면 부가세가 환급되는 것처럼 세금을 깎아주면 될까? 그렇다면 사업자가 없는 일용직 근로자나 노령층, 저소득 계층이 더 피해를 보기가 쉽다. 반대로 사업자가 있으면 세금 낼 여력이 있으니, 세금을 더 걷으면 될까? 그렇다면 과연 자발적으로 세금을 더 낼 사업자는 얼마나 될까?
 

▲현대 포터(사진=현대차)

‘현대 포터와 기아 봉고 같은 트럭이 안전성에 취약하다면서 결국 픽업트럭에 세금을 더 걷자는 주장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그리고 픽업트럭에 승용 세금을 걷는다면 누가 이득을 볼까? 픽업트럭에 화물 세금을 걷는다면 국민들이 손해를 볼까? 그 정도로 픽업트럭이 큰 시장이었나?’라는 등의 질문에 누가 답할 수 있을까? 그냥 던져만 놓고 ‘아니면 말고’라는 식은 곤란하다. 
 
고가의 픽업트럭을 생계형으로 사용하는 비중이 매우 낮다는 주장도 있지만, 역시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없다. 막연히 대중들 간의 갈등만 부추길 뿐, 역시 ‘아니면 말고’라는 식이다. 현시점에서는 이런 갈등 조장보다 근본적으로 해결책을 고민하고, 제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배기량 별로 세금을 낸다. 픽업트럭에 대한 화물차 혜택을 논하기 전에 배기량 별로 내는 세금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억 원 내외의 수입 프리미엄 세단과 SUV도 요즘은 3천만 원 대 국산차와 같은 세금을 낸다. 이건 합당한가? 여기는 생계형이 없는 시장이다. 3천만 원대 국산차와 같은 세금을 내면서 1억 원 대 수입 세단을 생계형으로 탄다는 사람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더군다나 판매량도 굉장하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는 기자나, 매체는 별로 없는 게 현실이다.

‘수익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라는 말처럼, 많이 벌면 많이 내야 하는 게 맞다. 업무용 차는 업무용으로 써야 하는 게 맞다. 다 맞는 말이지만, 이론과 현실은 맞지 않는 부분도 너무 많다. 차가 1대 밖에 없는 자영업자가 픽업트럭을 평상시에 업무용으로 활용하다가, 주말에 레저용으로 썼다고 해서 승용 세금 내라는 게 과연 합당한가?
 

▲쌍용 렉스턴 스포츠 루프탑텐트(사진=쌍용차)

당연히 오직 레저를 위해서 구입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여기에 하드탑을 씌워 면세용 SUV로 둔갑시켜 SUV처럼 타는 소비자들이나, 오프로드나 캠핑을 즐기기 위해서 구입하는 소비자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소비자들의 경우 픽업트럭을 세컨드카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서 직접세, 간접세를 모두 더 걷을 수 있고, 여행과 관광, 캠핑 등으로 지방 경제가 활성화 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는 오히려 긍정적인 역할도 가능하다.
 
어차피 여유가 있는 소비자들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세금 몇 푼에는 관심이 없다. 거꾸로 구체적인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몇몇 레저용으로 타는 소비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자고 픽업트럭에 대한 세금 논란을 부추기는 건, 자영업자들이나 저소득층, 노령층을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운사이징, 전기차 시대로 접어들면서 세금의 불균형이 심화되는 만큼 단순히 국민들 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정책이 아니라,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세금과 혜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bbongs142@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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