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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400만 원이 아깝지 않다”, 현대 투싼 하이브리드

  • 기사입력 2021.05.04 10:30
  • 기자명 양봉수 기자
[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아무리 싱싱하고, 잘 익은 듯 보여도 먹어보고 사지 않으면 그 맛을 알 수 없어 명절 때마다 낭패를 보는 것이 과일이고, 어떠한 생각을 가졌더라도 시승을 해보면 다른 게 자동차다. 현대 투싼 하이브리드도 그렇다. 솔직히 그저 그런 하이브리드인 줄 알고, 지난 9월에 출시됐지만, 시승을 하지 않다가 이제서야 했다. 그 소감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진작 타볼 껄 왜 이제서야...”
 
▲콘셉트카처럼 과감한 디자인을 갖게 된 투싼(사진=양봉수 기자)

예상을 너무 엇나갔다. ‘하이브리드나 가솔린이나 승차감에서 큰 차이가 있을까’ 생각해왔다. 작년 초까지 판매됐던 투싼 3세대 모델은 디젤이나 가솔린 모두 여러 차례 시승을 해봤는데, 가솔린은 늘 유쾌하지 않았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디젤처럼 토크감이 묵직하게 받쳐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빠른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김빠진 콜라 같았다. 
 
▲그릴 내부에서 주간주행등이 켜지고, 헤드램프는 안개등 위치에 위치한다.(사진=양봉수 기자)

하지만 투싼 하이브리드는 달랐다. 코나 하이브리드, 쏘나타 하이브리드처럼 초반에는 모터가 밀어주고, 중후반에는 엔진 출력이 받쳐주니 가속성능이 매우 경쾌했다. 시스템 최고출력이 230마력이니, 3세대 투싼 가솔린 모델에서 답답했던 느낌은 온데간데없이 싹 사라지고, 청량함만 남았다. 특히 모터가 ‘스윽’ 밀어줄 때는 마치 전기차처럼 너무 매끄럽고, 부드럽게 가속된다.
 
▲계기반 위치가 낮고, 디스플레이는 전부 터치식이라 약간 불편하다.(사진=양봉수 기자)

디스플레이를 따로 확인하지 않으면 모터로 주행하는 중인지, 엔진으로 주행하는 중인지 제대로 확인이 안 될 정도로 아주 자연스럽다. 과거에는 모터에서 엔진으로 넘어가면 이질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질감을 찾기 어렵다. 실내에서 노래를 틀고 있다면 소리로는 확인이 불가능에 가깝고, 발 끝으로 느껴져야 하는데, 변속기나 모터의 조화 때문인지 너무 자연스럽게 전개된다. 
 
▲시스템 출력 230마력을 발휘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사진=양봉수 기자)

물론, 엔진만 구동되는 상황에서는 확실한 차이가 느껴진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모터보다 엔진이 훨씬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는데, 이때는 약간의 진동과 소음이 발생한다. 계속해서 전기차처럼 소음 없이 주행하다가 엔진이 구동되니 오히려 상대적으로 시끄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집에 있는 가솔린은 어떻게 타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비유하자면 가솔린 차량 타다가 디젤 차량 타기 싫은 것 같은 기분이 아닐까. 
 
▲효율성 좋은 투싼의 에코모드 화면(사진=양봉수 기자)

어쨌든 시내주행 20%, 고속주행 80% 정도의 구간을 약 100km 이상 주행했을 때의 연비는 무려 20.6km/l를 기록했다. 아무리 하이브리드라고 해도 이렇게 높은 숫자를 본 건 처음이다. 옛날처럼 계기반 연비를 뻥튀기하는 것도 아닌데, 이게 진짜인가 싶을 정도로 놀라운 숫자다. 그래서 반대로 과감하게 주행도 해봤다. 이때는 연비가 순식간에 떨어지면서 리터당 14km 수준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그래도 대단하다.
 
▲반자율주행 기능을 활용이 더 간편해졌다.(사진=양봉수 기자)

고속도로에서는 HDA을 사용하면서 주행했는데, 기존과 달리 버튼 하나만 누르면 바로 작동되고, 또다시누르면 종료가 되어 너무 편해졌다. 기존에는 크루즈 컨트롤 버튼을 누르고 다시 SET 버튼을 눌러서 작동시키는 과정들이 불편했는데, 아주 잘 간소화됐다. 게다가 크루즈 컨트롤과 함께 수동으로 속도제한 설정까지 지원한다. 이 기능은 직접 운전하면서 제한속도를 지키고 싶을 때, 졸음운전을 방지하면서 구간단속을 지나거나 해야 하는 상황 등에서는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디퓨즈, 정말 편하고 좋은 기능(사진=양봉수 기자)

정차 시에는 에어컨을 틀던, 히터를 틀던, 엔진이 안 돌아가니까. 부담이 없다. 환경에게도 덜 미안하고, 실내에 타고 휴게소에서 잠시 쉴 때도 헤드레스트나 시트로 진동이나 소음이 전달되지 않으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전기차로 차박하는 게 요즘 대세라는데, 투싼 하이브리드도 역시 차박하기 좋겠다. 
 
▲무풍에어컨이 따로 없다.(사진=양봉수 기자)

센터페시아 하단부에 ‘디퓨즈’라는 버튼이 있어서 뭔가 했더니, 홈페이지에는 ‘멀티에어모드’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버튼을 누르면 바람이 송풍구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 송풍구 주변에서도 바람이 나온다. 간접적으로 바람이 나오게 하는 무풍에어컨이 유행인데, 그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송풍구를 전체적으로 뚫는 건 폭스바겐그룹에서 특허를 갖고 있기 때문에 타사에서는 이를 그대로 적용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디퓨즈 기능은 이와 관련 없어 적용한 듯 보인다. 
 
▲측면의 라인들은 굉장히 과감하다.(사진=양봉수 기자)

하이브리드 모델 특성상 브레이크는 약간 밀리는 느낌이 있고, 고속구간에서는 아무래도 세단보다 하체가 약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굳이 꼽자면 두 가지 정도는 아쉽지만, 전반적으로 패밀리카로 사용하기에 너무 좋다. 평상시에는 모터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때문에 진동이나 소음도 매우 적고, 변속은 말할 것도 없다. 에코모드에서는 거의 무단 변속기 수준이다. 또 과속방지턱을 넘거나 국도 주행에서는 하체 세팅이 너무 딱딱하지도 않고 적당하다.
 
▲브라운 시트는 색상이 진하면서 탁하기도 하고, 특별히 예쁘지는 않다.(사진=양봉수 기자)

아무래도 패밀리카로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공간감이 가장 크다. 투싼의 크기가 거의 싼타페 DM 만큼 커졌기 때문에 1열과 2열에서 느껴지는 공간감이 굉장하다. 실제로 휠베이스는 투싼이 동급에서 가장 길고, 싼타페 DM보다도 5mm 더 긴 2,755mm다. 전장도 싼타페 DM과 비교했을 때 70mm 밖에 차이가 안 나고, TM과 비교해도 155mm 차이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투싼의 공간감은 넓은 게 당연하다. 
 
▲야간에 보면 더욱 멋진 테일램프, 인스퍼레이션 트림은 디테일이 특히 더 멋지다.(사진=양봉수 기자)

하이브리드 모델이라 그런지,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과 파워트레인이 더 잘 어울렸다. 디자인은 앞서 나가는데, 파워트레인이 따라주지 못하는 모습이 가장 안타까웠는데, 투싼은 첨단 사양들까지 매우 조화로웠다. 가솔린 모델 보다 400만 원이나 비싸지만, 오래 탈 생각이라면 그리고 가족과 함께할 계획이라면 하이브리드를 추천하고 싶다. 
 
한편, 투싼의 판매량 약 50%는 가솔린, 30% 이상은 하이브리드가 차지하고, 전통적으로 인기가 높았던 디젤의 판매량은 겨우 20% 수준에 불과하다.

bbongs142@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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