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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보다 강력한 재미, 국산차로 슈퍼카를 이기다니"... 현대 아이오닉 5 N 시승기

  • 기사입력 2023.11.07 16:48
  • 기자명 최현진 기자

[오토트리뷴=최현진 기자] 운전 재미를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내연기관 펀 카를 탈 때면 항상 드는 생각이 있다. "이 정도로 즐거운 운전을 선사하는 자동차가 전기차 시대에도 존재할까?" 이러한 의문은 내연기관 자동차의 낭만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이들이라면 반드시 가져봤을 걱정이기도 하다.

▲현대 아이오닉 5 N(사진=View H)
▲현대 아이오닉 5 N(사진=View H)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걱정은 어느 정도 내려놔도 좋겠다. 고성능 전기차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모델이 국산차 가운데 나타났기 때문이다.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 N의 첫 번째 전동화 모델, 아이오닉 5 N이다.

본래 아이오닉 5는 '최초'와 '미래', 그리고 '혁신'을 강조하는 차다. 이를 뒷받침하듯 차체 컬러는 차분한 9가지 톤이 전부였다. 하지만 아이오닉 5 N은 그런 차분함을 고리타분한 것으로 여기듯, 기존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자극적인 색상 두 가지를 택했다. 하나는 소울트로닉 오렌지 펄, 그리고 다른 하나가 시승차의 컬러이기도 한 N 브랜드 대표 색상, 퍼포먼스 블루다.

▲현대 아이오닉 5 N(사진=View H)
▲현대 아이오닉 5 N(사진=View H)

외관도 아이오닉 5를 토대로 과격한 변신을 꾀했다. 두 모델 사이에는 사다리꼴 조형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를 해석하는 방식은 서로 달랐다. 기존의 디자인은 사다리꼴이 스키드 플레이트 형태로 디자인적 측면에서 근미래적 이미지를 뒷받침해 주는 느낌이었다.

반면 아이오닉 5 N의 사다리꼴은 대형 그릴과 양쪽 끝단의 공기흡입구로 구성되어 웬만한 스포츠카 못지않은 공격적인 인상과 기능적인 면을 강조한다. 공기흡입구를 감싸는 은색 가니시는 'N'을 형상화한 듯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현대 아이오닉 5 N(사진=View H)
▲현대 아이오닉 5 N(사진=View H)

측면은 기존보다 바닥에 깔린 차체를 더욱 낮아 보이게 한다. 측면 하단 가니시가 사라지고, 그 아래로는 사이드 스커트가 자리 잡았다. 사이드 스커트에는 N 특유의 스포츠성을 강조하는 레드 라인이 전면부 스플리터로부터 이어져 수평으로 뻗어나간다. 뒷바퀴 클래딩에 다다르고 나서야 비로소 음각 N 로고가 나타난다. 21인치 휠과 대형 브레이크도 존재감이 크다.

▲현대 아이오닉 5 N(사진=View H)
▲현대 아이오닉 5 N(사진=View H)

후면부는 경주차를 연상시킨다. 에어 덕트를 연상시키는 양 측면의 블랙 가니시, 레드 포인트로 굴곡을 강조한 디퓨저 등이 과격함을 배가시킨다. 기본형 아이오닉 5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리어 와이퍼도 적용됐다. 역차별(?) 논란을 피하려면 기본형 모델의 부분변경 시점에 반드시 적용되어야 할 요소다.

▲현대 아이오닉 5 N(사진=View H)
▲현대 아이오닉 5 N(사진=View H)

큰 차체 크기를 기반으로 한 넓은 실내는 여전히 장점이다. 하지만 1열 공간은 철저히 주행에 집중해야 하는 영역으로 탈바꿈했다. 기존 아이오닉 5의 마케팅 포인트였던 움직이는 유니버설 아일랜드 대신 고정형 센터 콘솔이 자리 잡았으며, 4개의 픽셀 도트 대신 큼지막한 N 엠블럼이 박혀있는 스티어링 휠은 손을 떼지 않고도 트랙 주행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현대 아이오닉 5 N의 고정식 센터 콘솔(사진=View H)
▲현대 아이오닉 5 N의 고정식 센터 콘솔(사진=View H)

특히 고정식 센터 콘솔은 의미가 크다. 600마력이 넘는 고성능 차에 서킷 주행도 고려했기 때문에 실내에서 임의로 움직일 만한 요소를 배제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양 측면 안쪽에는 미끄럼 방지 패드를 덧댔다. 격한 주행 시 운전자와 동승자가 무릎이나 다리를 지지해 자세가 흐트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아이오닉 5 N을 향한 엔지니어들의 진심을 느낄 수 있던 부분이다.

▲현대 아이오닉 5 N(사진=View H)
▲현대 아이오닉 5 N(사진=View H)

아이오닉 5 N의 성능은 숫자에서 가장 먼저 기선제압이 들어간다. 듀얼 모터의 최고출력은 무려 609마력이다. 국산 전기차는 물론이고 국산차 전체를 통틀어서도 찾아보기가 힘들었던 수치다. 1년 일찍 나온 기아 EV6 GT가 580마력대로 이를 조금 밑도는 수준인 것이 전부다. 그나마 수입 전기차로 눈을 돌려야 이를 상회하는 고성능 차를 몇 가지 꼽을 수 있다.

▲현대 아이오닉 5 N(사진=View H)
▲현대 아이오닉 5 N(사진=View H)

정지 상태에서부터 최대토크가 발생하는 전기차의 가속성능은 항상 짜릿하다. 아이오닉 5 N은 노면 상태에 따라 휠 슬립과 토크를 제어하는 런치 컨트롤 기능으로 이를 극대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내연기관 모델의 NGS에 해당하는 N 그린 부스트(NGB)를 활성화시키면 최고출력은 순간적으로 650마력까지 치솟는다.

▲아이오닉 5 N의 가상 변속 시스템 'N e-시프트'(사진=View H)
▲아이오닉 5 N의 가상 변속 시스템 'N e-시프트'(사진=View H)

현대차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양념을 추가했다. 2.0 터보 엔진을 포함한 세 가지의 가상 배기음을 재현하는 N 액티브 사운드 플러스, 내연기관 자동차의 8단 DCT 변속 느낌을 구현한 N e-시프트다. 가상의 단수에 맞춘 회전 질감과 사운드가 몰입감을 키운다. 고속 주행 중 업시프트와 다운시프트를 반복하면서 밀고 당겨주는 특유의 느낌도 탁월하다.

▲현대 아이오닉 5 N(사진=최현진 기자)
▲현대 아이오닉 5 N(사진=최현진 기자)

하체에서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스티어링 반응이다. 기본형 대비 묵직해졌고 조향비도 훨씬 타이트해졌다. 랠리카나 고카트 감성을 지향하는 수입 핫해치 못지 않은 '쫀쫀함'이 매력이다.

탄탄한 서스펜션 감각은 승차감 위주의 컴포트 모드나 최대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에코 모드에서도 정도가 다를 뿐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물론 N 모드로 진입하면 서스펜션 반응이 즉각적으로 변한다. e-LSD의 개입도 훨씬 적극적이다. 와인딩 코스에서는 약간의 오버스티어도 허용되는 느낌이다.

▲현대 아이오닉 5 N(사진=View H)
▲현대 아이오닉 5 N(사진=View H)

여기에 더해 어느 속도에서나 강하고 안정적인 제동성능도 일품이다. 전륜 400mm, 후륜 360mm 디스크, 4피스톤 모노블럭 캘리퍼에 특유의 회생제동 성능을 극대화한 N 브레이크 리젠(NBR)도 한몫 해낸다. 이런 점들 때문에 이 차가 2.2톤이나 되는 거구라는 점을 자주 잊어버린다.

▲현대 아이오닉 5 N(사진=양봉수 기자)
▲현대 아이오닉 5 N(사진=최현진 기자)

벨로스터 N을 시작으로, 현대차는 일상에서도 두근거리는 운전이 가능한 악동 같은 차를 꾸준히 선물해왔다. 그리고 전기차 시대에도 그 선물은 멈추지 않을 것임을 아이오닉 5 N으로 증명했다. 7,600만 원부터인 가격은 자칫 비싸다는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웬만한 내연기관 고성능 차를 압도하는 성능에 넓은 실내 공간, V2L, 첨단 편의 및 안전 사양 등 실용성까지 더한 가격으로는 썩 괜찮을지도 모른다.

▲현대 아이오닉 5 N(사진=최현진 기자)

물론 도로 위 짧은 시승으로 이 차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는 없다. 아이오닉 5 N은 사실 트랙 위에서 그 잠재력이 더욱 깨어나는 차다. 차체를 미끄러트리는 드리프트 주행을 돕는 N 드리프트 옵티마이저, 전후륜 구동력을 직접 분배할 수 있는 N 토크 디스트리뷰션, 업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온도 관리 시스템 등 수입 고성능 전기차마저 압도하는 기능이 다수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아이오닉 5 N은 가장 일상 친화적이면서도 그 어떤 N 모델보다도 높은 한계를 갖는 차다. 여전히 보여줄 것이 많으며, 그걸 확인하고 싶다면 트랙으로 따라오라고 이야기하는 것만 같다. 

chj@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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