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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지프 랭글러 루비콘, "비싸진 가격에도 마땅히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

  • 기사입력 2024.02.26 15:44
  • 기자명 전우주 기자

[오토트리뷴=전우주 기자] 랭글러 루비콘이 부분변경 모델로 돌아왔다. 남성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외관과 오프로드에 집중한 성격이 지금까지 랭글러의 특징이었다. 부분변경 모델 역시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다소 부족했던 온로드 성능을 보완하고, 각종 편의 장비를 추가해 상품성을 강화했다.

▲지프 랭글러 루비콘(사진=양봉수 기자)
▲지프 랭글러 루비콘(사진=양봉수 기자)

랭글러의 전체적인 인상은 브랜드의 기틀을 닦은 윌리스 지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형태다. 이번 세대 부분변경 모델은 지프 시그니처인 7줄 전면 그릴에 블랙 가니쉬를 추가해 고급감을 더했다. 전면부 카메라에는 별도의 워셔액 노즐이 장착되어 험로 주행 중 카메라의 오염에 대비한 모습이다. 주간주행등은 헤드램프 내부에도 추가되어 총 2쌍으로 구성됐다.

▲랭글러 루비콘(사진=양봉수 기자)
▲랭글러 루비콘(사진=양봉수 기자)

전면에서 가장 큰 변화는 범퍼다. 앞이 긴 유럽형 범퍼 대신 미국 사양 랭글러의 범퍼가 장착됐다. 두 범퍼 디자인의 차이는 유럽과 미국 각국의 안전 규제 차이에서 비롯됐다. 오프로드 감성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미국 사양 랭글러 디자인을 선호했던 만큼, 이번 변화에 대한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랭글러 루비콘(사진=양봉수 기자)
▲랭글러 루비콘(사진=양봉수 기자)

측면은 기존 모델과 차이점을 찾기 힘들다. 랭글러의 특징인 도어 분리가 가능한 경첩이 드러나 있어 랭글러만의 감성을 짙게 만든다. 펜더에 부착된 동그란 빨간색 지프 로고 뱃지는 아래의 '지프 랭글러' 레터링과 함께 정체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랭글러 루비콘(사진=양봉수 기자)
▲랭글러 루비콘(사진=양봉수 기자)

후면에도 카메라가 위치해 있다. 스페어타이어 가운데 부착된 카메라는 전면과 달리 워셔액으로 세척을 할 수는 없다. 미국형 랭글러의 특징인 리어 램프 끝에는 차폭등이 위치해 있다. 그 외에는 이전 모델과 차이점을 찾기 힘들다.

▲랭글러 루비콘(사진=최현진 기자)
▲랭글러 루비콘(사진=최현진 기자)

실내는 랭글러만의 정체성이 강하게 드러난다. 계기반, 디스플레이, 실내 버튼류들은 대체로 크게 구성되어 시인성과 조작성을 높였다. 창문 스위치를 비롯해 스웨이바 분리, 디퍼렌셜 락, 오프로드+ 등 험로 주행에 활용되는 각종 버튼이 센터패시아 하단에 집중되어 있다.

▲랭글러 루비콘(사진=최현진 기자)
▲랭글러 루비콘(사진=최현진 기자)

센터 콘솔에는 8단 자동변속기 옆에 차량 구동방식을 조작할 수 있는 사륜구동 레버가 있다. 5개의 주행 모드로 구성된 레버는 오작동을 방지하기 위해 뻑뻑한 조작감과 많은 움직임을 요구한다. 그 아래에는 최근 차량에서 보기 힘든 수동식 사이드브레이크가 위치해 있다.

▲랭글러 루비콘(사진=최현진 기자)
▲랭글러 루비콘(사진=최현진 기자)

실내에서 가장 크게 변화된 부분은 디스플레이다. 8.5인치에서 12.3인치로 확대됐고, 높은 해상도로 카메라 영상 등의 송출이 보다 깔끔해졌다. 디스플레이가 변경되면서 한국 사양 전용으로 티맵 오토가 새롭게 탑재됐다.

▲랭글러 루비콘(사진=최현진 기자)
▲랭글러 루비콘(사진=최현진 기자)

오프로드 감성은 실내 여러 곳에서 느낄 수 있다. A 필러에 설치된 승하차를 돕는 손잡이와 조수석 대시보드 손잡이, 좁은 면적의 전면 유리창 특히 실내 곳곳에 마련된 수납공간 바닥을 우레탄으로 마감해 오프로드 주행 시 밀착력을 높였다. 12.3인치 디스플레이에는 ▲차량 동역학 ▲악세사리 게이지 ▲피치와 롤링 ▲전방 주시 카메라로 구성된 오프로드 페이지가 설치되어 있다. 

▲랭글러 루비콘(사진=최현진 기자)
▲랭글러 루비콘(사진=최현진 기자)

신형 랭글러에는 오프로드 차량답지 않은 변화도 느껴진다. 기존 직물 시트는 나파가죽 시트로 변경되었고, 수동식 시트는 전동 시트로 변화됐다. 이런 변화는 온로드 성능에도 신경 쓴 지프의 전략이 드러나지만, 오프로드를 선호하는 구매자들은 직물 시트와 수동식 시트 선호도가 높은 만큼 다소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랭글러 루비콘(사진=최현진 기자)
▲랭글러 루비콘(사진=최현진 기자)

2열의 경우 구성은 이전 모델과 동일하다. 등받이는 각도 조절이 되지 않으며 앉는 면적도 여전히 좁다. 오프로드 시 안전을 위함이지만 승차감 측면에서는 높은 수준이라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랭글러 루비콘(사진=양봉수 기자)
▲랭글러 루비콘(사진=양봉수 기자)

신형 랭글러의 파워트레인은 이전과 동일한 2.0리터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유지됐다.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을 발휘한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초반부터 강력한 토크가 노면으로 전달되며 디젤 엔진과 유사한 파워밴드를 보여준다. 과급기가 개선되어 더더욱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랭글러 루비콘(사진=최현진 기자)
▲랭글러 루비콘(사진=최현진 기자)

일반도로로 차를 가지고 나가면 일반적인 차량과 다른 주행감각에 당황한다. 스티어링 과 브레이크 감각은 다소 느슨하고 서스펜션은 배를 타듯 낭창하다. 속도를 올리면 풍절음과 배기음이 차 안으로 들어와 옆 사람과의 대화도 힘들다. 평균 연비도 5km/L 내외에 그친다.

▲랭글러 루비콘(사진=최현진 기자)
▲랭글러 루비콘(사진=최현진 기자)

그나마 노면 소음은 기존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 이유는 타이어에 있다. 올터레인 타이어 중 가장 성능이 뛰어난 BF 굿리치 타이어를 기본 적용했다. 덕분에 소음 저감과 함께 온로드 승차감도 소폭 향상됐다.

▲랭글러 루비콘(사진=양봉수 기자)
▲랭글러 루비콘(사진=양봉수 기자)

하지만 오프로드로 들어가면 온로드에서의 단점이 장점으로 전환된다. 느슨했던 조향감은 험로에서 반대로 날카롭게 변화한다. 차체 움직임이 큰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컨트롤이 가능하다. 서스펜션 역시 빠르게 변하는 노면을 바로 대응한다. 차량의 거동을 철저히 오프로드 위주로 집중한 덕에 일반 SUV로는 꿈도 못 꿀 만한 길을 아무렇지도 않게 주파한다.

▲랭글러 루비콘(사진=최현진 기자)
▲랭글러 루비콘(사진=최현진 기자)

사륜구동 시스템은 각 모드별로 특성이 완전히 다르다. 4륜 고속 모드(4H)는 모래밭이나 자갈길 등에서 최적의 구동성능을 보여준다. 4륜 저속 모드(4L)의 경우 가속 페달 조작에 따라 반응이 더 즉각적으로 따라오며, 페달을 놓으면 빠르게 감속이 이뤄진다. 한번에 가장 높은 힘을 낼 수 있는 모드지만 그만큼 엔진 부하가 크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랭글러 루비콘(사진=최현진 기자)
▲랭글러 루비콘(사진=최현진 기자)

전·후륜 디퍼렌셜 록, 스웨이 바 분리 기능에 오프로드+ 기능까지 더해지면 슈퍼카의 트랙 주행처럼 극단적인 오프로드 주행조차 거뜬하게 해낼 기세다. 슈퍼카가 극한의 성능과 빠른 속도를 위해 포기한 게 많은 것처럼, 랭글러 또한 적지 않은 부분을 희생한 대신 거친 길을 정복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은 셈이다.

▲랭글러 루비콘(사진=양봉수 기자)
▲랭글러 루비콘(사진=양봉수 기자)

랭글러를 두고 “정장보다는 카고 바지가 잘 어울리는 차”라는 표현을 쓴다. 그만큼 랭글러는 고유의 정체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차다. 연비를 고려하지 않은 각진 차체, 투박함, 부족한 편의 장치로 분명 데일리로 타기엔 아쉬운 차임에는 부정할 수 없다.

▲지프 랭글러 루비콘(사진=양봉수 기자)
▲지프 랭글러 루비콘(사진=양봉수 기자)

더구나 이번 부분변경 모델의 가격은 4도어 하드탑 기준 8,040만 원부터다. 이전에 비해서도 비싸진 가격이다. 하지만 이만큼의 감성을 주는 대체제는 사실상 없다. 주말 도심을 떠나 자연으로 떠날 때는 최고의 동반자다. 아주 약간의 불편을 즐길 자신이 있다면 포르쉐 이상 가는 드림카로 꼽을 만한 차가 바로 랭글러다.

jwj@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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