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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특별한 E-클래스, E 400 쿠페와 E 43 AMG 시승기

  • 기사입력 2018.09.05 09:45
  • 기자명 오토트리뷴

[오토트리뷴=김준하 기자] 지난 8월 28일,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데이가 개최됐다. E-클래스 시리즈 시승과 트레이닝 아카데미 강의를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당일 행사는 서울 강변역에서 용인 기흥에 위치한 메르세데스-벤츠 트레이닝 아카데미 센터를 E-클래스로 왕복 주행하는 일정이 포함됐다. 세단과 쿠페, 카브리올레 그리고 메르세데스-AMG 시승차 가운데 추첨으로 시승할 차량을 선정했다. 운 좋게도 E 400 4매틱 쿠페와 메르세데스-AMG E 43 4매틱 두 가지 모델을 시승할 수 있었다.


2016년 데뷔한 10세대 E-클래스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전체 라인업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볼륨 모델이다. 국내에 출시된 라인업만 해도 17종에 이를 정도이며, 올해 7월까지의 누적 판매량만 22,287 대에 이르는 대표 모델이다.



먼저 시승한 모델은 E 400 4매틱 쿠페였다. 쿠페 모델 특유의 우아한 루프 라인과 테일램프는 세단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개인적으로는 매끈한 차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세단의 실용성보다는 쿠페의 역동성에 더 끌린다.



유난히 큰 비가 내리는 날이었기 때문에, 기흥까지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것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특히 대형 트럭들이 질주하는 도로이다 보니, 차량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주변 교통 상황에 더 신경 쓰였던 것이 사실이다. 다양한 상황에서 차량을 테스트하고 시승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일상적인 주행에서의 느낌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



E 400 4매틱 쿠페의 실내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신 디자인 기조가 반영돼 호화롭고 고급스럽다. 손 닿는 곳 대부분이 가죽으로 마감되고 꼼꼼하게 스티치가 박혀져 있어 같은 E-클래스 중에서도 고급 트림임을 단번에 느끼게 한다. 운전석과 센터패시아 디스플레이는 각각 12.3인치 패널이 한 덩어리로 연결돼 있다. A4 용지를 가로로 길게 접어 2장을 연결한 정도의 크기이기 때문에 실내에서의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계기반과 센터패시아 디스플레이 모두 운전자와 동승자가 한눈에 모든 차량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각종 조절 기능도 그래픽으로 구현해 사용 편의성이 높다. 짧은 시승 시간 동안 모든 기능을 사용해 보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많은 정보와 기능이 내장돼 있다.



스티어링 휠에 부착된 조작 버튼은 물리버튼과 햅틱버튼이 함께 사용된다. 방향키처럼 생긴 햅틱버튼은 손가락으로 살짝 쓸어올리기만 해도 각종 메뉴가 부드럽게 스크롤 된다. 작동 방식은 고급스럽고, 메뉴 구성은 직관적이다. 대부분의 기능은 운전석 계기반의 디스플레이 만으로도 설정할 수 있다. 센터패시아 디스플레이는 널찍한 센터터널에 자리 잡은 터치패드 컨트롤러로 작동할 수 있다.


E 400 4매틱 쿠페의 디스플레이는 터치스크린이 아니기 때문에 내비게이션 목적지 설정과 검색은 이렇게 컨트롤러를 통해서만 입력할 수 있다. 터치 입력 방식이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제조사 나름의 입장이나 철학이 반영됐겠지만, 터치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은 다소 아쉬웠다.



가죽 시트는 열선, 통풍 기능은 물론이고, 헤드레스트와 허벅지 지지 부분까지 전동식으로 작동한다. 세밀한 조정이 가능해 어떤 체형이든 쾌적한 자세를 만들어 준다. 부드럽고 안락하게 시트 깊숙이 파고드는 느낌은 운전 내내 만족감을 줬다. 거센 비가 내리치는 날씨와는 별개로 실내는 조용하고 편안해서 바깥세상과 완벽히 분리된 공간을 만들어 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시승 차량에 적용된 에어 서스펜션은 줄곧 안락한 승차감을 만들어 준다. 물론 주행모드를 변경하면 스포티한 엔진 반응과 한결 단단해지는 하체를 느낄 수 있다. 서스펜션 답력은 4단계로 조절 가능하고, 도로 상황에 따라 전자동으로 차고가 조절되는 기능도 제공한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변경해 질주하고 싶었지만, 주행 상황이 허락하지 않아 아쉬웠다.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메르세데스-벤츠 트레이닝 아카데미는 전국의 딜러 및 기술진들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는 장소다. 여러 개의 강의실로 나누어져 마치 학교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교육 목적에 따라 분리된 강의실은 실습을 위한 공간과 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나누어지며, 일부 강의실에서는 다소 희귀한 모델인 메르세데스-마이바흐를 구경할 수도 있었다.


트레이닝 아카데미에서의 교육은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 소개와 E-클래스의 안전 시스템에 대한 강의가 주를 이뤘다. 브랜드의 시작과 발전상에 대한 전체적인 개요도 유익했지만, E-클래스 안전 시스템 강의가 보다 알찼다. 차량에 장착된 각종 사고 방지 및 안전 장비들은 평소에는 잘 느낄 수 없지만, 돌발 상황이 생기거나 사고가 발생하는 극적인 상황에서 빛을 발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차체에 적용된 각종 안전 장비들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어떤 상태에서 작동하는지, 어느 정도 범위까지 감지하는지 미리 알아두면 차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런 면에서 이 교육 자체는 매우 유용했다. 메르세데스-벤츠 관계자와의 대화를 통해 이 교육이 아직까지는 소비자들에게 제공되지 않음을 알게 됐다. 상황이 허락한다면 E-클래스 소유주들에게 동일한 교육을 제공하면 좋을 것 같다. 브랜드와 차량에 대한 애착이 크게 늘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2시간 남짓 이뤄진 교육을 마치고 다시 기흥에서 서울로 이동하게 됐다. 비가 그치긴커녕 더 세차게 내려서, 시승 체험보다는 가는 여정이 염려되는 상황이었다. 두 번째로 시승하게 된 차량은 메르세데스-AMG E 43 4매틱이다. 당일 시승차량 가운데 가장 고성능 모델이기 때문에 뽑기 운이 좋다고 해야 하지만, 날씨로 인해 오히려 고문 받는 느낌이었다. 401마력, 53.0kg.m의 성능을 가진 모델을 제대로 밟아보지도 못하고 발끝으로 살살 몰아야 했기 때문이다.



많은 주행 차량들로 인해 흐트러진 대열을 정비하는 사이마다 순간 가속력을 높였다. 주행성을 최대한 끌어올린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변속하면, 금세 서스펜션이 단단해진다. 엔진음과 배기음은 한결 우렁찬 느낌으로 변해,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순간이동하듯 차선을 바꿀 수 있다. AMG 전용 스포츠 서스펜션은 보다 스포티한 주행성능을 느낄 수 있도록 조정된다. 주행모드는 컴포트-스포츠-스포츠 플러스-인디비주얼 4가지를 제공해 달리기에 치중한 구성이다.



메르세데스-AMG E 43 4매틱에 장착된 멀티 컨투어 시트는 차체 움직임과 스티어링 휠 방향에 따라 측면 지지대가 전동으로 움직인다. 저속 주행일 때도 시종일관 몸을 조여줘서 적당히 긴장감을 유지해 주고, 올바른 운전 자세를 만든다. 고속 주행에서 경험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 시트는 안마 기능도 제공한다. 제법 다양한 기능이 내장돼 있지만, 시중에 판매하는 안마의자보다 시원하진 않고, ‘안마도 가능한 시트다’ 정도의 느낌이다.



남은 주행 시간 동안 고성능을 체험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이 들어서,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모드를 활성화시켰다. 참고로 스티어링 휠을 기준으로 오른쪽은 변속 레버 한 개, 왼편은 자그마치 3개의 레버가 장착된다. 방향 지시를 위한 레버, 스티어링 휠 위치 조작을 위한 레버, 그리고 반 자율 주행 및 크루즈 컨트롤 제어를 위한 레버, 이렇게 3가지다. 처음 운전할 때는 각 레버의 간격이 좁고 헷갈려서 방향지시등을 연이어 잘못 조정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약간의 적응 기간이 지나자 이 방식이 편리함을 느끼게 됐다.



각 레버의 위치를 알게 되면, 굳이 특정 기능을 조작하기 위해 눈을 차체 실내에 둘 필요 없이 손끝만 사용하면 된다. 전방을 계속 주시할 수 있어 안전 운행에도 도움이 되고, 각 조작 방법도 직관적이라 편리하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사용하는 이 독특한 조작 시스템은 자신감의 표현이자, 자사 고객들의 이탈을 막는 역할도 하게 된다.



반 자율 주행 기능은 다른 차량들처럼 차선 인식과 선행 차량과의 거리, 속도 설정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진다. 최근 시승한 차량 가운데 볼보 XC 40의 높은 완성도가 만족스러웠는데, 메르세데스-AMG E 43 4매틱도 인상적이었다. 숙련된 운전자가 대신 운전하는 것처럼 부드러운 출발, 주행, 제동이 이뤄지고, 특히 주변 차량 인식률이 높아서 다소 운전하기 위험한 상황에서도 충분히 신뢰감을 줬다. 몇 차례 이용해보니, 이 시스템을 사용할 때는 주행모드를 컴포트 상태로 놓는 것이 가장 적절한 것 같다. 스포츠나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 사용할 경우, 엔진 출력이 완전히 개방됨에 따라 제동할 때 다소 과격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장착된 내비게이션이다. 고화질 그래픽을 구현한 것은 좋지만, 정보 전달력이 떨어진다. 주행하는 차로나 인접한 지역까지만 확대 표시되는 형식이 아니라 전체 차로와 주변 지역이 모두 표시되기 때문에, 마치 커다란 지도 위에 선 하나만 긋고 다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계기반과 HUD에 제공되는 ‘턴 바이 턴’ 방식의 내비게이션에 의존하는 것이 더 편했다. 앞으로 메르세데스-벤츠가 사용하게 될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가 기다려진다.



이 날 시승한 두 대의 차량은 9,370만 원과 1억 1,250만 원의 가격표를 붙이고 있다. E-클래스 중에서도 상위 트림에 해당하기 때문에, 각종 편의 및 안전 장비들이 빠짐없이 장착돼 있다. 단순히 값비싼 차량이라고 여기기에는 가지고 있는 매력이 너무 많은 모델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짧은 시승 시간과 제약이 많은 주행 상황이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시승이었다.


(행사 당일, 우천으로 인해 사진 촬영이 어려워 공식 이미지로 대체했습니다.)


kjh@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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