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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현대 아이오닉 5, 전기차 시장 판도 뒤집을 수 있을까?

  • 기사입력 2021.05.11 13:18
  • 기자명 기노현 기자
[오토트리뷴=기노현 기자] 개인적으로 작고 빠른 차를 좋아하고, 본래 자동차는 적당히 듣기 좋은 엔진음과 배기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전기차 시대가 다가오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지만, 매번 전기차를 시승할 때마다 시대가 바뀌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현대 아이오닉 5를 시승하며, 내연기관은 머지않아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몸소 느꼈다.
 
▲현대 아이오닉 5 전측면(사진=기노현 기자)

이번 시승차는 아이오닉 5 롱레인지 프레스티지 트림 후륜구동 모델이다. 지난 4월 시승행사에서 약 2시간 체험했던 모델과 동일한 구성이지만, 외장 색상이 팬텀 블랙펄에서 무광컬러인 그래비티 골드 매트 색상으로 변경됐다. 마치 카탈로그에서 바로 꺼낸 듯한 착각이 들만큼 아이오닉 5에 적용되는 9가지 색상 중 단연 가장 잘 어울린다.
 
▲현대 아이오닉 5 측면(사진=기노현 기자)

측면 역시 밝은 무광 컬러가 적용되며 각진 캐릭터 라인이 더욱 강조된다. 여기에 기하학적인 패턴의 20인치 휠과 펜더 플레어에 적용된 사선 라인이 역동성을 더한다. 시승차에는 카메라 사이드 미러가 적용되어 보다 간결한 모습이 강조됐고, 플러시 도어핸들과 함께 공기역학 성능을 높인다. 특히 플러시 도어핸들 작동 소음이 기존 넥쏘 대비 현저히 감소된 것이 특징이다.
 
▲현대 아이오닉 5 후측면(사진=기노현 기자)

후면의 테일램프는 아이오닉 5의 독창적인 다자인의 중심인 파라매트릭 픽셀 디자인의 완성체다.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지는 도트 형태 LED 램프를 적용해 레트로한 테일램프 그래픽을 구현했다. 여기에 중앙에는 현대 앰블럼 대신 아이오닉 5 레터링을 적용해 아이오닉 브랜드를 강조했다. 의문인 점은 당연히 루프 스포일러 하단에 위치할 것으로 예상했던 리어 와이퍼가 제외된 부분이다.
 
▲현대 아이오닉 5 실내(사진=기노현 기자)

시승차에 올라타니 다크 페블 그레이 컬러의 화사한 실내가 반겨준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하이테크한 느낌과 더불어 실내 분위기를 한층 더 밝게 만들어준다. 화이트 테마가 전반적인 인테리어와 베젤과의 일체감은 우수하지만, 밝은 색상이 싫은 운전자들을 위해 블랙 테마도 준비되어 있다. 스마트폰의 다크 모드와 동일하게 야간에 눈에 피로도를 낮추는데 도움을 줬다.
 
▲현대 아이오닉 5의 전자식 계기반(사진=기노현 기자)
▲현대 아이오닉 5의 전자식 계기반(사진=기노현 기자)

전반적인 시승에 앞서 주행거리를 확인하기 위해 7kW 완속 충전기를 이용해 배터리를 100% 충전했다. 충전 후 다음날 확인하니 차량의 계기판에 나타난 주행가능 거리가 339km였다. 제원상 복합 주행거리인 401km에 한참 모자란 수치여서 당황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출발 후 21.8km 거리의 목적지에 도착 후 주행가능 거리는 336km였으며, 총 47.9km를 주행 후 주행가능 거리는 319km인 것으로 보아 주행가능 거리를 보수적으로 표기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 아이오닉 5 운전석(사진=기노현 기자)

아이오닉 5의 승차감은 전반적으로 매우 안락하고, 정숙성이 우수하다. 특히 가속페달을 밟으면 전기차의 우악스러운 가속감은 느껴지지 않고, 꾸준히 속도를 올리는 타입이다. 전기차의 강력한 토크감을 좋아하는 운전자에게는 아쉬움이 남지만, 대중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세팅이다. 반면 스포츠모드에서는 엑셀 반응이 민감해짐에 따라 토크감이 조금 더 느껴지지만, 전반적으로 에코모드의 주행 감각이 여유롭고, 차량의 성격과 잘 어울린다.
 
▲현대 아이오닉 5의 패들시프트(사진=기노현 기자)

또한 스티어링 휠 뒤에 위치한 패들시프트를 활용하면 아이오닉 5를 더욱 재미있게 운전할 수 있다. 패들시프트는 상황에 따라 회생제동 레벨을 조절할 수 있고, 오른쪽을 길게 누르면 오토모드, 왼쪽을 길게 누르면 회생제동이 최대로 걸리며, 완전 정차까지 가능하다. 또한 회생제동 레벨 0에서 왼쪽을 한번 더 누르면 원 페달 드라이브 기능인 i-페달이 활성화된다. 가속 페달을 밟는 만큼 가속하고, 발을 떼면 자동으로 감속되는 i-페달은 처음에는 굉장히 어색하지만, 적응 후 여유롭게 운전하면 브레이크 페달 조작 없이 가속 페달만으로 충분히 운행이 가능하다.
 
▲현대 아이오닉 5 카메라 사이드 미러(사진=기노현 기자)

아쉬운 부분은 단연 카메라 사이드 미러다. 외부에서 바라보면 하이테크한 이미지와 카메라 상단에 적용된 방향 지시등 그래픽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만, 운전 중 쉽게 적응하기 어려웠다. 일반 사이드 미러는 운전 중 몸을 움직이는 것으로 시야각을 가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카메라는 시야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영 불편했다. 반면 우수한 야간 시인성과 함께 우천 시 물고임 없이 깨끗한 시야를 제공하는 점은 만족스러웠다.
 
▲현대 아이오닉 5 2열(사진=기노현 기자)
▲현대 아이오닉 5의 지붕(사진=기노현 기자)

아이오닉 5는 주행 외에도 정차 중에 만족도가 컸다. 전좌석 메모리 시트는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를 통해 전좌석을 조절할 수 있고, 총 세 가지 모드로 전체 좌석을 저장할 수 있다. 가령 모드 1은 주행에 최적화된 시트 구성, 모드 2는 동승자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구성, 모드 3은 운전자를 포함한 모두가 편하게 쉴 수 있는 시트 포지션을 미리 저장해 놓고 터치 한번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현대 아이오닉 5 터치스크린(사진=기노현 기자)

편안한 시트와 더불어 여유로운 공간은 자동차를 하나의 휴식 공간으로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비오는 날 늦은 밤 코로나 19 사태로 일찍 영업을 마감한 카페에 가지 못해도 걱정이 없다. 마실 것 하나를 준비해 차안에서 노래를 들으면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작은 카페가 된다. 전기차인 만큼 엔진 소음과 공회전 걱정도 없고, 프레임 없이 넓은 시야를 제공하는 비전루프가 주는 개방감도 만족스럽다.
 
▲현대 아이오닉 5 V2L 젠더(사진=기노현 기자)

개인적으로 자동차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집보다 사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노래를 못 부르는 사람도 자동차에서 신나게 나만의 콘서트를 벌여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앞으로 아이오닉 5의 핵심 기능인 V2L(Vehicle to Load) 기능과 더불어 자동차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기가 나온다면, 아이오닉 5의 활용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현대 아이오닉 5의 프런크(사진=기노현 기자)

약 220km를 주행한 결과 트립상 전비는 6.4km/kWh, 배터리 잔량은 51%, 주행가능 거리는 196km가 남았다. 단순 계산으로 제원상 주행 거리인 401km 이상 충분히 주행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마지막 충전은 집 근처 150kW급 급속 충전기를 이용했는데, 80%까지 충전하는데 15분정도 소요됐다. 아파트 완속충전 시설과 근처 급속충전 시설을 보유한 상황인 만큼 충전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었다.
 
▲현대 아이오닉 5 후측면(사진=기노현 기자)

아이오닉 5를 시승하며 현재 자동차 시장은 단순히 파워트레인의 전동화뿐만 아닌 대대적인 과도기에 접어들고 있음을 느꼈다. 현대차는 과거 아이오닉 캐빈 콘셉트에서 보여준 자동차를 하나의 개인 맞춤형 공간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아이오닉 5에 고스란히 반영했다. 여기에 V2L 기능을 적용하며, 안전성을 위해 주행거리를 줄이는 대신 단순한 이동수단 그 이상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운전자들에게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의 개념이 크다.

과거 모바일 시장도 같았다. 전화와 문자만 잘되면 됐던 과거 모바일 시장에서 PDA(개인용 정보 단말기)는 혁신적이었지만, 대중적이지 못했다. 반면 스마트폰은 애플 아이폰을 기점으로 모바일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모바일 시장 생태계를 뒤집어 놓았다. 이처럼 현대 아이오닉 5가 PDA와 같은 일부 사용자를 위한 자동차가 될지, 스마트폰처럼 전기차 시장 생태계를 바꿀지 기대된다.

knh@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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