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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칼럼] 현대 쏘나타의 디자인은 정말 나쁜 디자인일까?

  • 기사입력 2021.08.21 00:05
  • 기자명 김권영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2018년 제네바 모터쇼 현대차 부스를 찾았을 때 처음 접했던 르 필루즈 (Le Fil Rouge) 콘셉트카를 보았을 때의 충격을 말이다. 긴 전장을 가진 차체에 물 흐르듯이 유연하게 흘러가는 볼륨감 넘치는 면 그리고 라인이 아니라 면으로 형성된 사이드 캐릭터 라인은 독특한 르 필루즈만의 감성을 만들어냈다. 당시 8세대 쏘나타는 르 필루즈의 디자인을 기반으로 출시될 것이라고 하였기 때문에 필자뿐만 아니라 쏘나타 뉴 라이즈의 디자인에 아쉬움을 나타냈던 소비자들은 신형 쏘나타에 대한 큰 기대감을 안고 있었다.

▲현대 르필루즈 콘셉트(사진=현대차)
▲현대 르필루즈 콘셉트(사진=현대차)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나고 2019년에 쏘나타 DN8이 공개됐다. 디자인이 공개되자 시장의 반응은 예상외로 냉담했다. 르 필루즈 콘셉트의 디자인 기조를 적극 반영했지만 이질감이 가장 큰 부분인 프런트 페이스가 소비자들에게 가장 많이 혹평을 받았다. 프런트 페이스 하단부로 길게 이어지며 범퍼 끝단에서 치켜 올라간 크롬 라인 때문에 “메기 같다"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또 콘셉트카와는 반대의 형상을 한 그릴의 모양도 지적됐다. 실제로 쏘나타는 현재까지도 판매량에서 기아 K5에 크게 밀리며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디자인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대 쏘나타 연식변경 모델(사진=양봉수 기자)
▲현대 쏘나타 연식변경 모델(사진=양봉수 기자)

쏘나타는 1985년부터 명맥을 이어온 현대자동차의 대표적 중형 세단이다. YF 쏘나타 시절 파격적인 디자인 변화를 선보이긴 했지만 메인 볼륨 모델이었기 때문에 다수의 취향을 만족시켜야 하는 만큼 무난한 디자인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반떼와 그랜저로 수요층들이 옮겨가고 쏘나타의 위치가 애매하게 되자 파격적인 디자인과 젊은 세대가 좋아할 만한 스포티한 디자인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렇기 때문에 센슈얼 스포티니스(Sensual Sportiness)라고 명명된 디자인 언어를 골조로 한 르 필루즈 콘셉트카의 디자인을 그대로 재현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르 필루즈의 비율을 따른 측면부(사진=양봉수 기자)
▲르 필루즈의 비율을 따른 측면부(사진=양봉수 기자)

쏘나타의 전체적인 비율을 살펴보면, 르 필루즈의 비율을 따르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낮은 위치에서 시작되는 프런트 엔드에서부터 패스트 백을 떠올리게 하는 루프라인, 콘셉트카의 그것과 유사하게 측면부의 볼륨감을 만들어 내는 유연한 캐릭터 라인, 스포일러 역할을 하는 트렁크 리드와 측후면 형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리어램프는 기존 국산 중형 차에서는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시도다.  

▲현대 쏘나타 연식변경(사진=양봉수 기자)
▲현대 쏘나타 연식변경(사진=양봉수 기자)

디테일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예를 들어 DLO에서 헤드라이트까지 이어지는 크롬 라인이 헤드라이트 주변부로 가면서 DRL 라이트로 변하는 점과, 트렁크 리드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테일램프에 위치한 12개의 에어로 핀, 보디패널에 하단부에 2개로 끊어진 라이트 캐처 등 독창적인 요소를 거침없이 적용시켰다.

▲현대 쏘나타 N 라인(사진=현대자동차)
▲현대 쏘나타 N 라인(사진=현대자동차)

하지만 오히려 너무 절제를 못 했던 것일까? 조금만 디자인 요소를 덜어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차량의 전체적인 비율은 전륜구동임에도 훌륭하게 뽑아냈기 때문에 볼륨과 비례만으로 승부를 보고 작은 디테일 요소는 최소화시켰어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르 필루즈 콘셉트카 처럼 전면부 디자인을 심플한 구성으로 진행했다면 디자인 콘셉트의 핵심인 차량 측면부가 더욱 부각되었을 것이다. 전작 LF 쏘나타에서 디자인에 힘을 너무 뺐다면, 쏘나타 DN8에는 너무 힘을 준 느낌이 든다.

▲현대 쏘나타 2.0 가솔린의 초기 디자인(사진=양봉수 기자)
▲현대 쏘나타 2.0 가솔린의 초기 디자인(사진=양봉수 기자)

현대차는 가장 지적이 많이 되었던 초기 2.0 가솔린 엔진 모델의 프런트 범퍼 디자인을 삭제하고 연식 변경 모델에서 1.6 터보 트림의 스포츠 범퍼 디자인을 기본 디자인으로 채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판매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자 결국 현대차는 쏘나타의 페이스리프트를 건너뛰고 풀 모델 체인지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디자인은 순수 미술이 아니라 많이 팔아야 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독창성도 중요하지만 대중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객관적인 판매량 측면에서 보면 쏘나타 DN8은 성공을 거뒀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현대 쏘나타 2.0 가솔린 신차발표회 현장(사진=양봉수 기자)
▲현대 쏘나타 2.0 가솔린 신차발표회 현장(사진=양봉수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쏘나타의 디자인은 나쁜 디자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라고 한다면 그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전체적인 비율과 볼륨감 그리고 핵심 캐릭터 라인을 비롯한 콘셉트카의 느낌을 양산형 차량으로 잘 옮겨왔기 때문이다. 콘셉트카의 디자인을 양산형으로 옮기는 작업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여러 가지 규제와 현실적 제약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굵직한 디자인은 성공적이지만 범퍼와 그릴 등 세부 디테일 요소의 개성 강한 디자인이 대다수 소비자들의 기호를 맞추지 못했다.

현대차가 야심 차게 준비했고, 디자인의 바탕이 되는 콘셉트카의 디자인이 너무나도 멋졌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 쏘나타 DN8이다. 쏘나타 DN8의 수명은 길지 않게 됐지만 다음 세대 쏘나타는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Josh Kim porschepolis@gmail.com

※ 디자인 칼럼리스트 Josh Kim은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CCS(College for Creative Studies)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메르세데스-벤츠 디자인센터와 크로아티아에서 리막 디자이너로 일했으며, 현재도 관련 업계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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