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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 없었으면 제네시스도 없죠"... 누구나 인정하는 명차, 에쿠스(上편)

  • 기사입력 2023.12.04 11:11
  • 기자명 최현진 기자

[오토트리뷴=최현진 기자] 에쿠스는 1999년부터 2015년까지 현대자동차에서 생산된 대형 세단이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격상시킨 플래그십 모델이라는 점에서 제네시스 브랜드의 시작점으로도 여겨진다. 

▲현대 1세대 에쿠스(사진=현대차)

단순한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지위 외에도 에쿠스가 갖는 상징성은 크다. 1세대 에쿠스를 끝으로 30여 년간 일본 미쓰비시로부터 기술 전수를 받는 관계가 마침내 청산됐기 때문이다. 당시 현대차는 기술 제휴를 통해 지속적인 발전과 국산화 및 독자 개발 등으로 본격적인 도약을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기술을 전수해준 미쓰비시는 일본 버블 경제 붕괴와 회사 내외부 사건사고들로 인해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미쓰비시 프라우디아(사진=Curbside Classic)

따라서 그랜저-에쿠스로 이어지는 90년대 중후반부를 현대차와 미쓰비시의 상하관계가 뒤집히기 시작한 시점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두 모델은 한국 시장에서 크게 성공했지만, 동일한 모델의 일본 사양인 데보네어와 프라우디아는 경쟁 모델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하고 일찍 단종된 것도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현대 1세대 에쿠스 실내(사진=현대차)


'각그랜저'를 잇는 '각쿠스'의 탄생

현대차는 그랜저와 다이너스티를 통합하는 후속 모델을 개발 중이었다. 하지만 당시 국내 고급차 시장은 해외 대형 세단 사이즈에 필적하는 기아 엔터프라이즈와 쌍용 체어맨이 등장한 상태였다.

준대형급 사이즈인 기존의 그랜저와 다이너스티로 이에 맞서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현대차는 F 세그먼트급 대형 세단으로 후속 모델의 개발 노선을 변경했다. 개발 기간 5년, 총 5,200억 원을 투입한 끝에 1999년 에쿠스가 첫 선을 보였다.

▲현대 1세대 에쿠스(사진=현대차)
▲현대 1세대 에쿠스(사진=현대차)

1세대 에쿠스는 특유의 각진 설계가 인상적이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 LED 방향지시등같은 부분이 전반적으로 큼지막하게 구성됐다. 이러한 부분들은 1세대 그랜저와 마찬가지로 각계의 사장 또는 임원들에게 크게 사랑받았다. 지금도 에쿠스의 보수적이지만 중후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중년층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사실 이 설계는 미쓰비시의 안이었다. 현대차 측은 곡선을 강조한 설계를 제시했지만, 최종 결정 단계에서는 채택되지 못했다. 현대차의 곡선 위주 설계는 이후 그랜저 XG 디자인의 기초가 됐다. 

▲오메가 엔진이 장착된 1세대 에쿠스(사진=현대차)


국산차 최초의 V8 가솔린 직분사 엔진

파워트레인은 미쓰비시의 V6 3.5리터 시그마 엔진, V8 4.5리터 오메가 엔진이 각각 현대 HIVEC 5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린다. 특히 오메가 엔진은 국산차 최초로 선보인 V형 8기통 엔진이었으며, 당시로써는 획기적인 기술이었던 가솔린 직분사(GDI) 기술도 채택됐다. 

하지만 당시 GDI는 높은 옥탄가를 가진 고급휘발유에 알맞은 세팅이 되어 있어 일반유를 넣으면 노킹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고급 휘발유를 취급하는 주유소가 많지 않았다. 결국 현대차가 한국 상황에 맞게 오메가 엔진을 직접 개량했다. 연료 분사 방식을 포트 분사식(MPI)으로 변경했으며, 세팅도 일반유에 알맞도록 수정했다.

▲현대 1세대 에쿠스 부분변경 모델(사진=현대차)
▲현대 1세대 에쿠스 부분변경 모델(사진=현대차)


미쓰비시의 흔적에서 완전히 벗어나다

2003년에는 부분변경을 거치며 디자인 일부가 수정됐다. 테일램프의 면적을 넓히고 번호판 위치를 트렁크 쪽으로 올렸다. 파워트레인도 V6 3.8리터 람다 엔진, V6 3.3리터 람다 엔진이라는 현대차 독자 개발 파워트레인이 본격적으로 탑재되기 시작했다. 일본 판매 모델인 미쓰비시 프라우디아는 2001년에 이미 단명한 만큼, 에쿠스는 현대차만의 독자적인 방향성을 갖추게 됐다.

미쓰비시의 흔적을 거의 없앤 이후 에쿠스는 현대차의 고급 이미지를 글로벌 시장에도 알리기 시작했다. 2005년 개최된 APEC 정상회의에서는 에쿠스 리무진이 의전차량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7천만 원대라는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고급차의 대중화'를 이끈 모델로도 평가받는다.

▲현대 1세대 에쿠스 리무진(사진=현대차)
▲현대 1세대 에쿠스 리무진(사진=현대차)

하지만 2000년대 중후반부터 렉서스,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프리미엄 수입차가 국내 대형 세단 점유율을 확대했다. 여기에 쌍용차도 체어맨 W라는 강력한 경쟁 모델을 선보이면서 에쿠스의 기세는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현대차는 이들과 충분히 겨룰 만한 수준으로 에쿠스에 큰 변화를 줘야만 했다.

"에쿠스가 국산차 역사에 남을 명차인 이유는? [명차컬렉션]" 下편으로 이어집니다.

chj@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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