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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국제적 망신 당할 듯".. '고작' 건설사 하나 때문에 자동차 문화 이끌던 인제 스피디움 문 닫게 만드나?

  • 기사입력 2023.12.31 12:00
  • 기자명 최현진 기자

- 태영건설, 부도 위기 끝에 워크아웃 돌입
- '지분 100%' 인제스피디움 운영 적신호
- 자동차 문화 발전 없이는 전망도 어두워

[오토트리뷴=최현진 기자] 강원도 인제스피디움 서킷의 운영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개최된 CJ 슈퍼레이스 나이트 레이스(사진=슈퍼레이스)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개최된 CJ 슈퍼레이스 나이트 레이스(사진=슈퍼레이스)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에 위치한 인제스피디움은 지난 2013년 개장한 레이싱 트랙(자동차 경주장)이다. 국제자동차연맹(FIA) 2급을 받아 포뮬러 원(F1)을 제외한 모든 국제 경기를 개최할 수 있는 규모를 갖췄다. 실제로 개장 초기에는 아시안 르망 시리즈를 비롯해 다양한 국제경기를 유치한 바 있다.

▲인제스피디움 서킷 전경(사진=인제스피디움)
▲인제스피디움 서킷 전경(사진=인제스피디움)

그러나 최근 들어서 인제 스피디움의 운영 주체가 변경되거나, 운영 자체가 일시적으로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설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인제스피디움의 지분 100%를 보유한 태영건설이 기업 구조개선(이하 워크아웃)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태영건설 사옥(사진=태영건설)
▲태영건설 사옥(사진=태영건설)


인제스피디움, 순자산은 이미 마이너스(-)

태영건설은 지난 2017년부터 현재까지 약 1,435억 원 정도의 금액을 출자해 인제스피디움에 지원했다. 그러나 실적 회복은 커녕 지속적인 적자를 겪으며 수익을 전혀 내지 못하고 있는 만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결국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인제 스피디움을 향한 더 이상의 지원도 불가능해졌으며, 워크아웃 과정에서 인제스피디움에 대한 구제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인제스피디움 야간주행 전경(사진=인제스피디움)
▲인제스피디움 야간주행 전경(사진=인제스피디움)

올해 3분기 말 인제스피디움의 누계 손실 규모는 90억 원 정도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43억 원) 대비 2배 이상 급증한 수준이다. 같은 시기를 기준으로 인제스피디움의 순 자산은 마이너스(-) 1,269억 원이다. 사실상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누적 적자가 커져 원래 투자 금액마저 빠져나가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인제 스피디움에서 개최된 현대 N 페스티벌 그리드 워크(사진=양봉수 기자)
▲인제 스피디움에서 개최된 현대 N 페스티벌 그리드 워크(사진=양봉수 기자)

인제스피디움이 수익을 창출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모터스포츠 대회인 CJ 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을 매년 유치했으며, 현대자동차와는 전용 서킷 계약을 체결하고 드라이빙 교육 프로그램인 '현대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와 원메이크(단일 차종) 레이스인 '현대 N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올해부터는 국제 대회인 람보르기니 슈퍼 트로페오 아시아 시리즈의 무대가 됐다.

▲인제스피디움 호텔&콘도(사진=인제스피디움)
▲인제스피디움 호텔&콘도(사진=인제스피디움)

이외에도 RC카(무선조종 자동차) 트랙과 카트 트랙,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자동차 세차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기도 했다. 기존에 운영하던 호텔 및 콘도 역시 주요 수입원이다. 대회나 행사가 진행되지 않는 날에는 일반인에게도 일정 비용을 받고 트랙을 개방하기도 한다.

▲람보르기니 우라칸 슈퍼 트로페오 에보2 경주차(사진=최현진 기자)
▲람보르기니 우라칸 슈퍼 트로페오 에보2 경주차(사진=최현진 기자)


자동차 문화가 살아나야 인제스피디움도 살아난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제스피디움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레이싱 트랙과 직접 연관되는 국내 모터스포츠 산업 자체의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소음에 민감한 자동차 경주 특성상 멀리 떨어진 서킷에 대한 접근성이 좋은 편은 아닌 데다, 모터스포츠 자체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부족하다.

▲람보르기니 우라칸 슈퍼 트로페오 에보2 경주차(사진=최현진 기자)
▲람보르기니 우라칸 슈퍼 트로페오 에보2 경주차(사진=최현진 기자)

전문가들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전남 영암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모터스포츠 대회인 포뮬러 원 경기를 유치했음에도 불구하고 모터스포츠 산업이 크게 활성화되지 못한 것을 대표적 사례로 꼽는다. 모터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튜닝 산업 역시 2019년 이후로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 아반떼 N 컵 카 후면(사진=현대 N 페스티벌 페이스북)
▲현대 아반떼 N 컵 카 후면(사진=현대 N 페스티벌 페이스북)

이러한 문제는 대한민국 자동차 업계 전체의 문제라는 의견도 따른다. 1970년대 이후로 자동차 산업은 급격하게 발전했지만, 자동차 문화와 관련된 부분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 채 정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과시의 대상으로만 보는 관념과 불법 폭주 등 잘못된 문화의 확산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현대 N 페스티벌 그리드워크 전경(사진=현대 N 페스티벌 유튜브)
▲현대 N 페스티벌 그리드워크 전경(사진=현대 N 페스티벌 유튜브)

역설적이게도 인제스피디움은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으로 결코 적지 않은 인구의 발걸음을 서킷으로 초대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올바른 자동차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했지만,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규모와 낮은 인식이 득보다는 실을 더 크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돈 먹는 하마', '빨리 문 닫아라' 같은 극단적 주장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제 마스터즈 경기 모습(사진=인제스피디움)
▲인제 마스터즈 경기 모습(사진=인제스피디움)

따라서 인제스피디움 운영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과정에서의 논의만이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따른다. 세계적 수준의 자동차 산업에 걸맞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의 노력과 대중의 인식 개선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chj@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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