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수입차 1위 명성 뒤에 숨겨진 그늘

  • 기사입력 2019.02.14 14:55
  • 기자명 오토트리뷴

[오토트리뷴=김준하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국내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발걸음을 걷고 있다. 2018년 연간 누적 판매량은 7만 대를 넘어서 국내 판매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전 세계 판매량 기준에서도 5위를 기록한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공격적인 신모델 출시 전략으로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공략한다. 높은 기술력과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자부심이 합쳐져 각종 브랜드 평가에서도 좋은 평판이 이어진다. 2018년에는 다수의 소비자 품질 만족도 조사와 서비스 만족도 부문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는 등 칭찬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실적 이면에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드러내고 싶지 않은 어두운 면들도 존재한다. 몇 년 전 불거진 다카타 에어백 사태는 치명적인 부상을 유발하는 결함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 대 이상의 리콜을 불러일으켰다. 국토교통부는 2017년 12월 다카타 에어백을 장착한 메르세데스-벤츠 차량 3만여 대에 대한 리콜을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리콜 이행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1월 중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에어백 제조사인 다카타가 부도 처리됐기 때문에, 리콜 작업에 필요한 부품인 인플레이터 물량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래도 M클래스는 순차적으로 리콜이 진행되며, 2분기부터 대상 차종들에 대한 대대적인 리콜을 시작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그런데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석연치 않다는 생각을 품는 사람들이 상당수다. 미국과 중국에서는 리콜이 진행 중이지만, 유독 한국만 오랜 기간 동안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정부 규제를 무시하는 듯한 행보도 보였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2월 20일, 대기 환경보전법 및 관세법 위반 혐의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법인에 벌금형을, 담당 직원에게는 징역형을 선고했다. 환경 당국으로부터 변경 인증을 받지 않은 배출가스 관련 부품을 장착한 차량 7천여 대를 국내에 판매한 것에 대한 판결이었다.

배출가스 변경 인증 절차를 누락하고 판매함으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얻은 이익은 약 2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반면, 법원으로부터 선고받은 벌금은 고작 28억 원에 불과해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단순 오해와 문서 상의 실수로 인한 것일 뿐 고의성이 없다며 항소할 뜻을 밝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3년 이상 긴 기간 동안 인증 누락이 반복되고, 수차례 과징금이 부과됐음에도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은 단순 실수가 아닌, 의도적인 태도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수도권 대기 환경 개선법과 관련돼서도 관계 당국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일관하기도 했다. 수도권 대기 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은 수도권에서 연간 4,500대 이상의 차량을 판매하는 제조사 또는 수입사는 매년 정부가 정한 비율의 친환경 저공해 차량 보급 계획을 제출해 승인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정부가 정한 판매 비율은 9.5%로 고시됐지만,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계획서는 그에 훨씬 못 미치는 1.2% 수준이었다. 그나마의 판매 비율도 지키지 못해 저공해 차량을 단 한 대도 판매하지 않은 시기도 있었다. 그로 인한 벌금은 단 500만 원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역시 단순한 실수나 친환경 모델의 수급 부족 문제로만 치부하기에는 의구심이 들게 된다.

제품 출고와 관련된 이슈도 발생하는 중이다. 최근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이슈는 S클래스 출고 대기 사태다. 마이바흐를 비롯한 일부 라인업의 판매를 일방적으로 중단하면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딜러사들에 출고 중단 지시만 전달했을 뿐, 향후 일정이나 출고 중단 이유에 대한 고지가 전무한 상태다. 계약자들과 딜러 중에는 금전적인 피해를 입었다는 보고도 있다. 초유의 판매 중단이라는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원인이 무엇인지, 향후 계획이 어떠한 지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다는 점은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을 사랑하는 수많은 고객들에게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국내 수입차 업계 1위 다운 모습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지분은 독일 벤츠 본사인 다임러 AG와 스타오토홀딩스 각각 51:49의 비율로 구성된다. 막대한 판매로 얻은 수익금은 한국에 재투자되지 않고, 위의 두 회사에 고액 배당되는 추세다. 국내 상장기업 평균치보다 4배가량 높은 고배당 정책은 매년 반복되고 있으며, 그에 따른 비판의 소리도 매년 나오고 있다. 결국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한국을 판매하는 시장으로만 볼 뿐, 고객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생겨나고 있다.

누가 뭐라 해도 메르세데스-벤츠는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의 대표 주자이고, 제품 개발에 남다른 철학을 반영한다. 높은 상품성은 많은 판매량으로 직결되며, 이러한 결과에 대한 이견은 없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법률 준수를 회피하고 기망하는 움직임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미지를 훼손시키게 될 뿐이다. 외적인 성장과 수익금 배분에만 몰두한 정책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kjh@autotribune.co.k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