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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카 구입 후 노숙자 됐죠".. 휴게소에서 숙식 해결하는 캠핑족들, 대체 왜 이러나?

  • 기사입력 2023.08.18 17:21
  • 기자명 양봉수 기자

[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지난 13일(일)의 대관령 옛길에 위치한 휴게소는 주차 전쟁이 따로 없었습니다. 바로 캠핑족들 때문인데요. 캠핑카, 카라반, 텐트를 펼치고, 고기까지 굽는 모습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노지 캠핑으로 유명한 곳들이 전국적으로 여러 곳이 있습니다. 심지어 캠핑을 즐기기 좋은 곳들만 모아 책으로 출간된 경우도 있을 정도죠. 캠핑장이 아닌 노지 캠핑을 즐기는 분들의 마음도 이해를 못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문제가 심각하고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관령 옛길 휴게소(사진=양봉수 기자)
▲대관령 옛길 휴게소(사진=양봉수 기자)

캠핑장과 다르게 노지 캠핑을 즐기는 분들은 자유로운 분위기를 매우 선호합니다. 캠핑장은 예약도 치열하고, 원하는 자리를 확보하기 어려울 때도 많습니다. 그냥 배정된 자리를 사용하거나, 운 좋으면 원하는 자리를 사용할 수 있는 정도죠. 하지만 '여행을 하다가 마침 좋은 자리가 있다면 그곳이 바로 오늘의 캠핑장이 된다.'라는 게 바로 노지 캠핑을 즐기는 분들의 보편적인 마인드입니다.

또 하나 노지 캠핑을 즐기면 '돈'이 필요 없습니다. 캠핑장에 캠핑카가 진입하려면 일반 텐트 보다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요즘 같은 성수기에는 10만 원 이상을 요구하는 캠핑장들도 있습니다. 물론 4만 원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는 캠핑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예약이 매우 치열합니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연령대가 높은 분들은 돈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캠핑장을 예약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낍니다. 인지도가 있는 캠핑장 중에서는 매월 1일에 이미 마감되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곳을 6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 예약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대관령 옛길 휴게소(사진=양봉수 기자)
▲대관령 옛길 휴게소(사진=양봉수 기자)

그래서 노지 캠핑을 즐기는 것에 대해서 이해가 전혀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노지 캠핑의 문제는 심각합니다. 

우선 성숙한 시민의식이 없습니다. 시간이 오후 10시, 12시를 넘겨도 주변에 각종 소음으로 피해를 주면서 캠핑을 즐기는 민폐족은 어느 곳에서나 기본입니다. 대관령 휴게소에서 촬영된 사진 속에는 그나마 주차가 일정하게 잘 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일부 차량들은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까지도 막고 있기도 했습니다. 역시 민폐 행위죠.

캠핑카에는 화장실이 전부 구비되어 있는 걸로 아는 분들도 많으신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심지어 있어도 쓰지 않는 분들도 많습니다. 캠핑카의 화장실을 사용하려면 전용 약품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 약 값이 은근히 비싸거든요. 그래서 해가 지면 주변의 풀숲에는 술을 마시다가 노상방뇨를 시원하게 하시는 분들이 많아지기 시작합니다. 조금 거리가 떨어진 공용 화장실은 어떨까요? 흔한 일은 아니지만, 세면 이상의 행위를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충주 목계솔밭에서 수거한 무단 투기 쓰레기들(사진=양봉수 기자)
▲충주 목계솔밭에서 수거한 무단 투기 쓰레기들(사진=양봉수 기자)
▲평창 육백마지기에서 클린 캠핑 캠페인 중(사진=양봉수 기자)
▲평창 육백마지기에서 클린 캠핑 캠페인 중(사진=양봉수 기자)

모든 행위 중에서도 쓰레기는 가장 최악입니다. 먹고 남은 음식물 쓰레기, 일반 쓰레기 등을 제대로 챙겨가지 않고, 종량제 봉투에 처리하는 것도 아니고, 투기를 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챙겨간다고 해도 휴게소 같은 곳에서 무단 투기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경치가 좋은 곳에서는 종종 캠핑장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대관령 옛길에 위치한 휴게소만 하더라도 근처에 가까운 캠핑장이 없습니다. 게다가 이날 21도로 무척이나 시원했습니다. 모기도 없을 정도로 쾌적하니, 한 번쯤 들러서 쉬면 좋은 곳입니다. 그러나 모든 음식을 싸서 다니고, 쓰레기만 남기고 다니는 캠핑족들을 어디서 환영할까요.

국내 유명 노지 캠핑장들은 현재 유료화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충주 수주팔봉과 목계솔밭이 그렇죠. 여기저기 다녀보고 취재를 하면서 국내 노지들은 유료화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료화가 된 곳들은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기 때문이죠.

▲대관령 옛길 휴게소(사진=양봉수 기자)
▲대관령 옛길 휴게소(사진=양봉수 기자)

바닷가를 다녀오면서 들른 대관령 휴게소에서 저희 가족은 아이들과 주변을 산책하고, 휴게소에서 식사를 하고 왔습니다. 유로밴(스타리아 캠핑카)에도 전자레인지, 라면 포트, 60리터의 물까지 전부 탑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 먹었습니다. 이곳은 취사를 허가하는 캠핑장이 아니니까요.

저 또한 365일 100% 준법정신으로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최소한 기본은 지키려고 합니다. 기본을 지켜야 하는 것에는 별다른 노력도 필요 없습니다. 순간적으로 망설여지면 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리고 많은 캠핑족들이 민폐 행위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노지보다 유료 캠핑장이 더 붐비는 것이겠죠. 그런데 몇몇 캠핑족들의 일탈이 또다시 뉴스거리가 되고, 피해를 주는 모습은 이제 근절돼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가 멋있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캠핑카를 구입한 것이지, 거지처럼 노숙하기 위해서 캠핑카를 구입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bbbongs142@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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