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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도 판매도 아쉬운 마스터의 성적, 어쩌다 이렇게 됐나

  • 기사입력 2023.09.05 10:50
  • 기자명 양봉수 기자

[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르노 마스터가 위기에 처했다. 상용밴에 이어 버스까지 출시했지만,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이다. 게다가 업계의 신뢰까지 잃어가면서 르노코리아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지는 모양새다.

▲르노 마스터 밴 L(사진=르노)
▲르노 마스터 밴 L(사진=르노)

르노 마스터가 첫 출시됐던 2018년 말, 당시 르노삼성자동차는 매우 공격적이었다. 르노 마스터 S의 가격을 2,900만 원에 설정했고, 마스터 L 역시 3,100만 원으로 출시했다. 비슷한 크기의 현대 쏠라티가 6천만 원 후반을 넘겼던 것을 고려하면 굉장히 파격적인 가격이었다.

르노 마스터는 현대 포터, 스타렉스, 쏠라티까지 한방에 커버할 수 있는 괴물처럼 보였다. 현대 포터보다 적재함 바닥면이 낮고, 운전도 편하기 때문에 택배를 비롯한 물류시장, 자영업자들에게 환영받을 것 같았다. 스타렉스 밴보다 넉넉한 크기, 쏠라티와 비교될 수 없는 가성비는 역시 논쟁의 여지가 없었다.

▲르노 마스터 캠핑카(사진=오토트리뷴 DB)
▲르노 마스터 캠핑카(사진=오토트리뷴 DB)

합리적인 가격으로 인해 초반에는 국내 캠핑카 시장에서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 국내 캠핑카 업계는 르노 마스터로 캠핑카를 제작하지 않는 업체가 없을 정도였고, 르노 마스터와 함께 캠핑카 업계도 대호황을 맞았다. 르노 마스터가 공급되는 족족 캠핑카로 제작되어 팔려나갔을 정도였다. 

그러나 출시 시점부터 지적됐던 수동변속기의 문제는 지속됐다. 소비자들은 수동변속기를 선호하지 않았다. 택배시장에서 왜 포터 자동변속기 모델을 선호하는지, 자영업자들과 택배기사들도 왜 포터 자동변속기 모델을 선호하는지 알지 못했다. 당시 마스터 출시 행사장에서 만난 르노삼성자동차 관계자들은 그저 가격만 저렴하게 내놓으면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르노 마스터 15인승 버스 기반의 듀오탑 T-620 (사진=양봉수 기자)
▲르노 마스터 15인승 버스 기반의 듀오탑 T-620 (사진=양봉수 기자)

2019년 6월에는 르노 마스터 버스가 출시됐다. 15인승 모델로 쏠라티와 대적할 수 있는 모델이 본격적으로 출시된 셈이었다. 거대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수동변속기를 앞세운 덕분에 복합연비는 9.7km/l에 달했다. 지능형 안전 보조 시스템도 가득 탑재했고, 3년/10만 km 보증까지 제공했다. 가격도 3,630만 원에서 시작했던 13인승과 4,600만 원에서 시작한 15인승 버스는 가성비도 갖췄다. 물론 15인승은 13인승과 무려 1,000만 원 차이를 벌리며 가성비에 의구심을 사긴 했으나, 그래도 여전히 나쁘지 않은 가격이었다.

하지만 2018년 말 2,900만 원에 출시됐던 마스터 밴 S는 현재 3,685만 원, 마스터 밴 L은 3,100만 원에서 3,845만 원으로 가격이 폭등했다. 버스 가격은 현재 홈페이지에서 확인조차 안되고 있다. 

▲르노 마스터(사진=르노)
▲르노 마스터(사진=르노)

문제는 가격 인상뿐만이 아니었다. 공급도 엉망이었다. 르노 마스터의 수요가 많았던 캠핑카 업계는 불만을 지속적으로 표출했다. 국내로 수입되는 물량이 꾸준하지 않은 탓이었다. 최근 판매량만 보더라도 르노 마스터가 작년 같은 기간 456대가 팔렸는데, 올해는 고작 68대가 팔렸을 뿐이다. 실제로 수입된 물량도 이처럼 대폭 감소하면서 캠핑카 업계에서도 르노 마스터의 수요가 급감했다. 

가격이 인상되고, 수입 물량이 불안정한 탓에 르노 마스터의 가장 큰 소비시장이었던 캠핑카 업계에서는 더 이상 마스터 캠핑카를 제작할 이유가 없었다. 훨씬 더 상품성이 좋은 이베코 뉴 데일리가 그 시장을 파고 들었고, 현대차나 기아 역시 아직까지는 1톤 디젤 트럭을 단종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르노 서비스센터(사진=르노)
▲르노 서비스센터(사진=르노)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전국에 르노코리아의 A/S망은 많지만, 르노 마스터를 수리할 수 있는 곳이 의외로 적었다. 마스터를 띄워서 정비할 수 있는 리프트를 갖춘 서비스센터가 적은 것은 당연하고, 사고라도 발생하면 부품값이 수입차 그 자체였다. 이런 소문들이 퍼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르노 마스터를 외면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결국 르노 마스터는 현재 사실상 단종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었다. 가장 큰 시장이었던 캠핑카 업계에서는 비싼 수동 변속기 밴으로 캠핑카를 제작하지 않으려고 한다. 공급이 언제 이뤄질지 알 수도 없고, 적은 공급 물량도 투명하게 배정되지 않은 탓이다. 물론 그 뒤에는 소비자들이 있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마스터 캠핑카를 원하지 않는다.

▲르노 마스터 15인승 버스기반 캠핑카 월든(사진=르노)
▲르노 마스터 15인승 버스기반 캠핑카 월든(사진=르노)

분명히 뛰어난 안전성과 적재 능력을 기반으로 한 르노 마스터는 성공 가능성이 높았던 차종이다. 캠핑카 업계 관계자들도 "압도적으로 합리적이었던 가격을 유지하면서 자동변속기를 추가하고, 물량만 꾸준히 공급되었다면 캠핑카라는 특수 시장을 넘어 학원가나 자영업자 시장으로 침투할 수 있었다."라며 지적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아쉽기만하다.

르노코리아는 지난 8월 SM6를 188대 팔았고, QM6는 685대, XM3는 629대를 팔았다. 겨우 3대의 차량만 판매하고 있는 셈인데, 모두 합쳐 1,502대를 팔았다. 작년 같은 기간에 3,950대를 팔았던 것과 비교하면 처참한 성적이다. 부산공장은 8월에 6,912대를 수출했는데, 6,333대를 수출한 XM3를 제외하면 수출기지로써 역할도 위험한 상황이다.

한편, 르노코리아는 보도자료를 통해서 "9월부터 새롭게 선보인 르노 익스피리언스 밸류 업으로 QM6, XM3 1.6 GTe 등 주요 볼륨 모델의 가성비를 최대로 끌어올리며 내수 시장 반등에 나설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bbongs142@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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