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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V의 청수공급과 오수처리 문제, "이대로 방치하면 갈 곳 없어... 문제 해결 시급"

  • 기사입력 2021.08.20 07:03
  • 기자명 양봉수 기자

[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캠핑카, 카라반을 포함한 RV의 오수 및 쓰레기 문제가 연일 뉴스로 보도되면서 RV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이 따가워지고 있다. 쓰레기는 그나마 봉투를 구입해서 버리면 되지만, 오수는 양도 많고, 버릴 공간도 마땅치 않아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오토트리뷴에서 오수처리 방법에 대해 자체 조사를 실시한 결과, 36%의 사용자들은 우수관이나 배수로, 하천, 농지 등 상황이 되는 대로 버린다고 응답했다. 예상보다는 다소 낮은 수치였다. 오히려 공중화장실에 버린다는 의견이 결과의 절반에 육박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업계 전문가들과 실제 RV 유저들은 설문조사 결과는 “현실적이지 못한 결과다.”라고 지적했다. 실질적으로 오수를 버리기 위해서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은 굉장히 불편하고, 오수를 버릴 수 있도록 연장 호스를 챙겨서 다니는 소비자들도 전혀 볼 수 없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강원도 고성 캠핑장(사진=양봉수 기자)
▲강원도 고성 캠핑장(사진=양봉수 기자)

공중화장실에 오수를 버리거나, 공중화장실에서 청수를 채우는 것 자체도 문제다. 실제 경험에 의하면 리조트와 함께 운영되는 캠핑장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캠핑을 즐기고 있던 중이었다. 이 캠핑장의 화장실은 리조트 주차장 옆에 있는 개방형이나 다름없어서 막상 이용하려고 했더니 청수를 채우고 있는 캠핑카들 때문에 몹시 불쾌하고, 불편했다. 이 캠핑카들은 이용료를 내지 않고, 전기차들이 도둑 전기를 뽑아 쓰듯이 물을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청수를 채우는 동안 활짝 열려 있었던 문 때문에 화장실에 모기가 가득하고, 변기에 폐수를 버리면서 청결하게 유지되지 못한 문제는 오롯이 캠핑장 이용객들의 몫이었다.
 
이런 문제 때문일까. 최근 속초에서는 공영주차장의 화장실을 폐쇄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공영주차장 화장실에서 청수를 채우는 것뿐만 아니라, 샤워를 하는 추태와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이용객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문제는 일반 피서객들도 발생시킬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RV 이용자로 인해 이곳이 폐쇄되었다고 단정 지어 말할 근거는 부족하나,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부정하기 어렵다.
 
RV 업계를 지속적으로 취재하면서 경험하는 입장에서는 사용자들의 고민도 이해는 된다. 공중화장실이 아니면 청수를 채우거나 오수를 버리기에 적합한 장소가 근본적으로 부족하다. ‘화장실이 붐비는 상황이라면 이용 시 눈치라도 보이긴 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잠깐 이용해도 되지 않나?’라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속초시 설악동 공영주차장에서 공영주차장 화장실을 통해 물탱크를 보충하는 RV유저(사진=속초시)
▲속초시 설악동 공영주차장에서 공영주차장 화장실을 통해 물탱크를 보충하는 RV유저(사진=속초시)

하지만 현장에서는 눈치도 문제의식도 없는 사용자들도 매우 많다는 게 문제다. 대낮에 공중화장실에서 세면대 아랫부분을 따서 물을 채우는 와중에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어르신을 본 적이 있는데, 사람들이 다녀도 부끄럽거나 민망해하는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한바탕 소란이 일어날 뻔한 상황이었으나, 화를 누르고 정중히 이동 흡연을 요청한 경험도 있다. 이렇게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런데 공중화장실이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 RV 사용자들이 왜 공중화장실에서 물을 채우거나, 버리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RV 보급 속도가 기반 시설을 확충하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빠른 상황이다. 게다가 일반 캠핑장에서는 RV를 반가워하지 않고, 지자체에서도 별다른 지원을 해주는 것도 없다. 지자체는 오히려 캠핑장으로 오픈이 불가한 지역에 자체적으로 정박형 카라반을 갖다 놓고, 일반 텐트 사용자와 함께 운영을 하는 방식으로 RV 사용자들을 노지로 내몰고 있다.

과연 지자체는 어떤 예산으로 자체 캠핑장을 운영하는 것일까. 혹시 캠핑카와 카라반을 통해 발생하는 개별소비세와 부가세, 교육세 등의 막대한 세금이 납세자에게 혜택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의 사업에만 활용되는 것은 아닌 지 묻고싶다.  

▲쓰레기를 버리는 구역이 따로 있으나, 아무 곳에나 던져진 쓰레기들(사진=양봉수 기자)
▲쓰레기를 버리는 구역이 따로 있으나, 아무 곳에나 던져진 쓰레기들(사진=양봉수 기자)

하지만 지금 노지의 현실은 어떠한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자연이 훼손되고 있다. 물론 노지만 다니고 싶어서 RV를 구입한 사용자들도 많겠지만, 그렇다고 제대로 시설이 갖춰진 RV 전용 캠핑장을 이용하고 싶다고 해도 이용할 만한 곳이 없다. 여기서 시설이 갖춰진 RV 전용 캠핑장이라고 하면 각 사이트마다 청수, 오수를 처리할 수 있고, 전기도 마음껏 사용이 가능하면서 남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을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화성휴게소에 위치한 E-pit(사진=기노현 기자)
▲화성휴게소에 위치한 E-pit(사진=기노현 기자)

현대자동차와 도로공사가 고속도로 휴게소에 이핏(e-pit)이라는 전기차 급속충전시설을 설치했다. 이걸 처음 본 순간, RV를 위한 공간도 고속도로 휴게소에 마련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쉬어 가면서 비용을 지불하고 떳떳하게 청수를 채우거나, 오수를 버릴 수 있다면 모두가 좋지 않을까? 하지만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굉장한 노력과 거대한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는 현실적 한계가 아쉽기만 한 상황이다.
 
그나마 사용자들과 함께 민간에서 진행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주유소, 식당 등과 협의해서 청수와 오수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주유소는 화장실이 바깥으로 위치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정화조도 별도로 사용한다. 원래 갖춰진 시설에서 비용만 지불하고, 이용할 수 있다면 서로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환경개선을 위한 민간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물론 식당에서도 주차장 확보가 넉넉히 되어 있고, 청수와 오수를 처리할 수 있는 곳이라면 투자 비용 대비 식당 운영에도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제주도은 이미 이런 것들이 잘 되어 있다. 어느 식당을 가서도 식사를 하다가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고, 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어떤 관광지를 가더라도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공간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 곳들이 많다.

하지만 내륙의 지자체들은 관리나 민원의 어려움으로 시설 폐쇄만 할 뿐, 손 놓고 관리를 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면서도 지역 홍보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지역의 인구 감소에 따른 이주 및 소비 촉진을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을 보면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만약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국내 RV 시장의 미래? 코로나19로 인한 거품이라며 비아냥 거리는 비판과 비난 속에 살아남지 못할지도 모른다. 청수와 오수 그리고 쓰레기 문제가 앞으로도 고민이 아니라, 당장 해결을 위한 실행으로 옮겨져야 하는 이유다. 
 
bbongs142@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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