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레인저 논란,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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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레인저 논란,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 양봉수 기자
  • 승인 2021.02.2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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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형 모델과 글로벌 모델은 달라
- 해외에서는 쌍용 무쏘와 경쟁
- 너무 비싼 가격, 이미 다양한 대안
[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포드코리아가 레인저의 공식 사전계약 소식을 23일 알렸다. 포드 레인저는 풍부한 편의사양과 강력한 주행성능, 효율적인 디젤엔진 등을 두루 갖췄다. 소비자 선호에 맞게 와일드트랙과 랩터 두 가지 모델을 준비한 것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하지만 와일드트랙의 가격은 4,990만 원, 랩터는 6,390만 원으로 책정돼 출시 전부터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한 분위기다.
 
▲비 북미권 시장을 위한 글로벌 모델(사진=포드)

포드 레인저가 경쟁모델 대비 가장 큰 강점으로 내세우는 부분은 바로 사양이다. 미국에서 함께 경쟁하는 쉐보레 콜로라도 대비 사양이 우수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경쟁모델에 대해서는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국내에 수입되는 포드 레인저는 미국 모델이 아니라, 미국에만 팔지 못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생산 모델이다. 포드 레인저는 북미형 모델과 글로벌 모델 두 가지로 개발되었는데, 글로벌 모델은 호주에서 개발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태국, 아르헨티나 등에서 생산하는 모델이다. 북미에 판매하는 제품과 디자인, 트림, 파워트레인, 섀시까지 모든 것이 다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수입하는 쉐보레 콜로라도와 비교하는 자체가 적절치 않다.
 
▲영국과 호주 등에서 판매 중인 쌍용 무쏘(사진=쌍용차)

오히려 포드 레인저는 해외 시장에서 쌍용 렉스턴 스포츠(수출명 무쏘)와 경쟁하는 모델이다. 영국과 호주 등 쌍용 렉스턴 스포츠가 수출되는 국가에서는 포드 레인저와 쌍용 렉스턴 스포츠와 경쟁하는 리뷰를 흔히 볼 수 있다. 주로 체급이나 성능, 가격적으로도 비교된다. 해외에서도 포드 레인저가 쌍용 렉스턴 스포츠 대비 비싼 건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처럼 가격차이가 크지 않다. 

그렇다면 경쟁모델이 쌍용 렉스턴 스포츠 칸이라고 했을 경우, 사양이 얼마나 좋을까? LED 헤드램프를 제외하면 편의 사양에서 쌍용 렉스턴 스포츠 칸을 앞서는 건 특별히 없다. 반면 쌍용 렉스턴 스포츠 칸 4천만 원 이내 모델 기준으로 나파가죽 시트, 동승석 전동 시트, 첨단 안전사양, 어라운드 뷰, 9.2인치 터치스크린, 1열 통풍시트까지 승용 수준의 편의사양을 자랑한다. 
 
견인성능은 3.5톤까지 견인 가능한 포드 레인저 와일드트랙이 한 수 위지만, 2.5톤 밖에 견인할 수 없는 레인저 랩터는 쌍용 렉스턴 스포츠 칸과 비슷하다. 반대로 주행성능은 포드 레인저 와일드트랙과 비슷하고, 레인저 랩터가 쌍용 렉스턴 스포츠 칸을 훨씬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레인저 랩터와 가격차이가 2,400만 원 이상 벌어지기 때문에 쌍용 렉스턴 스포츠를 실컷 튜닝하고도 1,500만 원 정도를 저금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으며, 온전한 오프로드를 즐기려면 지프 글래디에이터가 낫다는 지적까지 등장하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포드 레인저 랩터(사진=포드 남아공)

오프로드 주행 시 견적 발생 비용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부가적으로 부품 비용이나 수리에 대한 편의성까지 고려하면 쌍용 렉스턴 스포츠의 강점을 앞서기는 더욱 힘들다. 또 적어도 국내에서는 하드탑이나 롤바, 언더커버를 비롯한 악세서리도 쌍용 렉스턴 스포츠가 포드 레인저 대비 압도적으로 많고, 수입을 하더라도 단가 문제로 다양화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앞서 출시된 쉐보레 콜로라도가 포드 레인저와 달리 국내에서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국내 소비자들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한 덕분이다. 정통 미국 픽업트럭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3.6리터 V6 가솔린 엔진으로 시원한 주행성능, 3.2톤의 여유로운 견인중량은 국산 SUV에서 맛보기 어려운 매력들이었다. 사양이 풍부한 국산 픽업트럭과 달리 스마트키도 없고, LED 헤드램프도 없고, 사이드미러도 접히지 않는 단점까지 투박하기 짝이 없는 부분도 많지만, 승용이 아니라 트럭이라는 점. 미국 보다 국내에서 더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점들이 아쉬운 부분을 상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내에 판매하는 포드 레인저는 남아공 모델로 미국에서 수입하는 쉐보레 콜로라도 보다 한참 비싸다. 대안도 충분하다. 승용차 같은 사양이 중요하다면 쌍용 렉스턴 스포츠, 정통 픽업트럭을 원한다면 쉐보레 콜로라도,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을 필요로 한다면 지프 글레디에이터를 더 고려해볼 만하다.
 
▲포드 차세대 레인저 랩터(사진=CARSCOOPS)

재고떨이 논란도 포드 레인저 성공의 발목을 잡는다. 포드 레인저는 이미 해외에서 스파이샷이 수시로 포착되고 있으며, 내년에 신모델이 출시될 예정이다. 물론 내년에 출시될 레인저가 북미형 모델인지 글로벌 모델인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중요한 건 내년에 신모델이 출시된다는 사실이다.
 
예상을 훨씬 웃도는 가격은 가장 큰 문제다. 호주에서 개발하고, 북미권 외에서만 판매하는 모델을 정통 미국 픽업트럭처럼 포장하면서 가격은 유럽과 비교하는 터무니없는 광고가 쏟아지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는 미시간 주 공장에서 생산한 포드 레인저가 쉐보레 콜로라도와 비슷한 가격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남아공에서 생산한 포드 레인저가 미국에서 수입한 쉐보레 콜로라도 보다 비싸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남아공에서는 다양한 레인저가 판매되고 있다.(사진=포드 남아공 홈페이지)

정말 품질 좋은 픽업트럭으로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려고 했다면 가성비를 갖춘 저가형 픽업트럭도 함께 수입했어야 마땅하다. 남아공에서는 쌍용 렉스턴 스포츠만큼 저렴한 픽업트럭도 많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면 이해하지 못할 소비자가 있었을까? 안타깝게도 지금은 표면적인 이유와 결과(가격)가 너무 다르다.
 
이미 국내에서도 4,990만 원, 6,390만 원의 비용이면 미국산 풀사이즈 픽업트럭을 상태 좋은 중고로 구입할 수 있고, 7천만 원대면 직수입 업체를 통해 미국산 픽업트럭도 중간급 트림으로 신차 구입이 가능하다. 아무리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라고 하지만, 포드 레인저를 기다렸던 소비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bbongs142@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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