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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칼부림 협박에도?"... 담당 판사가 흉기 준비한 범인 집행유예 선고한 충격적 이유

  • 기사입력 2024.03.29 16:56
  • 기자명 장은송 기자

- "공무원과 주민들 살해하겠다" 협박
- 47차례 반성문 제출 끝에 집행유예
- "잘못 뉘우치고 범죄 전력 없는 점 고려"

[오토트리뷴=장은송 기자] SNS에서 수개월 간 공무원, 주민 등을 해치겠다는 댓글을 써 실형을 선고받은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 남성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47차례의 반성문 제출이다.

▲사건과 관련없는 사진(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건과 관련없는 사진(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춘천지법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는 29일 살인예비, 협박, 협박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40시간도 명령했다.

A씨는 작년 3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 약 6개월간 흉기 난동 사건 뉴스 등을 송출하는 유튜브 방송에서 "군청 공무원과 주민들을 살해하겠다", "나도 칼부림하려 한다"는 등의 댓글을 썼다. 당시 A씨의 집에선 실제 흉기도 발견됐다.

조사 결과 A씨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따돌림 당한다는 생각에 악감정을 품고 해당 댓글들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1심에서 반성문을 10차례 제출했으나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살인예고'에 불안감 증가(사진=연합뉴스)
▲'살인예고'에 불안감 증가(사진=연합뉴스)

이에 A씨는 항소했고, 항소심 들어 47차례나 반성문을 제출하며 거듭 선처를 구했다. A씨는 "무책임한 글이 누군가에게 큰 상처가 된다는 걸 깨달았다"고 전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들의 공포심 또는 불안감이 유발되거나 사회적 불안이 조성되는 등 폐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점과 피고인이 실제로 흉기를 구매해 보관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춰보면 죄책이 절대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이 잘못을 뉘우치는 점과 피해자 중 1명이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한 점, A씨에게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겁다고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사건과 관련 없는 사진(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건과 관련 없는 사진(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살인예비 혐의에 대해서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다 보더라도 피고인이 살인죄를 범할 목적을 갖고 살인죄를 실현할 수 있는 외적 행위까지 나아갔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이번 사건과 같이 반성문을 수없이 제출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례는 또 있다. 지난해 음주운전을 하다 오토바이 배달원을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난 40대 의사 B씨는 재판 과정에서 90여 회가 넘는 반성문을 낸 끝에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B씨는 지난해 1월 20일 오전 0시 20분께 인천시 서구 원당동 한 교차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중앙선을 침범한 뒤 맞은편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던 오토바이를 치었다. 

B씨는 사고 후 500m가량을 더 운전했으며 차량 파손 부위를 살핀 뒤 차량을 버리고 달아났다. 햄버거를 배달 중이던 피해자는 머리 등을 심하게 다쳐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B씨의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치인 0.069%였다.

당시 재판부(인천지법 형사항소2부, 김석범 부장판사)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는 점, 유족들과 원만히 합의한 점, 초범인 점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겁다고 판단된다"며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이렇듯 반성문 제출이 양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나 과연 수차례의 반성문 작성이 진정으로 죄를 뉘우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jes@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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