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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마스터, 안일한 대처에 시장 뺏긴다.

  • 기사입력 2021.09.15 00:52
  • 기자명 양봉수 기자

[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마스터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시장에서는 자동변속기를 요구하고, 최근에는 가격 인상에 따라 비교적 합리적이면서 캠핑카 제조사들의 수익성이 좋은 캡 샤시 수입에 대한 요구도 시작됐다. 하지만 그 사이 또 다른 수입차들이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인증 준비 중이기 때문에 르노 마스터는 지속적으로 도전을 받고 있다. 심지어 물량 공급까지 불안하다. 

캠핑카 업계와 르노삼성자동차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시작된 건 공급 문제였다. 국내 캠핑카 업체들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매달 소량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르노삼성자동차의 마스터 공급물량은 일정치 않았다. 반대로 르노삼성자동차 역시 캠핑카 제조사들이 한 번에 많은 물량을 구입하는 것도 아니어서 대응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꾸준히 자동변속기 모델에 대한 소비자들은 요구가 꾸준히 있었고, 르노삼성자동차는 이때마다 공식적인 답변을 피했다. 하지만 업체를 통해서는 “언제쯤 출시가 가능할 것 같다. 대외비다.”라는 식의 풍문을 스스로 만들고 다녔다. 결국 지금까지 자동변속기 모델에 대한 언급은 물론 인증을 받은 자료도 없다. 

▲르노 마스터 15인승 버스기반 캠핑카 (사진=르노삼성)
▲르노 마스터 15인승 버스기반 캠핑카 (사진=르노삼성)

르노 마스터 출시 당시 이미 현장에서 관계자들의 대화에서 “자동변속기가 없어서 괜찮겠냐"라는 질문이 나왔고, 그 자리에서 책임자는 “자동변속기 모델로 출시하면 가격이 1천만 원은 더 오를 거다. 비싸서 안 가져왔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사정에서는 터무니없는 거 같지만, 유럽에서는 수동변속기 판매량이 압도적이고, 자동변속기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일리 있는 말이다.

르노삼성자동차가 국내로 르노 마스터 자동변속기 모델을 출시하려면 사실상 별도의 오더가 필요하다. 그런데 국내에서 수요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자동변속기에 대한 요구를 알고 있더라도, 내부적인 고민이 주문 실행으로 이어지기가 어렵다.

그래도 출시 당시 국내 1톤 트럭의 위험성을 강조한 것처럼 국내 소비자들을 안전을 진정으로 생각하고, 한국 시장에 남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르노 마스터의 판매량 한계에는 자동변속기의 부재가 결정적이라는 점도 르노삼성자동차는 인정해야 한다. 수동이 아무리 편해도 수동이고, 수동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장벽도 대단해서다.

르노삼성자동차가 마스터 출시 현장에서 1톤 트럭 시장을 대체하겠다고 했는데, 흔히 보이는 택배차들 경우도 전부 자동변속기를 사용한다. 택배기사들이 얼마나 바쁘면 귀에 핸즈프리를 계속해서 꽂고 있을까. 그 와중에 수동으로 운전하라는 건 시장분석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을 증명하는 꼴이 되었고, 어린이집이나 학원차 시장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낳고 있다. 

▲제일모빌 아씨에 825(사진=제일모빌 제공)
▲제일모빌 아씨에 825(사진=제일모빌 제공)

그사이 다른 수입차들도 국내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베코 뉴데일리는 르노 마스터와 메르세데스-벤츠 스프린터 사이에서 시장을 키워가는 중이며, 수입차 업계에서는 이미 마스터의 직접적인 경쟁 모델 수입을 검토한 바 있다. 또한 최근에는 병행수입으로 피아트 듀카토가 인증을 통과하기도 했다.

병행수입 모델은 A/S가 문제라고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르노 마스터와 다를 것도 없다. 르노삼성자동차는 마스터가 전국 승용 서비스센터를 통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는데, 사실 이것도 사실이 아니다. 특정 서비스센터에 방문을 해야만 수리가 가능한 것들이 대부분이고, 그렇다고 하면 병행수입차량과 유지 관리 측면의 불편함은 별 차이가 없게 된다. 이미 서비스와 관련된 소비자들의 불만은 극에 달한 상황인데, 변화가 없는 모습을 보니 르노삼성자동차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듯하다. 스스로 경쟁력을 깎는 셈이다.

르노 마스터는 가격이 인상됐지만, 밴 모델의 경우 여전히 매력적이다. 자동변속기 모델이 아니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고려해도 말이다. 또한 국내에서 유럽 밴 시장의 대중화를 연 모델이기 때문에 의미도 있다. 어차피 SM6나 캡쳐 같은 모델로 현대, 기아차와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면 틈새시장이라도 제대로 공략해서 모델 하나하나를 키우는 게 르노삼성자동차 입장에서도 낫지 않을까 싶다.

수동변속기 모델로는 일반 시장에서의 판매량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나마 캠핑카 시장에서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인기를 끌어왔는데, 경쟁모델의 출시를 앞두고도 물량 공급까지 이렇게 오랜기간 불안하다면 르노 마스터의 미래를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bbongs142@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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